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게구름이 걸린 신비의 바닷길

[섬이야기 46]전남 진도군 의신면 모도

등록 2006.09.13 15:52수정 2006.09.1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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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모도로 가는 길2

모도로 가는 길2 ⓒ 김준


a 모도로 가는 길3

모도로 가는 길3 ⓒ 김준

뽕할머니도 가을을 반기는 모양이다. 모도와 회동 사이를 하얀 뭉게구름이 다리를 놓았다. 두 마을은 '신비의 바닷길'로 더욱 가까워진 마을이다. 프랑스 대사에 의해 '신비의 바닷길'로 알려지기 전에 이곳 주민들은 드러난 칫등에서 바지락을 캐 생활을 해왔다.

모도는 39호에 90여명이 살고 있는 작은 섬이다. 서남해의 섬 이름 중 띠섬(茅島)도 흔한 이름 중에 하나다. 으레 띠섬 앞에는 소가 누워있는 형국이 있어 '띠섬'은 먹이가 풍부한 섬으로 통한다. 해조류도 풍부하고 고기도 많이 나는 섬이란 의미다. 그것도 옛날 말이다.


a 모도로 가는 길1

모도로 가는 길1 ⓒ 김준

섬으로 들어가는 객선은 10여명이 겨우 탈 수 있는 작은 배로 유일한 소통로다. 어구를 하나 주문하려고 해도, 고기 한 근을 사려고 해도, 기쁜 소식을 전하는 우체부도 모두 이 작은 배를 이용한다. 주민들 중에는 선외기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외부로 출입할 때는 대부분 하루에 4차례에 의신면 초사리와 모도를 시간에 맞춰 운행하는 '새마을호'를 이용한다.

신비의 바닷길 모도에서 봐야 제대로 본다

'신비의 바닷길'을 제대로 구경하려면 모도로 들어와 뽕할머니 가족상이 있는 공원에서 회동을 건너다보아야 한다. 사실여부를 떠나 '신비의 바닷길'의 모태가 된 뽕할머니가 그렇게 하늘에 빌면서 호랑이를 피해 가족에게 가려고 했던 섬이 모도가 아닌가.

게다가 모도에는 옛날부터 모셔온 당집이 남아 있다. 진도군의 대표축제로 성장하면서 만들어진 뽕할머니 사당과 달리 모도의 당집은 매년 정월 주민들이 풍어와 안녕을 기원하며 모셔온 마을축제의 공간이다. 이 당집에는 마을주민이 그린 것으로 알려진 할머니 영정이 모셔져 있다.

a 모도의 생업인 '김 양식'을 위해 김발을 만들고 있는 주민들.

모도의 생업인 '김 양식'을 위해 김발을 만들고 있는 주민들. ⓒ 김준


a 모도 마을 모습

모도 마을 모습 ⓒ 김준

모두 능선 등산로를 따라 걷다 보면 과거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는 소나무들이 몇 그루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는 밭으로 개간을 한 탓에 멀리서 보면 민둥산처럼 보여, 섬주민들이 어려웠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이곳에 올라보면 충무공이 12척의 배로 적을 유인했던 해남 어란진의 바닷길을 내려 볼 수 있다.


모도에 전기가 들어온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호롱불을 사용하다 경운기 엔진 몇 대 구입해 5가구씩 어울려서 저녁이면 잠깐 불을 켜 TV를 시청하기도 했다. 객선으로 5분도 걸리지 않는 길이지만 주민들이 저녁에 어둠을 걱정하지 않고 생활한 것은 15년 전부터였다. 그것도 주민들이 설치비를 부담하는 바람에 가구 당 전기세를 포함해 5만 원 이상의 요금을 내고 있다.

a 모도리 뽕할머니 가족공원이 조성된 곳에서 열린 물길은 고군면 회동리로 연결된다.

모도리 뽕할머니 가족공원이 조성된 곳에서 열린 물길은 고군면 회동리로 연결된다. ⓒ 김준


a 뽕할머니 가족상

뽕할머니 가족상 ⓒ 김준

지금은 20여 호가 김 양식을 생업으로 하고 있지만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중선배를 타거나, 대나무를 쪼개서 만든 김발로 살아왔다. 이후 영호남을 강타한 사라호 태풍으로 배를 탔던 주민들이 희생을 당한 이후 중선배도 중단되었고, 미역양식이 시작되었다. 당시 일본수출이 잘 되면서 제법 소득을 올리기도 했지만 이것도 얼마가지 못했다.


그리고 시작된 것이 부류식 김 양식이었다. 지금은 300∼500책의 김 양식을 하고 있지만 몇 년째 빚만 늘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농사를 지을 땅은 한 뙈기 없고, 전복양식을 해보려고 시도했지만 이것도 자본이 만만치 않게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어민들이 양식을 하고 있어 쉽게 전환을 못하는 실정이다.

여름 끝머리이지만 아직도 날씨가 덥다. 주민들은 시원한 포구 주변 곳곳에 검은 차양 막을 드리우고 김발을 만드느라 옆에 사람이 다가가도 모른다. 어렵기는 하지만 모도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은 여전히 김 양식이다.

아니 유일한 수입원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여름부터 준비했다 추석이 지나고 찬바람이 날 때면 바다에 김발을 설치하고 이름 봄까지 매달린다. 간간이 어선어업을 해서 간재미를 비롯해 고기를 잡는 사람이 있지만 큰 수입원이 되지는 못한다.

모도의 포구에서 만난 한 주민은 '영등축제' 이야기를 꺼내자 버럭 소리를 지른다. 회동에 오는 사람들 10명중에 1명이나 모도에 올까 말까한다며, 재미는 회동이 다보고 모도는 와서 오줌이나 누고 쓰레기나 버리고 가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특별한 배려를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육지에서 하는 만큼이라도 섬(사람)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a 모도리 당집, 주민이 그린 것으로 알려진 뽕할머니 그림이 모셔져 있다.

모도리 당집, 주민이 그린 것으로 알려진 뽕할머니 그림이 모셔져 있다. ⓒ 김준


a 모도리 능선으로 만들어진 등산로, 섬을 한바퀴 돌아보는데 1시간 정도 걸린다.

모도리 능선으로 만들어진 등산로, 섬을 한바퀴 돌아보는데 1시간 정도 걸린다. ⓒ 김준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전라남도에서 발행하는 '예향남도'에 게재 된 기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전라남도에서 발행하는 '예향남도'에 게재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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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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