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서 모양 나게 살려니, 부작용이...

달내일기(62) - 연못을 만들다

등록 2006.09.20 13:59수정 2006.09.2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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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손수 만든 연못
필자가 손수 만든 연못정판수
가끔씩 찾아오는 손님들로부터, '집 지은 지 1년이 넘어서 그런지 이제 짜임새를 갖춰가는 것 같다'는 말을 듣는다. 그런데 우리 입장에선 전보다 특별히 더 공을 들인 게 없다. 새로 짓거나 만든 것도 없다. 그런데도 그런 말을 들었으니….


그래도 나름대로 애를 썼고 변화를 준 게 딱 하나 있다. 바로 연못이다. 연못을 만들려고 마음 먹은 건 옆동네인 '늘밭마을'에 도시에서 직장생활하다가 시골에 뜻을 두고 귀향한 젊은 사람이 키우는 연꽃과 부레옥잠 하우스를 다녀온 뒤였다. 피어난 부레옥잠화와 연꽃이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연못 만들 곳을 찾다가 잔디밭 한가운데를 팠다. 만들기 전에 몇 사람으로부터 물이 새지 않도록 바닥을 시멘트로 바르거나 비닐을 깔라는 충고를 들었는데 그러면 죽은 연못이 된다고 생각돼 맨땅을 그대로 뒀다. 마당의 흙이 진흙 성질이 강해 물이 잘 빠지지 않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물이 많이 빠져나갔다. 하루에 두 번씩 물을 채워줘야 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 정도야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연꽃과 부레옥잠, 생이가래, 물수세미, 물배추도 사거나 얻어다 심었다. 미꾸라지도 5000원어치 사다 넣었다. 구색을 갖추니 제법 연못다워졌다.

연못 만든 뒤, 문제 있는 '손님'이 찾아왔다

왼쪽은 반가운 손님 참개구리, 오른쪽은 반갑지 않은 뱀이 드나드는 구멍(19일 발견했음).
왼쪽은 반가운 손님 참개구리, 오른쪽은 반갑지 않은 뱀이 드나드는 구멍(19일 발견했음).정판수
연못을 만든 뒤 가장 큰 문제는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는 것이었다. 가장 먼저 개구리가 찾아왔다. 이제 시골 아니면 볼 수 없는 참개구리들이었다. 개구리가 연못을 찾아오는 거야 당연한 이치. 그건 오히려 반가운 일이었다. 그러니까 반가운 손님인 셈이다.


개구리가 터를 잡자마자 곧이어 찾아온 '문제 있는 손님'이 바로 뱀이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뱀이 살 수 있는 최고의 터전이 바로 연못이라니…. 연못엔 언제나 들락거릴 수 물이 있고, 먹잇감인 개구리와 미꾸라지가 있고, 또 허물을 벗을 때 이용할 돌들이 있었다.

직장에 걸려온 전화를 타고 아내의 놀란 듯한 소리를 들었을 때만 해도 솔직히 나도 좀 겁이 났다. 뱀이라니! 어릴 때야 뱀을 잡아 목에 두르기도 했지만 이제는 징그럽다. 아니 솔직히 무섭다.


나도 녀석을 보았다. 내가 본 건 큰 녀석 한 마리뿐이었지만 아내는 새끼까지 보았다 한다. 그러니 놀러오는(?) 녀석이 한 마리가 아닌 건 분명하다. 우리 집에 놀러온 진짜 손님들도 본 적 있다 한다. 가만두면 더 늘어날지 모른다. 녀석들이 저희들 동네에 가서, 놀기 좋은 곳이 있다고 친척이나 친구들을 불러 모으면 말이다.

현재 연못에서 자라는 수생식물들
현재 연못에서 자라는 수생식물들정판수
대책을 세워야 했다. 그런데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한다. 인터넷을 검색해 봐도 아는 이에게 물어봐도 그랬다. 고작 들은 건 연못 주변에 농약을 치면 된다는 것. 세상에 농약을 뿌리다니…. 매실이나 토마토를 재배할 때도 무와 배추 심었을 때도 뿌리지 않았는데….

실효도 의심스러웠지만 농약을 치면 뱀뿐만 아니라 미꾸라지도 개구리도 나중에는 연꽃, 부레옥잠, 생이가리, 물수세미, 물배추도 끝장날 텐데….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딴 방법은 떠오르지도 않고….

세상사는 이치가 결국 이런 건가. 한 가지를 얻으려면 다른 한 가지는 잃어버려야 한다는 것. 연못을 만들면 모양이야 그럴 듯해 보이나 얼마나 많은 손이 가는지, 만든 사람 열 명 중 아홉 명은 후회한다는 선배의 말이 가슴 깊이 와 닿은 하루였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 ‘달내마을 이야기’에 나오는 ‘달내마을’은 경주시 양남면 월천마을을 달 ‘月’과 내 ‘川’으로 우리말로 풀어 썼습니다. 예전에는 이곳이 ‘다래골(다래가 많이 나오는 마을)’ 또는 ‘달내골’로 불리어졌답니다.

덧붙이는 글 제 블로그 ‘달내마을 이야기’에 나오는 ‘달내마을’은 경주시 양남면 월천마을을 달 ‘月’과 내 ‘川’으로 우리말로 풀어 썼습니다. 예전에는 이곳이 ‘다래골(다래가 많이 나오는 마을)’ 또는 ‘달내골’로 불리어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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