▲할렘의 거리하정진
뉴욕의 '할렘(Harlem)'하면 뭐가 생각나는가.
다들 '대표적인 뉴욕의 빈민가', '말콤X(할렘의 거리 하나는 말콤X의 이름이 붙어있다)로 기억되는 인종차별에 대한 저항의 공간', 혹은 '루이 암스트롱으로 기억되는 음악' 등이 생각나지 않을까 싶다.
기억을 더듬는 사람들에게 가장 최근 할렘에 대한 기억은 '빈민가'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서울 달동네의 빈민가 모습이 아니다. 영화에서도 흔히 보는, 툭 하면 총소리나는 우범지역이기도 하다.
할렘에 가면 자동차에서 절대 내리지 말라고?
2000년 내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할렘은 여전히 주의 지역이었다. 안내했던 사람이 "자동차에서 절대 내리지 말라"고 주의를 주던 것이 기억난다. 당시만 해도 "나아지고는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총소리가 들리는 곳'이라며 내리지 말라고 해서 차로만 돌았던 지역이다.
그 무렵부터 시작된 할렘 재개발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오늘도 여전히 여기저기 공사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며칠 전에 센트럴파크 공원을 가기 위해 컬럼비아 대학에서 걸어갈 때도 곳곳에 공사판이 벌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 때는 공원 북쪽에 인접한 할렘지역만 본 것이었지만 오늘은 거의 한 바퀴 돈 셈이다. 딸아이가 차에서 내릴 때 예전 기억이 나서 주의하라고 말했지만, 돌아다닌 4시간여 동안 위험한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실업자가 많은 동네여서 그런지 곳곳에 젊은 흑인들이 거리에 나와 앉아있기는 했지만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이 곳을 돌게 된 것은 HOAST(Harlem Open Artist Studio Tour)라는 행사 덕분이다.
이 행사는 올해가 두번째인데, 9월 8일과 9일 이틀 동안 할렘에 거주하는 총 59명의 작가가 동참해서 자신들의 삶의 공간이자 작업공간이기도 한 스튜디오를 개방하고 찾아오는 관람객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