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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민변 등 19개 인권단체들은 주한 필리핀 대사관 앞에서 필리핀에서 끊이지 않고 있는 활동가들의 살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박지훈
"필리핀 정부는 살인과 납치 등 인권탄압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아로요 대통령은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과 탁신 태국 총리 사태에 경각심을 느껴야 할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19개 국내 인권단체들은 21일 주한 필리핀 대사관 앞에서 필리핀 내 인권활동가와 시민에 대한 계속되는 암살과 필리핀 정부의 미온적 수사 태도에 대해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인권단체들은 올해 들어 75명이 살해당하고 25명이 실종됐지만 필리핀 정부는 소극적 수사를 하면서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희생자 대부분이 농민, 노동자, 변호사, 인권활동가, 성직자, 기자들을 포함한 일반 민중들”이라면서 “살해 된 이들이 군대와 경찰로부터 협박을 받았던 점을 비춰볼 때 필리핀 정부가 암살에 깊이 개입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아로요 정권이 인권탄압으로 악명 높던 마르코스 대통령에 버금간다며 △필리핀 정부의 인권탄압 중단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인권·노동·농민·정치운동 보장 △필리핀 공산당과 체결한 평화협정 이행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 세계 15개국 12개 도시 필리핀 대사관 앞에서 다른 국가 인권단체들이 항의시위하고 있으며 필리핀 내에서도 최소 1만여 명이 시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내 필리핀 공동체인 카사마코의 활동가인 마크씨는 “오늘 아침에 또 1명이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탁신 총리 사태에서 보여주듯 민중을 계속 억압하면 아로요 정권이 심판 받을 날이 멀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인권단체들은 오는 25∼29일까지 매일 오후 3∼5시까지 인사동 입구에서 필리핀에서 살해당한 희생자들의 사진전, 필리핀 정부에 보내는 항의서명 운동, 후원금 모집 거리캠페인을 펼칠 계획이다.
한편 필리핀 정부는 ‘자유수호작전’이란 이름 하에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호응하며 미국과 합동 군사작전을 펼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아로요 정부는 1992년 ‘국가보안법’을 개정한 뒤 평화 협상을 진행해 오던 필리핀 공산당 등 공산주의 계열 단체들을 2005년 6월 불법 단체로 규정, 완전 궤멸이라는 기치 아래 전면전에 나섰다.
나아가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단체들을 공산주의로 낙인찍고 무력으로 진압하고 있으며 그 과정 중에 살인, 실종, 인권탄압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이런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결백하다고 주장하지만 필리핀 내 인권단체들은 “사건 발생 전 경찰이나 군부에서 피해자를 협박했다”며 정부의 암살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필리핀 정부는 멜로위원회라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한 상태지만 구성원 대부분이 정부 편향 인사가 포진해 중립성을 의심받고 있는 상태다.
필리핀 인권단체가 집계한 조사에 따르면 2001년 아로요 정부가 집권 후 현재까지 총 752명이 살해당했다. 살해 수법은 대부분 복면의 오토바이를 탄 무장괴한에게 총을 맞고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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