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의 연못'에 꽃을 던지며 희생자들을 추억하다.(NBC-TV <투데이> 화면 촬영)한나영
이날 '9·11' 테러 5주년 기념식이 거행되는 동안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희생자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는 눈물겨운 의식이었다.
대표로 참석한 200여 명의 희생자 가족들은 단 앞으로 걸어나와 다른 희생자들의 이름을 또박또박 불러주었다. 그들을 결코 잊지 않았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런 다음 자신과 인연이 있었던 소중한 사람(남편·자식·연인·친구 등)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불러주었다.
애절하고 비통한 사연이 있는 희생자 가족 중 특히 남편을 잃은 부인들이 많았다. 이들은 사랑하는 남편을 추모하며 '남편'이라는 보통명사 앞에 다양한 수식어를 붙였다.
이 수식어는 미국에서는 아주 흔하게 쓰는 표현이지만 눈물의 추모 현장에서 이 말을 들으니 새삼 가슴이 찡해왔다.
'사랑하는(dear, loving, beloved) 남편 OOO', '잊을 수 없는(unforgettable) 남편 OOO', '소중한(precious), 최고의(best), 놀랍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한(amazing, incredible) 남편 OOO'.
그리고 이어지는 사랑 고백. "우리는 당신이 필요해요. 당신이 그리워요.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이 자랑스러워요."
이날 추모식에서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한 말이 바로 이들 희생자 가족들의 애끓는 마음을 잘 대변해 주었으리라.
"누가 알겠습니까. 당신들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그들만의 눈물과 한숨, 그리고 그리움. 이런 피끓는 고통을 혼자서 외롭게 삭혀온 희생자 가족들을 보며 나는 그만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말았다.
나 역시 그들처럼 가족을 떠나보낸 동병상련의 아픔이 있어서였을 것이다. 아! 눈물과 한숨, 고통이 없는 그런 세상에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