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웃겼던 '감'이야기, 나를 반성하다

등록 2006.09.20 18:20수정 2006.09.2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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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고 난 뒤 꾸벅꾸벅 자꾸만 밀려오는 잠을 쫓느라 애를 쓰고 있는데, 난데없이 옆에 있던 직원 한 분이 키득키득 웃기 시작합니다. 가뜩이나 졸려 죽겠는데, 핑계 김에 잠도 쫓을 겸 무슨 일인가 싶어 옆에 다가갔습니다.


뭐가 그리 재미있느냐고 묻자 직원 분이 컴퓨터 화면을 가리킵니다. 뭐야? 고개를 숙이고 들여다보니 강원도 시골 마을에서 목회 활동을 하시는 어느 목사님의 글이었습니다.

'충분히 헤아리지 못하면'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글 서두에는 멀리 있는 친구가 웃으라고 보내 준 이야기라며, '감' 이야기라고 써 있었습니다.

제가 막 읽으려고 하는 그 순간에도 직원 분은 계속해서 키득키득 웃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인데 저리도 웃을까 궁금증이 더해 가면서 저도 한 줄 한 줄 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직원 분처럼 키득키득 웃음이 나옵니다. 정말 웃겨 죽는 줄 알았습니다. 단숨에 쭉~ 읽고 나서는 나오는 웃음을 참을 길이 없었습니다. 무슨 내용이냐고요? 자, 그럼 웃긴 '감' 이야기를 잠시 소개하겠습니다.

감이 있었답니다. 그런데 그 감은 못 생겨서 친구들이 감자라고 불렀습니다. 감은 친구들이 자기를 감자라고 부르는 소리를 너무너무 싫어했는데, 그래도 친구들은 계속 감자라고 놀려댔던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감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답니다. 친구들이 문병을 갔는데 의사가 친구들에게 주의를 주었습니다.

"지금 감은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감을 흥분하게 해서는 안 되고, 상처를 주어서도 안 됩니다. 감을 자극하는 모든 언행을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자극적인 말을 듣고 감이 흥분을 하게 되면 이내 홍시가 되어서 터져 죽게 될 거라고 단단히 친구들에게 일렀습니다. 의사의 말을 들은 친구들은 감을 만나 그동안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며 놀린 거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게 용서해 줘, 앞으로는 친하게 잘 지내자, 많이 아프지, 얼른 나아서 같이 놀자. 여러 가지 말로 감을 위로하며 용서를 구했습니다.

그래도 감은 그동안 서운한 게 많았던 탓인지 눈을 감고는 병원을 찾아온 친구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대꾸도 하지 않았답니다. 그러자 한 친구가 감에게 다가가 귀에다 대고 조용히 말했습니다.

"감, 자?"

눈을 감고 있던 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의사가 경고한 대로 흥분이 되어 이내 홍시가 되어서 터져 죽고 말았답니다.


웃었지만, 그 속에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메시지가...

웃긴가요? 유치하다고 하실 분도 있겠지만, 아무튼 저는 이 글을 읽고 진짜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그런데요, 한 번 읽고 두 번 읽고 세 번 읽을 때에는 웃음 보다는 목사님이 진정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알 것 같았습니다.

목사님은 글 끝에서 짧게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은 꼭 나쁜 말을 통해서만이 아닙니다. 상대의 마음과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하고 하는 말들은 말하는 사람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얼마든지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습니다'라고 적으셨습니다.

a 처음에는 너무도 웃겨 웃느라 정신 없었지만 곱씹어 보니 '나는 내 아들과 딸을 비롯해 과연 내 주위에 있는 분들에게 상처를 준 말을 한 적이 없는가?' 반성을 해 봅니다.

처음에는 너무도 웃겨 웃느라 정신 없었지만 곱씹어 보니 '나는 내 아들과 딸을 비롯해 과연 내 주위에 있는 분들에게 상처를 준 말을 한 적이 없는가?' 반성을 해 봅니다. ⓒ 장희용

너무도 웃긴 나머지 맨 끝에 짧게 써 내려간 세 줄의 그 내용을 미처 보지 못하고 마냥 웃기만한 제 자신이 갑자기 부끄러워졌습니다.

목사님이 진정 전하고 싶었던 것은 웃음이 아니었습니다. 타인에 대한 존중, 상대방의 마음과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하고 하는 말들이 그 사람에게는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를 알려주는 무겁고도 엄중한 메시지였습니다.

반성하는 마음으로 잠시 생각에 접어듭니다. 나는 과연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들을 아무런 생각 없이 한 적은 없을까 하고 말입니다. 기억을 되짚어 보니 내 아내에게, 내 아들과 딸에게, 내 직장 동료에게, 직장 부하 직원에게 적지 않은 상처를 주는 말을 한 적이 꽤나 많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은 분명 상처를 받았을 겁니다. 목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아무 생각 없이 불쑥 내뱉은 말들로 인해 어떤 경우에는 어쩌면 평생 간직할 수도 있는 마음의 상처를 주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가장 소중한 것, 바로 '이해와 존중'이라는 말을 새삼 가슴에 깊이 새깁니다.

여러분께서는 그런 적이 없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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