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식
지금도 전북 무주군 안성면에는 기업도시가 들어오는 문제로 골프장 반대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완주군 봉동 석산개발은 군수가 바뀌었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 내 고향인 경남 함양에는 대규모 스키장과 골프장이 들어서기 위한 토지 수용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지역 내 갈등이 커지는 보았기에 필자는 개발과정에서 빚어지는 주민과의 대립이나 주민간 갈등에 대해 묻게 되었다.
이곳의 개발은 주민 땅을 매수하기만 하는 것도 아니고 장기 임대를 하기도 하는데 임대료는 시가의 몇 배를 보장한다고 했다. 기업에게 개발과 관리를 맡기는 경우는 없고 지방정부가 직접 법인을 설립하여 추진하고 원주민이 운영에 직접 참여 할 수 있게 하여 대립은 거의 없다고 했다.
이튿날은 근방의 ‘마츠모토’시로 이동하여 체재형 시민농원을 둘러보았다. 그곳은 자그마한 정원이라는 뜻의 ‘그라인 가루텐’이라 불리는데 직접 살면서 1년 단위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라인 가루텐의 운영이 재미있었다.
'친척집 맺기'와 '농산물 축제'가 있는데 체재형 농장에 사는 도시인들이 도시의 다른 사람들과 임시 친척이 되어 주말이나 휴가 때 놀러 오게 하는 장치다. 농산물 축제 때는 며칠씩 대규모 문화행사가 곁들여지는데 그라인 가루텐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절대 내 놓을 수 없다고 한다. 지역 농민들의 지역 농산물만 내 놓을 수 있다. 지역민에 대한 보호가 대단했다.
| | 체재형 농장 1년 이용료 200만원 남짓 | | | 계절별 소식지 발행 | | | |
| | | ▲ 체재형 농가 텃밭에 설치된 소형비가림 장치 | | 모리노이에 코테지는 농촌체험과 도농교류의 종합 패키지 같았다. 우리의 휴양림은 주로 숙박과 삼림욕이지만 이곳은 지역의 특성과 자연환경을 잘 살려서 패키지로 묶어 놓은 것으로 보였다. 농사체험, 등산, 스키, 온천, 숙박, 삼림욕, 지역 농산물 구매, 문화행사 등이 연동되어 있었다.
지역 특산물 중에 일본도가 있는데 장인이 일본도를 만드는 전 과정이 자체 소식지에 생생하게 나와 있었다. 타블로이드판 20페이지의 소식지가 계절별로 발행된다.
이곳 소식지에 소개되는 농산물과 지역특산물은 제품마다 생산자 정보가 있고 전화번호까지 다 적혀있다.
쇼핑몰 한군데서 제품을 구매 할 수도 있지만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되게 되어 만들어 놓은 것이다.
마츠모토시의 체재형 농장에는 집에 딸린 자그마한 농장에 쓰임새가 맞도록 각종 농자재가 보급되고 있었다. 터널형의 작은 비 가림 하우스가 특히 눈에 띄었다. 우리처럼 대형 시설 하우스가 아니라 작목에 맞게 아기자기한 비 가림이 되도록 만든 자재들이었다.
토마토나 오이, 수박 등에는 또 그만한 크기의 알루미늄 지지대들이 터널형으로 꽂게 되어 있어서 벌레가 덤벼들지 못하게 방충망을 씌우면 되었다. 마츠다 시에서 본 토시 텃밭과 도시농장에도 이런 장치가 눈에 띄던 것이었다.
20평 남짓 되는 2층 통나무집이 텃밭까지 딸려서 1년 이용료가 우리 돈으로 200만원 정도였다. 1년 단위로 4회 더 연장 할 수도 있다고 한다. 도시인들을 농촌 생활에 직접 끌어 들이는 주요한 장치처럼 보였다. / 농주(農住 또는 濃酒) | | | | |
덧붙이는 글 | <전북일보> '특별기획' 난에 전면에 걸쳐 연재되고 있는 일본도시농업연수기 입니다. 이 글은 9월 14일에 두번째로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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