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미군기지확장예정지인 경기도 평택 대추리와 도두리에서 빈집 강제철거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13일 자신의 집이 철거된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는 김행정씨 뒤편으로 부서진 집의 잔해더미가 보인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아이고, 이 한복 치마… 우리 마누라가 시집 올 때 입고 온 옷인데…."
김행정(65·평택 팽성읍 대추리)씨가 흙이 잔뜩 묻은 초록색 한복 치마 저고리를 보며 울분을 터뜨렸다. 전날 산 영양제도 뚜껑을 여니 그대로다.
옷가지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세탁기, 침대 매트리스, 화장대 등이 반투명 비닐로 덮인 채 집 앞에 늘어선 것을 보니 아들뻘 되는 전경 100여명 앞에서도 저절로 눈물이 났다.
13일 미군 기지 확장 예정지인 평택 대추리에 대한 국방부의 빈집 철거가 있었던 날, 대추리 빈집들뿐만 아니라 김씨도 '날벼락'을 맞았다.
김씨가 이날 오전 아내와 함께 평택 시내 병원에 다녀온 사이 용역업체 직원들이 김씨의 집이 폐가인 줄 알고 부숴버린 것. 용역업체 직원들은 텅 빈 김씨의 집을 철거하다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라는 이웃들의 말에 작업을 멈추고 휴식에 들어갔다.
김씨는 이날 오전 6시 집을 나서 11시께 집으로 돌아왔다. 빈집 철거 소식을 듣고 혹시나 집을 부순 잔해가 집 앞 골목을 막아 농기계들의 왕래가 어려울까 걱정돼 몸이 불편한 아내를 두고 먼저 마을로 들어온 것.
원정삼거리에서 차를 막는 바람에 3km가 넘는 거리를 종종걸음으로 걸어왔다. 하지만 김씨를 기다린 것은 감쪽같이 사라진 방 3개와 길거리에 나앉은 세간들이었다.
마당에는 부서진 담벼락 더미가 펼쳐져 있었고, 트렉터와 콤바인을 세워둔 차고의 지붕은 부서진 채 농기계들 위에 널려 있었다. 부친이 물려주신 족보, 골동품뿐만 아니라 기르던 개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미군 기지 확장되면서, 하나둘 사라진 김씨의 자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