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들의 정치투쟁, 대선에 영향 줄까?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전작권과 한미FTA 그리고 대선의 함수관계

등록 2006.09.13 11:02수정 2006.09.1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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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12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의 중단 촉구  서명운동 기자회견에서 김성은 전 국방부 장관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의 중단 촉구 서명운동 기자회견에서 김성은 전 국방부 장관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성연재

a <FONT COLOR=A77A2>전직 경찰청장, 치안총감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 반대 지난 1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미동맹 파괴음모 반대' 기자회견에서 전직 경찰청장과 치안총감을 역임한 경찰 출신 원로들이 정부의 한미작전권이양 반대를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황광모/

전직 경찰청장, 치안총감 전시 작전통제권 이양 반대 지난 11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미동맹 파괴음모 반대' 기자회견에서 전직 경찰청장과 치안총감을 역임한 경찰 출신 원로들이 정부의 한미작전권이양 반대를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황광모/ ⓒ 연합뉴스 황광모


보수단체들이 정치 투쟁을 선언했다. 내년 대선에서 전시 작전통제권 재협상을 공약으로 제시한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비판적이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반대 주장이 안보에 대한 순수한 우려 차원을 넘어 정치 공세 인상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빚어지는 국내 갈등을 미국이 적절히 활용할 수 있는 점도 환기시켰다. 주한미군 반환기지 환경오염 치유나 방위비 분담 협상과 연계해 이득을 보려 한다는 분석이다.

타당한 지적이다. 하지만 힘을 갖긴 어려워 보인다. 보수단체는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넜다.

현실 요인을 재지 않을 수 없다. 보수단체들의 정치 투쟁이 대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전작권과 한미FTA는 무슨 관계?

<동아일보>는 고무돼 있다. 보수단체들의 대선 연계 방침이 보수대연합의 기폭제가 될 것 같다고 전망하면서, 이들이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논의 중단 촉구 서명을 받고자 하는 500만명은 2002년 대선 투표자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진보진영이 멀찍이 떨어져 있는 점도 중시했다. 진보진영이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에 목소리를 높일수록 미국 정부와 같은 입장이 돼 친미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동아일보>의 분석 대로라면 보수단체들의 진군은 거침이 없을 것이다. 500만 대군의 위용에 대항군인 진보진영마저 물러서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겨레>의 분석은 다르다. 대박을 낳을 수도 있지만 쪽박을 찰 수도 있는 카드라고 했다. 보수단체들과 함께 움직이지 않을 수 없는 한나라당에게 극우 보수의 이미지를 고착시킬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판정을 하기가 쉽지 않다. 두 신문의 분석이 너무 단선적이다.

<동아일보>의 논법을 차용하자면, 물러서 있는 주체는 진보진영만이 아니다. 보수단체들도 비껴서 있다.

전시 작전통제권을 환수하려는 참여정부의 파트너는 전시 작전통제권을 이양하려는 미국 정부다. 보수단체들은 미국이라는 존재, 미국의 계산을 외면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이것이 족쇄가 될 수 있다.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와 맞먹는 현안이 있다. 한미FTA다. 협상 타결 여부, 타결 내용 여하에 따라 국내 여론은 요동치게 돼 있다. 그에 비례해 미국이란 존재에 대한 국민의 평가도 달라진다.

엄밀히 말하면 전시 작전통제권과 한미FTA 모두 한미관계라는 틀에 포함되는 하위 범주다. 현재는 한미관계라는 큰 틀 내에서 전시 작전통제권과 한미FTA가 각개약진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만나게 돼 있다. 그 결과가 상쇄로 나타날지 상승으로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상황이 이런데도 보수단체들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반대 논리를 한미동맹이란 대전제 아래서 풀고 있고, 전시 작전통제권을 이양하려는 미국의 속내를 외면하고 있다. 기껏해야 한국 정부의 환수 요구에 불쾌감을 느껴서라는 식의 아마추어 논법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단순 논리는, 한미FTA가 전시 작전통제권을 갉아먹는 상쇄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벽에 부닥친다.

극우보수 이미지가 덧씌워지면 한나라당이 불리해질 것이란 주장도 검증 대상이다.

반증 사례가 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참여연대에 찾아가 자신의 뉴딜정책을 지지해줘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파시즘 재림'을 들었다. 5·31 지방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이 '파시즘 재림'의 전조라고 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대구를 찾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건설을 상찬했다.

보수가 불경기 그늘에서 자라는 속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열거할 사례는 더 많아진다. 내년도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고, 국내 경기도 하강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늘어나는 가계빚이 국가시스템의 위기를 초래할 것인지를 두고 IMF와 금감위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고,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세대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런 흐름이 고착화되면 어떤 현상이 빚어질까? 국민의식이 극우보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른 대안이 없다. 이른바 극우보수로 흐를 한나라당을 대체할 합리보수가 대선에서 유력 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없는 한 보수화 된 국민이 선택할 카드는 따로 없다.

변수는 이처럼 많다. 뿐만 아니다. 북한 요인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반대 주장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 본격화된 점을 고려하면, 그리고 국민들이 북한에 대해 피로증을 느끼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 문제의 전개 양상은 대선을 규정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기에 충분하다.

내년 대선 상수는 북미 경제

윤곽이 대략 나온다. 내년 대선을 규정하는 상수는 미국과 북한과 경제다. 한미관계, 대북관계 그리고 경제해법을 놓고 갈래가 지어질 것이다. 이 구도에서 한미FTA는 대단히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그 결과에 따라 한미관계에 대한 국민 의식, 경제회생의 전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정치권이 나서서 정계개편을 운위하면서도 짝짓기에 시동은 걸지 않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짝짓기를 하려면 구도를 형성해야 한다. '나'와 '너'를 확연히 나눠야 한다. 하지만 구도를 결정짓는 상수는 많고 변수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림을 그린다고 그것이 실제 울타리가 된다는 보장이 없다.

호랑이 눈으로 지켜보되 소걸음조차 떼서는 안 되는 단계가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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