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 지역주민 삶 향상 우선

[일본도시농업연수기 2]농촌개발의 모범 - 모리노이에 코테지

등록 2006.09.18 15:17수정 2006.09.1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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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식
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이 있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보는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고 판단이 다르다는 것인데 이는 평소 마음에 담고 있던 것이 무엇이냐에 따른다고 본다.

일본 도시농업 연수에서 보고 배우게 된 것들도 따지고 보면 망가질 대로 망가진 한국농업의 장래에 대한 걱정의 내용과 방향이 무엇이었느냐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일본연수에 전라북도 농업정책과 공무원들이 같이 갔었다면 또 다른 시각의 평가가 나올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가노 현의 동북부에 위치한 ‘모리노이에 코테지’에 들러 이틀 동안 주변을 둘러보면서 든 생각이 이런 것이었다.

필자는 농촌개발의 모범이 되는 표본을 본 느낌이었는데 농업정책담당 공무원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전희식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전북 완주군 고산에 있는 자연휴양림 정도로 보였다. 진안의 운장산휴양림이나 장수의 와룡휴양림도 겉모습은 비슷하다. 다양한 크기로 지어진 통나무 숙소에 짐을 풀 때 까지만 해도 큰 기대를 해 볼만 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나가노 현에서 파견된 공무원인 관리 책임자의 모리노이에 지역에서 벌이고 있는 그린투어리즘 브리핑을 들으면서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20여분 동안 영상화면을 본 다음 한 시간 정도의 그린투어리즘 소개 말씀이 있었는데 책임 공무원의 브리핑이 화근(?)이 되었다. 이후 참석자들의 질문이 밤 11까지 계속되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그 공무원의 공로가 크다. 그 공무원 공로라기보다 지방정부의 정책이 그러했던 것이다.

그의 첫마디는 환경을 보호하고 지역 원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 그린투어리즘의 우선적인 목표라는 것이었다. 모든 개발은 철저히 지역의 전통을 살려내고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는데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시골의 진짜 맛과 힘이 제대로 발휘 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살아남는다는 것이었다. 듣다보니 저 사람이 어디 환경단체에서 파견된 간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더욱 가관인 것은 많은 사람들이 머무르는 그곳에 식당도 없고 음료수 한 병 살 매점도 없다는 것이었다. 이번 여름 고산휴양림의 내부 식당에서 먹고 매점에서 물건을 샀던 기억이 생생한 필자는 좀 의아했다. 지역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들을 주 메뉴 중심으로 안내 해 줄 때 비로소 그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식당까지는 차량을 이용 할 수도 있었다. 지역민들의 소득향상을 이렇게 배려하는 것이었다.

전희식
지금도 전북 무주군 안성면에는 기업도시가 들어오는 문제로 골프장 반대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완주군 봉동 석산개발은 군수가 바뀌었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 내 고향인 경남 함양에는 대규모 스키장과 골프장이 들어서기 위한 토지 수용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지역 내 갈등이 커지는 보았기에 필자는 개발과정에서 빚어지는 주민과의 대립이나 주민간 갈등에 대해 묻게 되었다.

이곳의 개발은 주민 땅을 매수하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장기 임대를 하기도 하는데 임대료는 시가의 몇 배를 보장한다고 했다. 기업에게 개발과 관리를 맡기는 경우는 없고 지방정부가 직접 법인을 설립하여 추진하고 원주민이 운영에 직접 참여 할 수 있게 하여 대립은 거의 없다고 했다.

이튿날은 근방의 ‘마츠모토’시로 이동하여 체재형 시민농원을 둘러보았다. 그곳은 자그마한 정원이라는 뜻의 ‘그라인 가루텐’이라 불리는데 직접 살면서 1년 단위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라인 가루텐의 운영이 재미있었다.

'친척집 맺기'와 '농산물 축제'가 있는데 체재형 농장에 사는 도시인들이 도시의 다른 사람들과 임시 친척이 되어 주말이나 휴가 때 놀러 오게 하는 장치다. 농산물 축제 때는 며칠씩 대규모 문화행사가 곁들여지는데 그라인 가루텐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절대 내 놓을 수 없다고 한다. 지역 농민들의 지역 농산물만 내 놓을 수 있다. 지역민에 대한 보호가 대단했다.

체재형 농장 1년 이용료 200만원 남짓
계절별 소식지 발행

▲ 체재형 농가 텃밭에 설치된 소형비가림 장치
모리노이에 코테지는 농촌체험과 도농교류의 종합 패키지 같았다. 우리의 휴양림은 주로 숙박과 삼림욕이지만 이곳은 지역의 특성과 자연환경을 잘 살려서 패키지로 묶어 놓은 것으로 보였다. 농사체험, 등산, 스키, 온천, 숙박, 삼림욕, 지역 농산물 구매, 문화행사 등이 연동되어 있었다.

지역 특산물 중에 일본도가 있는데 장인이 일본도를 만드는 전 과정이 자체 소식지에 생생하게 나와 있었다. 타블로이드판 20페이지의 소식지가 계절별로 발행된다.


이곳 소식지에 소개되는 농산물과 지역특산물은 제품마다 생산자 정보가 있고 전화번호까지 다 적혀있다.

쇼핑몰 한군데서 제품을 구매 할 수도 있지만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게 되어 만들어 놓은 것이다.

마츠모토시의 체재형 농장에는 집에 딸린 자그마한 농장에 쓰임새가 맞도록 각종 농자재가 보급되고 있었다. 터널형의 작은 비 가림 하우스가 특히 눈에 띄었다. 우리처럼 대형 시설 하우스가 아니라 작목에 맞게 아기자기한 비 가림이 되도록 만든 자재들이었다.

토마토나 오이, 수박 등에는 또 그만한 크기의 알루미늄 지지대들이 터널형으로 꽂게 되어 있어서 벌레가 덤벼들지 못하게 방충망을 씌우면 되었다. 마츠다 시에서 본 토시 텃밭과 도시농장에도 이런 장치가 눈에 띄던 것이었다.

20평 남짓 되는 2층 통나무집이 텃밭까지 딸려서 1년 이용료가 우리 돈으로 200만원 정도였다. 1년 단위로 4회 더 연장 할 수도 있다고 한다. 도시인들을 농촌 생활에 직접 끌어 들이는 주요한 장치처럼 보였다. / 농주(農住 또는 濃酒)

덧붙이는 글 | <전북일보> '특별기획' 난에 전면에 걸쳐 연재되고 있는 일본도시농업연수기 입니다. 이 글은 9월 14일에 두번째로 실린 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전북일보> '특별기획' 난에 전면에 걸쳐 연재되고 있는 일본도시농업연수기 입니다. 이 글은 9월 14일에 두번째로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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