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박희영씨는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유일한 여학생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전기전자공학과에 진학하기로 결심한 후 11년째 공부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는 막막하기만 하다.
"공학을 오랫동안 전공하고 있지만 회사에 가면 어떤 문제가 있을지, 필요한 게 뭔지 잘 몰라 당황스러워요."
그가 가장 답답해하는 지점은 고민을 공유할 여자 선배가 없다는 것. "정규교육에서 여학생에게 불리한 점은 없어요. 그보다는 선후배 관계에서 끈이 없는 게 문제죠."
상대적으로 여학생 비율이 낮은 전기전자공학과(10%) 여학생들은 특히 학교생활에서 소외감을 느낀다. 한란(전기전자3)씨는 "남학생들끼리 게임 등 공통 관심사나 성에 관련된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할 때 기분 나쁘다"고 털어놓는다.
신호선(전기전자3)씨는 "어려서부터 여자는 언어능력이 좋으면 칭찬받지만 '수학 잘해야 돼'라는 얘긴 여학생에게 잘 하지 않는다"고 말한 뒤 "그런 인식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게 아닐까요"라고 반문한다.
"취업해도 살아남기 어려울 것"… "여성 장점 살려야" 지적도
여자 선배에 대한 갈증은 취업과 박사과정 진학 사이에서 고민하는 전혜진(정보산업공학 석사과정)씨 역시 마찬가지. 전씨가 속한 과에서 여자 석사는 10명 내외, 박사는 1명에 불과한 실정. "워낙 소수라서 졸업생 선배와 연계가 잘 되지 않아 정보를 얻기 어려워요."
공대(총 11개 과)에서 다른 과보다 여학생 비율이 높은 생명공학과(38%) 학생들도 비슷한 불만을 토로한다. 3학년 때 과대표를 맡았다는 박정은(생명공학 4)씨는 "여자 선배는 3학년이 되면 '공부'한다며 사라진다"며 "도움 받을 수 있는 선배도 없고 여학생 모임도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한다. 오은지(생명공학3)씨도 "진로를 상담할 만한 사람이 마땅치 않다"고 말한다.
같은 실력으로 입학했지만 졸업할 때 남학생과 차이 나는 이유는 뭘까?
강진영(화학공학4)씨는 "리더십 차이"라고 딱 잘라 말한다. 강씨는 "프로젝트(4~5명이 한 조)를 수행할 때 대부분 남자 복학생이 조장을 맡기 때문에 나머지 학생들은 주도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박탈당한다"고 꼬집는다.
임은경(화학공학4)씨도 "학점은 여학생이 더 높지만 다양한 경험이란 측면에서 남학생보다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임씨는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굳은 의지로 입학했지만 지금은 전공에 대한 애착이 그때보다 약해졌다"며 씁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