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73회

범 우주 동맹

등록 2006.09.12 16:29수정 2006.09.1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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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의 마음을 뒤흔드는 이상한 소리는 한 동안 계속되다가 별안간 그치고 말았다. 솟은 그 소리에 신경이 쓰였지만 귓가에 그 여운이 남아 있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느낌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모로는 여전히 그 여운이 강하게 남은 듯 그 소리를 따라 입으로 ‘두두두’ 하고 소리를 내었다.

-시끄러워 모로.


그차가 주의를 줬지만 모로는 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사영이 얼굴을 찡그리더니 우뚝 멈춰 서서 땅에 길게 선을 그어대었다. 자신으로 인해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 모로는 ‘두두두’하는 소리를 그치고 사영의 눈치를 보았다.

-더 이상 가면 안 된다는 거야?

솟의 말에 사영은 기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영은 자신의 표하고자 하는 의미가 금세 일깨워지면 항상 기쁜 표정을 짓고는 했다. 키 역시 사영의 의견에 찬성했다.

-바로 앞에 큰 마을이 있지만 지금은 갈 때가 아니다.
-왜 그렇지?

키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저들의 마음이 여지까지 듣지 못한 울림에 현혹되고 있다. 지금 우리가 가면 그들과 다름없이 그것에 흔들리게 될 지도 모른다.

솟은 키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모두 앉아 주겠나?

그 순간, 키의 말은 거부 할 수 없는 명령과도 같았다. 모두 자리에 앉자 키는 눈을 감을 것을 요청했다.

-귀를 기울여라 모든 소리에 집중하라.

키의 말은 이상하기 그지없었지만 일상적으로는 와 닿을 리가 없는 키의 소리가 그들의 머리 속에는 분명히 의미가 전달된다는 것만으로도 키의 존재는 특별했다. 그들은 모두 귀를 기울여 주위의 소리에 집중했다.

나뭇잎들이 바람에 움직이는 소리만이 그들의 귓전을 맴돌고 있었고 벌레의 울음소리가 가끔씩 허공에 잔잔히 메아리치고 있었다.

-사아...... 사아아

모로가 나뭇잎들이 움직이는 소리를 입으로 슬쩍 흉내 내었다. 그차가 실눈을 뜨고 모로의 옆구리를 찌르며 주의를 주었지만 모로는 이를 그치지 않았다.

-찌르 찌르르

모로가 내는 소리에 맞추어 키가 벌레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었다. 그차는 키마저 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더 이상 모로를 만류하지 못하고 눈을 든 채 그들이 하는 양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사영이 일어나서 돌 두개를 주워 오더니 키와 모로가 내는 소리에 맞추어 돌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탁, 탁
-사아아 -찌르 찌르 -탁 -사아아 사아 -찌르르 찌르르 -탁탁

그들의 소리를 조화를 이루며 솟의 가슴속을 묘하게 자극했다. 솟은 저도 모르게 그에 맞추어 자신의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우우우 우우우
-사아아 -우우 -찌찌르 찌르 -탁 -사아아 -우우우

그차는 대체 그들이 뭘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차는 슬쩍 얼굴을 찌푸리고 깊게 호흡을 내어 뱉었다.

-휴

그 소리조차 모두가 내는 소리에 곁들여져 멋지게 조화를 이루자 그차는 저도 모르게 놀랐고 점점 여럿이 내는 소리에 흥이 겨워갔다. 모두가 내는 소리는 처음에 나지막하게 울려 퍼지다가 파문마냥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아아아 툭 뚜르 라라라라라 탁 찌르찌르 두두 우우우우우 사사 뚜르 찌르 쓰르르 탁탁탁루루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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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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