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2세가 청혼한다면? 별로일 것 같아요"

[인터뷰②] '악플러' 고소 취하 결심한 탤런트 김태희

등록 2006.09.13 17:30수정 2006.09.13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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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탤런트 김태희씨를 단독으로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 9월 11일 2시간 동안 이뤄졌다. 그녀는 이제는 '인간' 김태희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 내용을 두 개의 기사로 나눠 싣는다. 먼저 첫편을 읽고 다음 기사(이 기사)를 읽으시기 바란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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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잠시 쉬면서 남은 시간엔 '스타' 김태희보다는 '인간' 김태희에 대해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 시시콜콜한 것까지 들춰내려 마음을 다잡았다. 먼저 그녀는 보이는 이미지처럼 정말 '도도한 공주과'일까.

"사람들은 제가 되게 당당하고, 자신만만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데, 또 그래야 이 일도 잘할 수 있고, 그런 성격이 장점이 되는 건데. 솔직히 저는 자신 없어 할 때도 많고, 부끄러움도 많이 타고, 맨날 얼굴 빨개지고, 흥분하면 말도 거의 못하는 그런 스타일이에요."

그리고. "예전 설문조사를 봤는데 가장 설득을 잘할 것 같은 연예인 1위가 됐더라구요. 너무너무 웃겼죠. 남을 절대 설득 못 하거든요. 만날 설득당하기만 하지. 논리정연하게 얘기를 풀어나가서 다른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고, 그런 능력이 제겐 없어요."

그럼에도 그녀는 최근 설문조사 '논문공모전 대상을 받을 것 같은' '영어선생님을 잘할 것 같은' '시험실수 안 할 것 같은' '면접 잘 볼 것 같은' '받아쓰기 잘할 것 같은' 연예인부문 등에서 1위를 차지했다.

"TV에 김태희가 나오면 째려본다"

"일단 좀 뻔뻔해야 하잖아요. 이런 걸 하려면, 막 자기 생각도 자유롭게 표현해야 하는 거잖아요. 지금은 그래도 광고 같은 데 맞게는 좀 뻔뻔해질 수는 있는데…. 예쁜 척하고, 귀여운 척하고 그래야 하잖아요."

- '척' 안해도 예쁘잖아요?
"가만 있으면 안 예뻐요.(웃음) 일을 하면서 많이 발전했어요. 예전 사진들 보면 다 어색하기 그지없는 표정들이에요."


그럴리가? 인터넷에 올라온 '쌩얼' 데뷔 전 사진을 봐도, 어린 시절 사진을 봐도 예쁘던데?

"지금은 그래도 여성스런 외모로 바뀌었는데 어렸을 때는 컷머리에 양배추머리 해가지고 만날 쫄바지 입고 다녔어요. 말도 잘 안 하면서 자전거 타고, 아침에 나가면 밤에 들어가고, 남자애들이랑 멱살 잡고 코피 터뜨리고 싸우고, 선머슴 같은 스타일이었어요."


그랬는데…. "저랑 유치원 때부터 되게 친했던 친구가 여성스러워서 남자애들한테 인기가 너무 많은 거예요. 둘이 같이 다니는데 항상 비교가 되니까 어린 마음에 그때부터 샘이 좀 났었나 봐요. 선생님께서 '짝 하고 싶은 사람 손 들어봐' 그러면 걔는 너무 많은데 저는 아무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아, 나도 쟤처럼 머리도 길게 예쁘게 땋고, 구두도 신고, 원피스도 입고 그래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조금씩 바뀐 것 같아요."

믿거나 말거나, 어쨌든 현재 그녀는 대한민국 '대표미인'이고, 동료 여자연예인들조차 그녀의 미모를 시샘할 정도다. 드라마 <돌아와요 순애씨>에 출연중이던 박진희씨조차 지난 7월 한 TV 연예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여자 연예인 중 가장 예쁜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TV에 김태희가 나오면 째려본다. 어떻게 저렇게 예쁠 수가 있어. 그만 예쁘라고 그래."

그녀의 '미모'가 더욱 각광받는 것은 '자연미인'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녀는 단지 치아교정만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말 그럴까.

"지금도 치아교정은 다시 하고 있어요, 원래대로 돌아가려고 해서. 그런데 사실 일상생활하는 데는 치아 교정할 필요도 없잖아요. 그냥 잘 씹으면 되는 거지. 그런데 사진으로 딱 찍어봤을 때 조금이라도… 그래서… 저도 화면이나 사진 속의 제 모습을 보면 당연히 아쉽고, 이것은 이랬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들이 있죠, 있는데…. 만약 수술을 했다가, 그 전이 더 낫거나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나와버리면 너무 후회할 것 같아요. 겁이 나는 거죠."

그럼에도 그녀가 '성형할 때 닮고 싶은 연예인' 1위를 차지하는 것은 무슨 역설일까. 특히 그녀의 '반달눈'은 '눈' 성형부문에서 가장 선호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녀 자신은?

"제 눈 쌍꺼풀이 멋대로예요. 잠 많이 자고 일어나면 커졌다가, 짝짝이가 됐다가, 작아졌다가, 그러니 불편하긴 하죠. 촬영하면서도 조금이라도 그런 모습 있으면 되게 이상하게 비쳐지니까."

"예쁘면 이 직업으로 살기엔 유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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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 연기할 때 오히려 예쁜 외모가 방해가 되지는 않나요?
"(정)우성 오빠가 그러다구요. 너의 외모가 너의 연기에 장애가 될 거라고, 자기도 그랬다며(웃음). 잘 생긴 애가 연기를 하면 굳이 꾸며서 저렇게 연기를 하나, 오버한다, 그렇게 생각한대요. 그냥 평범한 외모면 연기를 조금 잘해도 아 잘한다 하는데…."

그녀와의 인터뷰가 잡혔다고 했을 때 후배 여기자가 꼭 물어봐 달라는 질문이 있었다. '예쁘면 살기 편한가'.

"확실히 이 직업으로 살기엔 유리하죠."

- 일상생활에서는?
"일상생활에서도 그런가? 그건 모르겠어요. 피곤한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저야 굉장히 감사하면서 살죠."

후배에게 그리 희망을 주는 답변은 아닐 듯싶었다.

그녀의 별명이 '짬때이' '헤드뱅잉' '둔녀'가 된 사연

그녀를 얘기할 때 빼놓지 않고 나오는 것이 '서울대 출신'이란 점이다. 그리고는 '서울대 프리미엄'에 대한 비판이 뒤따른다. 그녀 역시 그 점을 순순히(?) 인정했다.

"저도 프리미엄이 될 거라고 예상했구요, 실제로 이 자리에 제가 있게 되는데 일조한 것도 사실이구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또 그것만으로 이 자리에 올 수는 없었다고 생각해요. 저도 노력했고, 작품에서 제가 보여준 모습 때문에 저를 좋아하신 것이지, 단지 서울대고 예쁜 애, 이것만으로 저를 좋아할 수는 없는 거 아닌가요?"

- 그렇다면, 서울대 출신이라서 오히려 불편했던 점은?
"그런 게 있었어요. 데뷔 초 감독님들이랑 캐스팅 위해서 미팅을 갔을 때 '서울대 나와서 그냥 시집이나 가지, 뭐 연기 별로 열심히 할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데' 이런 식으로 보시는 거죠. 프로답지 않게 보시는 거, 그냥 설렁설렁할 것 같고, 죽기살기로 연기할 것 같지 않고…."

- 실제 공부는 잘했나요?
"대학 가기 전까지는 열심히 했어요. 가고 나서 놀아서 그렇지.(웃음)"

그녀는 울산여고를 나왔다. 당시 울산은 비평준화지역으로 울산여고에는 주변 중학교 우등생들이 모여들었다. "중학교 때는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지만, 고등학교 때는 전교 10등 안에도 들기 힘들었어요." 그 시절 그녀의 별명은 '짬때이' '헤드뱅잉' '둔녀'였다.

우선 헤드뱅잉에 관한 고백. "고등학교 때 좀 야행성이라서 집에 가서 전 과목 총정리하고 학교에서 좀 많이 잤어요. 그런데 제가 선생님들 앞에서 티 안나게 졸지를 잘 못해요. 그래서 애들이 헤드뱅잉 하는 것 같다고 놀렸죠."

다음 '둔녀'에 대한 설명은 "한군데 집중을 하면 다른 얘기를 잘 못 들어요. 주위에서 뭐가 일어나는지 잘 보지도 못하고.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취미가 운동, 독서, 특기가 미술, 피아노연주, 스키라고 나오더라고 하자 바로 웃음이 터뜨렸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갖는 취미잖아요. 옛날 광고 때문에 빠르게 대충 작성한 거 같은데, 사실 취미나 특기가 뚜렷이 없어요. 그냥 남들 다 가지고 있는 취미죠. 시간 날 때 책 읽고, 여유 있으면 운동하는 거고, 그냥 그 정도예요."

다른 건 몰라도 그녀가 초등학교 때 100m 달리기 학교대표였고, 대학 1학년 때 여자스키부를 만들어 주장까지 했던 것은 사실이다.

- 대학시절 연예활동과 학업을 함께하기가 힘들지 않았나요?
"저는 한 번에 두 가지를 못해요. 모델 활동은 시간을 많이 잡아먹지 않아 쉬는 날, 휴일날 스케줄 맞춰 부담없이 찍었고. 연기를 하겠다고 생각하고 시트콤을 시작하면서부터는 휴학을 했어요. 그래 2년반 동안 휴학하면서 드라마를 줄줄이 했던 거구요. 그리고 나서 졸업을 해야겠다 생각하고, 휴학할 수 있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고, 그래서 작품 활동을 뒤로 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학점을 따기 위해 공부만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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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학점은? 기억하기론 1학년 2.5, 2학년 2.9. "1, 2학년 때는 놀지도 제대로 못하면서 뭐했는지 모르겠어요. 수업도 반 정도는 안 들어가고. 고3 때까지 입시에 시달려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3학년 3점 몇 정도. 그런데 마지막 학기엔 '에이뿔(A+)'이 3개나 됐단다. 교수님이 잘 봐주신 덕분일까.

"그렇지 않을 거예요. 다 공평하게 점수 주셨겠죠. 출석률은 일단 거의 백퍼센트였으니까. 출석만 잘해도 먹고 들어가는 거 그런 거 있잖아요.(웃음)"

- 이름과 얼굴이 알려지고 나선 대학생활이 불편했을 텐데….
"불편하긴 하더라구요. 쪽지 시험을 하나 봐도 내 시험지를 얼마나 돌려볼까 그런 생각을 하면, 그 민망함을 없애기 위해 공부를 더 열심히 했죠. 학생식당에서 마음껏 밥을 먹거나 친구들하고 큰 소리로 수다도 떨지 못하고… 뭐 그런 건 감수해야죠."

김태희는 위대하다?

그녀 역시 요즘 '잘 나가는' 한류스타 중 한 명이다. <천국의 계단>으로 일본을,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로 대만을 방문했다. 일본과 중국에서는 CF 모델로도 활약했다. 이번 <중천> 촬영 때도 적지 않은 중국인들이 그녀를 알아봤다.

중국의 최대 포털 '시나닷컴'은 '위(胃)대한 한국의 대표미인 4인방'에 그녀를 포함시켰다. 촬영장에 항상 간식을 챙기는 연예인으로 유명하다고 그녀를 소개했다.

- 진짜 많이 먹어요?
"저는 되게 천천히 오래 먹어요. 그래서 지구력이 있다고들 그래요. 시간만 확보되면 끝까지 다 먹을 수 있어요."

- 그렇게 먹는데 살 안쪄요?
"이렇게 얘기하면 (웃음) 다들 또 재수 없다고 그러실 텐데…. 체질적으로 살이 쉽게 찌지는 않는 편인 가봐요. 가족들이 다 제 나이 때는 살이 안 찌다가, 어느 순간 확 찌는 체질로 변했대요. 그래서 저보고도 항상 조심하라고 그러세요."

중국에서 <중천> 촬영 당시의 에피소드. "저는 오랫동안 많이 먹는 편인데, 촬영장에선 대부분 감독님이나 스탭분들이 남자분이시고, 현장에서 야외에서 간단히 먹고 바로 일어서시잖아요. 저 혼자 먹고 있기가 그런 거예요. 그래 양껏 못 먹어서 살이 많이 빠졌어요." 그 이유 때문인지 촬영 중 4kg 이상 빠졌단다.

- 소주 광고 모델도 했었는데, 술은 잘 마시는지?
"술은 전혀 못해요. 술 잘 마시는 것도 능력이고 사회성 기르기 위해서 필요할 것 같은데 체질적으로 안 맞는 거 같아요. 술 마시면 얼굴 빨개지고 심장이 막 뛰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맛도 없고…."

- 그럼 스트레스가 쌓이면 어떻게 풀죠?
"친구들이랑 수다 떨어요. 친한 사람들에겐 내 모든 걸 다 내보이는 그런 스타일이에요. 어렸을 때 친구들이랑, 동아리 친구들이랑 영화 보러 많이 가고, 카페에 앉아서 얘기도 하고, 사실 그렇게 자주 만나다 보면 할 얘기도 없어요. 그럼 카페에 앉아 각자 할 일을 하는 거예요. 책을 본다거나, 직업이 선생님이면 수업준비를 한다거나…."

스타의 가족

그녀의 남동생 이완(본명 김형수)씨도 연기자다. 동생의 연예계 데뷔도 그녀가 갖고 다니던 수첩 속의 사진이 한 피디의 눈에 띄면서 이뤄졌다. 연예계에서도 그녀의 동생 사랑은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천> 촬영 중에도 동생의 생일파티 참석을 위해 잠시 귀국했다.

- 동생과 함께 연예생활을 하는데 많이 도움을 주나요?
"제 코가 석자인데 무슨 말을 하겠어요. 그냥 서로 응원해주는 거죠. 물론 서로 어떤 신을 보면서 이럴 때는 이런 게 더 좋지 않느냐 얘기도 하는데, 그런 심각한 얘기는 별로 안 하고요…. 서로 아직 걸음마를 하는 과정이니까…."

그런 걸음마 과정에서도 두 오누이는 '2004 KBS 연기대상' 신인상을 나란히 거머쥐었다. 누나는 <구미호외전>으로, 동생은 <백설공주>로.

- 어릴 때 서로 다투기도 했나요?
"4살 차이인데요, 어릴 때 진짜 많이 싸웠어요. 항상 그것 때문에 엄마한테 혼나고 매 맞고 벌서고 그랬는데. 제가 거의 일방적으로 동생을 때렸죠."

- 태권도도 배웠다던데….
"그것보다는 나이 차이가 나니까 힘으로 누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점점 나이가 들면서 초등학교 4학년쯤 되니까 제가 힘이 안 되더라구요. 그래서 그때부턴 안 싸웠어요."

- 언젠가 이완씨가 인터뷰에서 '자신은 집안에서 귀남이었다'는 식으로 말한 것으로 아는데?(그녀 형제는 2녀 1남이다)
"그랬나? 모르겠어요. 다 똑같은데…. 귀남이 아닌데…. 심부름 다 시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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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그녀에게 가족들은 언제나 든든한 후원자다. '엄마 아빠'는 물론 그녀의 언니와 형부 역시 "정말 편안한 조력자"다. 문제가 되었던 지난 미국 여행 때도 매니저 대신 언니가 동행했다. 그러다 보니 그녀의 가족 역시 유명세를 함께 치를 수밖에 없다.

현재 그녀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연예활동을 하는 오누이를 객지에 그냥 내버려둘 수 없어 어머니께서 서울로 올라오셨다. 아버지께선 사업 때문에 고향인 울산에 그대로 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소문이 돌았다. '김태희 부모가 별거중이라더라.' 말은 맞는 얘기다. 하지만 이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건네질 때 그 결론은….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단다. 가족 모두가 해외여행을 떠났다. 출국심사대에서 조카(언니의 딸)를 안고 같이 여권을 내밀었다. 공교롭게도 형부의 성씨가 '결혼설' 재벌2세와 같았다. 심사대 여직원이 묻더란다. '후회하지 않으세요?' 지나치고 나니 뭔가 이상했다. 그 얘기를 들은 가족들이 모두 분개했다. "막 화내고 따지러 갔지만, 소심하게 물어봤죠. 그러니 그냥 연예인 생활 힘들지 않냐고 물어본 거래요. 그래 할 말 없이 바로 꼬리 내리고 왔죠. 그렇다는데 뭐라 그래요."

연예기자의 질문, 어린이기자의 질문

그녀의 '결혼설'로 다시 돌아왔다. TV 연예프로그램 리포터가 흔히 하는 질문을 흉내내 봤다.

- '진짜' 결혼 생각은 안 하나요?
"생각 많이 하죠. 친구들이랑도 어떤 남자를 만나야 행복할 수 있을까 많이 얘기하는데, 사실 답이 안 나와요. 제가 그렇게 많은 남자를 사귄 경험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봐야 내가 최고로 우선하는 가치가 무엇이고, 어떤 남자를 만나야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지 알 수 있잖아요. 정말 많은 남자를 사귀어봐야 할 것 같아요. 사람을 많이 만나 보면서 해답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 대략 시기는 언제쯤?
"대략…, 한…, 30대에 하겠죠. 서른다섯은 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만약 재벌 2세가 청혼한다면?
"어…별로일 것 같아요.(웃음)"

- 돈많으면 좋잖아요?
"돈도 하나의 능력이고 그렇긴 한데, 돈보다도 정말 친구 같은…, 대화도 잘 통하고, 친구로서 역할도 해줄 수 있고, 연인으로서 역할도 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좋겠어요."

이번엔 또다른 흉내를 내보기로 했다. 영화잡지 <프리미어>는 최근 '어린이기자가 영화배우에게 묻고 싶은 질문 25가지'를 조사했다. 그 가운데 5가지를 추렸다.

- 맞는 장면에서 진짜로 맞나요? 기분이 어때요?
"진짜로 맞죠. 감독님에 따라서 리얼함을 위해서 더 세게 주문하시는 분들도 있고. 그런데 연기할 때는 아픈지 모르겠어요. 일단은 장면이 잘 나와야 하니까 긴장하고 있기 때문에 잘 몰라요."

- 여러 군데서 제의가 들어왔는데, '저기'로 가고 싶은데 막 강제로 '여기'로 오라고 하면 어떡해요?
"저는 사소한 일에는 우유부단한 편인데, 중요한 일에선, 작품선택이나 그런 부분에서는 제 고집대로 밀고 나가는 편이에요. 왜냐하면 제 인생이 걸린 중대한 문제일 수도 있는데, 남들의 의견을 따라하면 그 일이 잘못돼도 문제고 그 일이 잘돼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잘못되면 누굴 원망할 거며 내 뜻대로 할 걸 후회한들 아무 소용없는 일이구, 잘 된다 한들 남들 얘기만 들어서 잘되었다면 계속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거잖아요. 제 생각대로 밀고 나가야죠."

- 악역을 맡으면, 사람들한테 나쁘게 보이잖아요. 기분이 어때요?
"나쁘게 보여야지 기분이 좋은 거죠. 연기를 잘했다는 얘기니까. <천국의 계단>은 제가 사랑을 많이 받게 된 작품이었는데, 연기를 못해서 그렇게 된 것 같아요.(웃음)"(<천국의 계단>에서 그녀는 최지우를 못살게 구는 의붓자매 역을 연기했다)

- 영화 찍을 때 사람들이 구경하면 신경 쓰이지 않나요?
"구경해서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라 그날 제가 집중력이 떨어져서 사람들이 보이고 신경이 쓰이는 것 같아요. 저만 집중을 한다면 주위에 아무것도 안 보여요. 상대배우랑 저랑 상황만 보이죠."

- 영화 찍다가 하기 싫으면 감독에게 안 한다고 말할 수 있나요?
"(웃음)못하죠. 이미 촬영 들어갔는데, 중간에 내가 잘리지 않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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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지난해 한 케이블TV 여론조사 결과 초등학생들 가운데 67%, 3명 중 2명이 장래 연예인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닮고 싶은 연예인'을 묻는 질문에서 그녀는 가수 보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연예인을 꿈꾸는 어린이들을 위한 한마디를 부탁했다.

"커 가면서 아마 꿈이 바뀔 수도 있을 텐데, 뭔가 되고 싶은 게 있다는 건 소중하고 좋은 거 같아요. 꿈이 없는 게 불행한 거죠. 꿈으로만 간직하지 말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준비해나가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의례적으로라도 '학창시절엔 그래도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을 덧붙일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공부만 열심히 하다가 아무 준비 없이 연기생활을 시작한 자신에 대한 반성이 곁들여진 것이었을까.

"연예인 생활 후회해본 적은 없어요"

그럼 어린이들의 꿈인 '스타덤'에 이미 오른 그녀의 소망은 무엇일까.

- 연기 말고 다른 꿈이 있나요? 전공을 살려 보고 싶은 욕심이라든지?
"학교 다니면서 계속 고민했어요. 제가 되게 욕심이 많았나 봐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재능이나 자질을 타고나야 할 것 같은데, 그건 없으면서 그 분야에서 성공하고 인정받고 싶고. 그게 현실성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 미련이 없어지더라구요."

- 그렇다면 연기생활을 하면서 꼭 이루고 싶은 것은?
"사실 아직까지도 그렇게 뚜렷하지는 않아요. 다만 지금은 걸음마 단계지만, 언젠가는 이건 김태희만이 할 수 있었던, 정말 김태희가 그 캐릭터와 일치가 돼서 김태희가 아니면 아무도 보여줄 수 없었던 그런 작품을 일생에 하나만 남긴다면 저는 성공한 거라고 생각해요."

예정된 인터뷰 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아쉽지만 마지막 질문을 던져야 했다.

- 연기를 시작할 때 많은 고민을 했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연예인 생활을 해오면서 후회해본 적이 있나요?
"한 번도 없었어요.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도 후회라기보다는 내가 이런 얘기까지 들으면서 왜 연예인을 하고 있나 그런 생각은 했었어요. 댓글들을 보면 저에 대해 너무나 악의를 품고 있는, 정말, 저를 모함에 빠뜨리려 하고…, 정말…, 내가 이 일을 하는 의미는 뭔가…."

- 그래 스스로 해답을 찾았나요?
"네, 답은… 팬들이죠. 그래도 저를 보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있고, 저도 이 일을 통해서 즐거움을 얻고 있고. 그래도 조금씩은 보람을 느끼면서 적응해 나가고 있고. 연기자로선 정말 시작하는 단계잖아요. 물론 모욕적으로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도 다 어떻게 보면 애정이고 관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구요. 저의 잘못이나 부족한 부분에 대한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분들께 좀더 떳떳하고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노력하자…."

그녀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리고는 어제 한 TV프로그램에서 자신을 보고 싶어하는 난치병 어린이를 만났다고 했다.

"그럴 때 정말 보람을 느끼죠. 저를 보는 것만으로 기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저로선 너무너무 고마운 일이고, 그런 것 때문에 힘이 나는 것 같아요."

2시간에 걸친 인터뷰가 끝났다. 조카들에게 줄 사인을 받고, 기념으로 사진도 함께 찍었다. 사인을 받고 즐거워할 조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모습을 지켜볼 아내도 아마 그리 타박하진 않을 것이다. 그녀가, 또 스타가 우리 곁에 있어야 할 의미를 이런 작은 기쁨에서 찾는다면 나는 기자로서 너무 순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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