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은 '조심조심', 손학규는 '성큼성큼'

유력 대선주자의 희비... 신중식 의원 "고 전 총리 행보 만시지탄"

등록 2006.09.14 09:43수정 2006.09.1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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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고건 전 총리 등 '희망한국 국민연대' 발기인들이 8월 28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창립총회에서 희망연대 출범을 자축하고 있다.

고건 전 총리 등 '희망한국 국민연대' 발기인들이 8월 28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창립총회에서 희망연대 출범을 자축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늦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얘기가 퍼져가고 있다."

반한나라당 전선의 대항마로 고건 전 총리를 내세워야 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열린우리당을 떠나 민주당으로 옮긴 신중식 의원의 말이다. 신 의원이 줄곧 고 전 총리의 적극적인 행보와 결단을 주문해왔다는 점을 감안해도, 그가 '고건 대안론'의 초기 주창자라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신 의원은 1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희망한국국민연대(희망연대)가 정치권 진입 전 단계로는 실패라고 본다"며 "개인적으로는 최소한 준정치결사단체로 시작해야 한다고 보는데, 계속 지금처럼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그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의원들한테 엄청난 반발을 겪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계속해서 "이미 늦었지만, 야당하겠다는 각오로, 민주당과 국민중심당 그리고 그밖의 자기지지세력을 묶어낸 뒤 연내에 (대선에 대해) 뜻을 밝혀야 한다"며 "고 전 총리가 미적대면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지지자들이 외면당하고, 떨어져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의 분석여부를 떠나, 고 전 총리의 지지도가 3위 고착화를 걱정할 만큼 하락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희망연대 발족 후에도 고건 하락세

지난 8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와 공동으로 실시한 주간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고 전 총리는 18.8%를 얻어, 25.6%로 2위를 차지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오차범위를 벗어나는 차이였다(9월 4일과 5일 양일간 전국 19세이상 성인남녀 985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로 이루어졌고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


그 전 주인 9월 2일 조사에서도 고 전 총리는 21.2%를 얻어, 박근혜 전 대표(25.2%)에 이어 3위였다. 이때 지지도도 그 전주 조사결과(21.4%)보다 떨어진 것이었다.

고 전 총리가 8월 28일, 정치조직이 아니라는 선을 긋기는 했지만, 그가 대표를 맡은 희망연대를 발족시켰음에도 지지율이 떨어지는 양상인 것이다.


희망연대가 출범하기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6월 27일, 7월 25일, 8월 16일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고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표에 이어 계속 3위였다.

신 의원은 고 전 총리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비교했다. 손 전 지사가 '민심대장정' 첫 방문지로 한나라당의 최대 취약지약인 전남 장성을 택한 이후 전국을 박박기는 적극적인 행보와 적극적인 발언으로 '어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 박박기는 손학규, 지지도 5% 육박

a 손 전 지사가 충북 보은군의 지하 400미터 탄광에서 작업을 마친 뒤, 탄에 범벅이 된 모습으로 사발면을 먹고 있다.

손 전 지사가 충북 보은군의 지하 400미터 탄광에서 작업을 마친 뒤, 탄에 범벅이 된 모습으로 사발면을 먹고 있다. ⓒ 손학규 홈페이지


지난 6월 30일 민심대장정을 시작한 손 전 지사는 지난 8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마의 고지'로 불리는, 5%에 거의 육박한 4.9%를 기록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그 전 주에 비해 1.2% 가 오른 것이었다. 특히 12일 손 전 지사가 충북 보은군의 지하 400미터 탄광에서 작업을 마친 뒤, 탄에 범벅이 된 모습으로 사발면에 밥을 말아먹는 사진은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소장파 그룹인 '수요모임' 새대표를 맡은 남경필 의원은 '대선 흥행 차원'이라는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손 전 지사에게 제2의 오세훈 효과를 기대한다"는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사실상 거의 꺼져가던 불씨를 살려내고, 어느 정도의 대선 동력을 확보한 상황이다.

고 전 총리도 희망연대 출범 이후 지역민심 탐방을 대폭 늘리고 있다. 고 전 총리는 지난 4일 희망연대 차원에서 충북 충주의 유기영농조합과 경기도 화성의 한국농업전문학교를 방문했고, 이어 5일에는 성균관대 취업박람회를 찾았다.

12일에는 시화공단을 방문했고, 14일에는 그가 참여하고 있는 '미래와 경제 포럼' 차원에서 대구 성서공단과 서문시장을 방문한다. 계속해서 27일에는 전북, 28일에는 충남·대전을 거쳐 부산, 충북 등 각 지역의 '미래와 경제 포럼'과 함께, 세미나와 현장 탐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의 지역행보는 열린우리당에서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고 전 총리 쪽 전체 분위기는 신중론

서둘러야 한다는 여의도 분위기와는 달리 여전히 고 전 총리 쪽은 '그림을 크게 그려야 한다'는 신중론이 대세다.

고 전 총리의 한 측근은, 최근의 여론조사에 대해 "대권 후보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같은 여론조사 지지도는 별 의미가 없다"고 전제한 뒤, 신 전 의원의 주장에 대해 "또 그 얼굴로 다시 지역주의 정치로 돌아가자는 정치공학적이고, 폐쇄적인 정치살롱적 발상"이라며 "그렇게 해서는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희망연대 만들고 나서도 정치조직이 아니라고 하니, 도대체 정치를 하겠다는 거냐 말겠다는 거냐고 답답해 하는 구석이 있지만,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에 따라 어떻게 정치세력화할 것인가 하는 투트랙으로 가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 처럼 정치지형이 유동적인 상황에서는 빨리 가고 싶어도 못 간다. 판을 잘못짜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말했다.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오픈프라이머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경선방식만 공정하다면 고 전 총리에게도 상당히 매력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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