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행사에는 3명의 감염인 증언뿐만 아니라 영상을 통해 감염인 2명도 함께 했다.공동행동
편견의 벽은 높고, 치료제 선택 폭은 좁고
김씨는 지난해 진료를 위해 방문한 동네 치과에서 쫓겨난 일을 공개했다. 그는 "의학 지식을 가진 의사들도 일반인들과 생각의 차이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감염 사실을 밝히자 나를 접수처로 데리고 나가더니 '이 병원에서는 치료할 수 없다,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하더라. '다른 환자에게 하는 것처럼 기구들을 소독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자, '(감염인 환자를 치료한) 경험이 없고, 우리 병원은 일회용 장갑조차 준비되지 않아 치료해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김씨는 지난 1994년 11월 감염 사실을 통보받았다. 현재 감염인들의 쉼터에서 간병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아무개(남·30대)씨는 "직장 내에 감염 사실이 알려지자 2주 뒤 있었던 인사이동에서 한직으로 밀려났다"며 "전에 하던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곳으로, '나가라'는 의미였다"고 직장에서 겪었던 차별을 공개했다.
강씨는 "직장 건강 검진을 받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검진을 받지 않으면 사주가 벌금을 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검진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게다가 양성 반응이라는 검사 결과가 회사로 통보돼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감염인들의 의료 접근권에 대해 "세계적으로 총 27종의 치료제가 나왔고, 국내에는 15종이 시판되고 있다"며 "치료를 위해 세 가지 약품을 섞어 쓰는 '칵테일 요법'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세 약품 중 하나라도 내성이 생기거나 부작용이 발생하면 약품을 바꿔야 하는데, 국내에는 약품이 다양하지 않아 약을 쓰는데 한계가 있다"며 "국내 감염인이 4천명이 안 돼 수익성에서 떨어지다 보니 신약을 들여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에이즈 예방법이 편견 더 키워"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이 외에도 감염인 2명의 영상 증언이 있었다. 또한 감염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 등을 담은 일반인 인터뷰 영상물도 상영됐다. 영상에 출연한 이들이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만 걸리는 병 아니냐", "동성애는 정신병"이라고 말하자 50여명이 앉아있던 관객석에서는 한숨 소리가 나기도 했다.
한편 공동행동은 7월 4일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이하 예방법)의 문제점에 대응하기 위한 감염인과 인권단체들의 공동연대기구로, "감염인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아닌 인권보호를 위해 바뀌어야 한다"며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987년 제정된 예방법은 지금까지 총 5번 개정됐고,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가 개정안을 만들어 9월 정기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공동행동은 "예방법에 따르면, 에이즈 예방을 위해 감염인은 즉시 신고하고, 주소를 옮길 때에도 별도의 신고 절차를 밟아야 하는 등 일상 생활을 감시받고 있다"며 "예방법이 오히려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더욱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