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성추행 가해자 얼굴 올려라"

'할러백 NYC', 성추행 가해자 사진 올려... 하루 방문 1500회

등록 2006.09.21 19:34수정 2006.09.2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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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ollabacknyc.com
[이지민 객원기자] 최근 세계적인 페미니스트 잡지 <미즈(MS.)>는 거리의 성추행 가해자에 대응하는 새로운 풀뿌리 운동단체 '할러백 NYC(Holla Back NYC)'에 대해 다뤘다.

할러백 NYC는 "거리에서 성추행을 당하면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고 가해자의 얼굴을 찍어라. 그리고 가해자의 얼굴 사진을 할러백 NYC 홈피에 올려 공개하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할러백 NYC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뉴욕 및 여러 도시에서 올라온 가해자의 사진과 스토리를 볼 수 있다.

할러백 NYC는 이러한 자신들의 운동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 "성추행 가해자의 사진을 공개하는 것은 가해자를 구속하거나 처벌하려는 의도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 운동의 목적은 여성들이 거리에서 타인에 의해 성적인 대상이 되었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에서 벗어나 다른 방법으로 대응을 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할러백 NYC의 창립자 7명 중 한 명인 에밀리 메이(25)는 "거리에서 성추행을 당하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가해자에게 소리 질렀을 때 기분은 참담했다"면서 "그러나 이 운동을 시작하면서 더 이상 희생자라는 기분은 들지 않는다"고 밝힌다.

할러백 NYC는 2005년 여름, 거리의 성추행 가해자들이 단순히 무시되거나 용인되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낀 20대 청년(여성 4명, 남성 3명) 7명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개설된 지 1년 여밖에 안 됐지만 할러백 NYC 사이트는 하루 평균 1500회 방문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젠 본거지인 뉴욕뿐만 아니라 보스턴·워싱턴 등 미국 전역, 호주, 캐나다, 유럽연합 등 세계 각국이 할러백 NYC 사이트를 개설해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할리백 NYC 창립자 7명
할리백 NYC 창립자 7명여성신문
할러백 NYC는 거리에서 벌어지는 성추행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다른 시민운동 및 비영리단체와도 적극 교류하고 있다. 일례로 인도에서는 'The Blank Noise Project 운동'에 동참, 여성의 복장 때문에 성추행이 일어난다는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해 실제 여성들이 성추행을 당했을 때 입고 있던 의복을 전시하는 행사를 주관한다.


<성추행과 성추행 가해자에게 대처하고 이를 막는 법>의 저자인 마티 랭글랜은 이러한 시민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대부분의 도시에선 거리 성추행에 대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법으로 다루기 어렵다. 워싱턴과 같이 법적 규제가 있는 도시에서도 경찰들은 뚜렷한 위협을 목격하기 전에는 거리 성추행에 관여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에밀리 메이는 "이번 운동을 통해 거리에서 벌어지는 여성에 대한 성추행이 직장 내 성추행과 같이 중대한 여성운동의 이슈로 편입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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