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동대문 운동장 주변은 좌판과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어진다.김혜원
동대문운동장을 돌아 길게 늘어선 자동차들의 경적소리, 교통정리 하는 경찰관들의 호루라기 소리, 쇼핑몰에서 흘러나오는 커다란 음악 소리와 흥정하는 사람들의 소리….
대한민국 국민이 입은 옷의 대부분이 판매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의류의 메카 동대문시장은 세상이 모두 잠이든 밤 11시경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지금이 시작입니다. 자정을 넘어서면 이렇게 한가하게 앉아서 이야기하기도 힘듭니다. 거의 전쟁통이지요. 상가마다 들어찬 인파들이 마치 출퇴근시간 지하철 속 같거든요. 사람들 속을 떠밀려 다닌다는 표현이 딱 맞습니다."
심야시각 동대문시장에 가면 사람만 한 커다란 검은 비닐봉지를 두세 개씩 메고 도매상가의 계단과 계단 사이, 층과 층 사이를 나르듯 누비는 젊은 남성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옷가게(소매점)를 하는 젊은 남성들이 저렇게 많은가 의아하게 생각하겠지만, 그들 중 대부분이 바로 '나까마'라고 불리는 사입자들이다.
"사입자는 물건을 대신 구매해주는 사람입니다. 지방 상인들이 서울에 매번 올라오려면 시간이나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소매점의 사활은 물건이 얼마나 다양하며 신상품으로 교체가 얼마나 자주 되느냐에 달렸거든요. 그런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에 맞추려면 적어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도매시장을 돌아야 하는데, 낮에 장사하고 밤에 여길 돌아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