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이요? 빚 갚을 돈도 없는데...

[재무설계로 재테크 뛰어넘기⑮] 빚 갚는 데도 전략이 있다

등록 2006.09.25 10:15수정 2006.09.2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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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판교 신도시 견본주택 전시장에서는 계약금 대출 상담이 한창이다(자료사진)

판교 신도시 견본주택 전시장에서는 계약금 대출 상담이 한창이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안홍기

[사례]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A씨. 아내와 맞벌이해 꽤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주변의 재테크 권유에 전세 끼고 나머지 금액을 대출받아 주택을 구입하고 본인은 월세로 살면서 상여금이 생겼을 때 그때그때 원금을 상환하여 대출원금은 많이 줄여가고 있다. 그러나 욕심 많은 A씨는 대학원에도 다니고, 남들 하는 행사는 모두 치르며 생활하다 보니 오히려 담보대출은 갚고 신용대출을 만들고 말았다.

사치를 하는 것도 아니고 남들 수준에만 맞추어 생활했는데도 오히려 부채가 증가한 원인을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저축은 엄두도 못 내고 돈이 생기는 대로 빚만 갚는 생활에 지쳐 있는 A씨. 주변에서는 그래도 내 집이 있고 좋은 직장에 맞벌이를 하지 않느냐며 부러운 시선을 보내지만 누구와 상의도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묻지마 재테크'가 '빚잔치' 부른다

A씨는 단순히 주택가격이 오르지 않은 것을 원망할 수 있으나 그와는 별개로

① 무작정 저지르기식 재테크
② 부채와 자산의 명확한 구분 미흡
③ 유동성을 고려하지 않은 재무구조
④ 체계적이지 못한 부채상환
⑤ 재무목표에 대한 이해 부족


이라는 다섯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빚은 빚이다. 빚은 남의 돈이고 남의 돈을 쓸 때는 최악의 경우 못 갚을 때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빚을 자산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A씨의 경우 집이라는 자산을 가지고 있지만 임차보증금과 담보대출금, 신용대출금을 모두 제하면 오히려 순자산이 마이너스인 상태이다.


현재로서 A씨가 플러스 재정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집값이 오르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지만 그것은 자신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결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집값이 오른다 하더라도 쉽게 매각이 되지 않을 경우, 또는 이직·전직으로 소득이 감소할 경우 지급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다.

최악의 경우엔 이자비용은 비용대로 날리고 집은 경매처분되는 '흑자도산'에까지 몰릴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저질러놓고 대출금을 상환해 가는 것이 돈을 모으는 방법이며, 최소한 집은 남는다는 사고방식은 직업의 안정성이 보장되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던 과거 이야기이다.


빚을 얻어서라도 반드시 내 집 마련을 해야겠다면 기본적으로 금융자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후 상환여력과 조건을 확인하고 나서 자신의 소득수준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대출을 받아야 한다.

특히 신용카드 빚을 사용할 때 지출의 지연이라 생각하고 빚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신용카드는 그야말로 '외상인생'이다. 카드대금에 대한 한달 이자를 생각하기보다는 빚 없이 살아가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부자가 되는 길이다. 카드대금을 카드 '빚'으로 보는 관점이 매우 중요하다. 빚을 안 지고 살 수는 없으나, 빚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체계적인 부채상환계획을 세우자

이왕 빚을 졌다면 상환전략을 세워야 한다. 흔히 빚 갚는데 모든 자금을 올인하거나 무조건 이자만 지급하며 상환을 뒤로 미루어놓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두 가지 모두 잘못된 생각이다.

전자의 경우는 A씨와 같이 다른 필요자금에 의해 추가대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후자의 경우는 빚을 빚으로 여기지 않고 단순히 이자비용만을 고정비용으로 여겨 상환불이행 가능성이 높다.

▲장기담보대출= 장기 대출의 경우 '원리금균등상환방식'이나 '원금균등상환방식'을 택하면 싫든 좋든 자연히 원금이 줄어들게 되어 있으나 가장 문제가 되는 경우는 '만기일시상환방식'을 선택했을 경우이다.

1억원을 대출받았을 때 이자금액 비교 (단위: 만원, 대출금리: 6%, 기간 10년)

만기 일시상환

원리금 균등상환

원금 균등상환

월부담

금액

월부담이자

이자

합계

월부담

금액

월부담

이자

이자

합계

월부담

금액

월부담

이자

이자

합계

50

50

6,000

111(일정)

50(최초)

3,322

133(감소)

50(최초)

3,025

ⓒ 이성호

1억원을 대출받았을 경우 표와 같이 초기 부담은 원금균등상환방식이 제일 크지만 5년 이후부터는 원리금 균등상환방식보다 부담 금액이 적어지기 때문에 원금 균등상환방식이 가장 이로운 방식이다.

장기 모기지론이나 주택담보대출은 대부분 원리금 균등상환방식을 택하고 있으므로 기간의 선택이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무리하게 기간을 줄이는 것보다는 자신의 은퇴시기를 예상하여 은퇴예상시기보다 5~10년 이전에 상환완료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짜야 한다.

▲단기신용대출= 단기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은 상환 자체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신용대출은 만기가 대부분 1년으로, 특별한 신용상의 문제만 없으면 자동연장이 가능한데 오히려 이러한 자동연장 때문에 상환이 더 어렵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신용도가 다소 떨어져서 연장할 때 일정부분을 갚아야 하는 경우에 오히려 빚이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a 마이너스 통장 등 단기신용대출은 상환이 어려워 부채의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자료사진)

마이너스 통장 등 단기신용대출은 상환이 어려워 부채의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심지어 다른 저축을 하는 것보다 대출금리가 높다는 강박관념에, 여유자금이나 아예 급여 자체를 마이너스 통장에 이체해 놓고 여기서 생활비 및 필요자금을 인출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마이너스 통장 이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금리로만 따진다면 유리한 게 사실이지만 빚을 갚고 또 빚을 지는 악순환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부채 상환은 지속적으로 갚아나간다는 습관의 문제이다.

대부분 신용대출은 조기상환시 수수료를 지불하게 되므로 매월 이자만 내면서 나머지 여윳돈은 따로 저축해 나가는 것이 좋다. 이 저축의 목적은 부채상환으로 명확히 못을 박아놓고, 필수생활자금과 비상예비자금에 할당할 금액을 제외하고 상환기간을 정하여 그 기간에 반드시 상환해야 한다.

한도까지 다 쓴 마이너스통장은 더 사용하지 말고 오직 상환용 자금과 이자만 매월 납입해야 한다. 그 이외의 자금을 불입해서도 안 되고 인출은 더더욱 안된다.

체계적인 부채상환이란 무조건 빚부터 갚고 보는 것이 아니라 부채 발생 가능성을 차단시켜 놓고 상환 가능한 금액을 갚아 나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비상예비자금과 다른 재무목표의 설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A씨의 경우 모든 재무목표를 담보대출상환에만 한정해놓고 있고 대학원 등록금, 아이 돌잔치 비용, 품위 유지 등에 필요한 자금을 신용대출로 사용하다보니 빚이 눈덩이처럼 늘어나게 된 것이다.

평생 빚만 갚으며 살 순 없다!

현대 사회는 좋게 말해 신용사회이고, 나쁘게 말해 서민에게 빚 권하는 사회이다.

카드빚으로 생활비 사용하여 다음달에 갚고, 모기지론으로 대출받아 주택 구입하여 경제활동기간 내내 빚 갚는데 열중하고, 다시 그 주택으로 역모기지론 대출받아 노후를 보내는 구조가 되어 버렸다. 하물며 신용카드, 모기지론, 역모기지론 등등에 세제혜택까지 부여하여 권장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일생을 빚에 허덕이며 그때그때 상황에 허둥대며 보낼 수는 없다. 빚은 가능하면 지지 말고 이왕 빚이 생겼다면 좀 더 합리적으로 계획을 수립하여 빚은 빚대로, 생활은 생활대로, 행복은 행복대로 추구하는 멋진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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