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엔 재래시장 에서 장 보세요!

재래시장 돌아보니 명절준비 알차네

등록 2006.09.22 21:41수정 2006.09.22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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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굳이 아파트 단지가 아니더라도 대형 마트나 백화점에 밀린 재래시장엔 주부들의 발길조차 뜸하다. 하지만 아직도 재래시장만을 고집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재래시장을 잘 활용하면 실속있는 명절을 날 수 있다고 한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찾을 수 없는 재래시장만의 장점을 찾아 장을 보는 알뜰주부들의 장보기를 엿보자.


일산, '일산시장'

옛날엔 백석을 중심으로 탄현 입구까지 이어졌다는 본일산 중심가에 자리한 일산시장. 신도시 어느 지역이나 그렇지만 일산만큼 대형 마트나 백화점이 밀집한 지역도 없다. 그런 곳에서 재래시장이 살아남을 수 있는 건 그래도 옛 추억을 잊지 않고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어 그나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47년간을 한자리에서 옷장사를 해왔다는 '화수상회' 주인은 전한다.

각종 옷은 물론 아이들 한복도 팔고 있는데, 보통 아이들 옷은 제품 나름이지만 한 벌에 삼사 만원 정도 하는 것도 지금은 사주는 사람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한산하다고 한다. 대부분이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가 더 싸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겠지만 장을 보러 나선 길에 아예 아이들 옷도 함께 사주기 때문인 것 같다고. 그래도 가끔 잊지 않고 들러주는 젊은 새댁들을 보면 매우 고마워 가격도 더 깎아주고 싶단다.

a 신발가게

신발가게 ⓒ 김영진

재래시장엔 값싸고 질 좋은 물건들 많아요.

옷집, 신발가게, 닭집, 기름집, 채소가게, 각종 반찬가게, 양념가게 등 없는 것 없이 다 있는 시장이지만, 자신이 필요한 물건들을 잘 고를 수 있는 곳을 평소 눈여겨 봐두는 것도 시장보기 요령 중 하나. 아이들 운동화도 백화점이나 전문매장에선 십여 만원도 훨씬 호가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아직도 재래시장 신발가게에선 일만원에서 이만원이면 아주 쓸만한 물건을 살 수 있다.


건어물 상회에 들러보니 그야말로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 명태포, 대추, 곶감, 밤, 잣 같은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문어 말린 것, 약과, 한과 등에 이르기까지 추석명절에 쓰일만한 제수 구입도 한자리에서 모두 해결될 듯하다. 포 한 마리엔 2천원부터 조금 나은 것은 3천원에 판매된다고.

재래시장만의 자랑을 꼽으라면 어떤 것을 들겠느냐고 건어물가게 아저씨에게 물으니 "주부들이 잘 모르는게 있어요. 보통 대형 마트에 가면 내가 사고 싶은 물건을 사고 싶은 만큼 잘 나누어 놓은 것도 그렇고 자연 단위가 적다 보니 가격이 싼 듯하지만 실제로는 가격을 비교해보면 시장보다 훨씬 비산 경우가 대부분이죠."라고 말한다.


그저 편한 것만 생각하지 말고 내가 꼭 필요한 걸 사기 위해 조금만 발품을 팔고 눈여겨 살펴보다 보면 가격도 싸고 신선한 우리 농산물이나 물건들을 싸게 살 수 있는 곳이 재래시장 이란다.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정육점도 고기 부위별로 잘 세분해 놓아 대형 마트 못지않게 손쉽게 비교해보고 살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번 추석을 대비해 진열해 놓은 진열대엔 삼겹살이 한 근에 칠천원, 한우국거리는 한 근에 일만오천팔백원, 한우갈비가 일만칠천팔백원 등심이 이만이천팔백원 돼지갈비는 한 근에 사천팔백원 이렇게 싼 가격에 신선한 고기를 파는 곳이 아마 다른 곳엔 없을 거라며 가격 못지않게 품질도 자신있다고 한다.

시장 떡집만큼 맛있는 떡집 있음 나와 보라구요!

"요즘은 떡도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아요." 옛날 살림이 어렵던 시절에도 명절에 떡은 꼭 해야 하는 걸로 알아서 미리미리 쌀을 담그고 씻어 아침 일찍부터 떡집을 찾는 사람들로 붐볐지만 요즘은 그저 몇 킬로 사서 먹으면 그만이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한다.

이곳 일산시장에서 16년째 일산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떡집아줌마로 불리는 김씨(45)는 예전부터 떡집을 하고 있던 자리를 인수해서 하고 있는데, 옛날은 그만두고라도 불과 10년 전엔 명절이면 벌써 한 말, 두 말은 기본으로 떡을 맞추러 밀려드는 손님들 때문에 밥 먹을 시간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 말도 별로 없고 대부분 반말 그것도 많다며 한관 정도 사가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명절이라고 해서 떡값이 더하는 경우는 없고 쌀을 어떤 쌀을 쓰느냐가 떡 맛을 좌우한다고. 쌀이 다 비슷하지 않느냐는 질문엔 지금은 여주 이천쌀을 알아주지만 원래 이조시대에 임금님 쌀로 진상했던 쌀은 일산지역에서 나는 쌀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믿을 수 있는 좋은 쌀로 만든 떡이라 먹어본 사람은 반드시 다시 온다고. 가격은 한 말에 팔만원, 한 관엔 삼만원을 받는다.

파주 '금촌시장'

"아마 6·25 이전부터 장이 형성된 듯해요." 이곳에서 37년간 가게를 하고 있다는 김씨(69)는 지금 생각하면 말 많던 군사정권이긴 했지만, 그래도 시장상인들에겐 그때가 호황시절이었다며 옛날을 회상한다.

이곳 금촌시장에서 수십 년간 장사를 계속하고 있는 사람들도 꽤 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외지에서 들어와 장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로 교체된 편이라고 한다. 명절 2주 정도를 남긴 재래시장의 풍경은 아직 추석을 느끼기엔 이른 듯했지만 여기저기 다가올 명절준비에 그래도 "올해는 혹시"하는 마음을 버리지는 못한다고 시장 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지금은 아이들 한복도 사입히지 않더라구요!

a 헌복집

헌복집 ⓒ 김영진

금촌시장엔 오래된 연륜만큼이나 넉넉한 인심으로 아직도 그야말로 바느질 한복집을 지키고 있는 바느질 명인이 있다. 젊은 시절 한복의 매력에 빠져 배운 바느질을 놓지 못하고 시집와서 지금까지 한자리에서 한복집을 하고 있다는 김순자(69)씨.

"예전엔 명절이 다가오면 한복집부터 붐볐지요. 지금은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그런 시절도 있었다"고 김씨는 그때가 그립다고 웃는다. 어려웠어도 새옷을 입고 어른들을 찾아뵙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명절하고 아무런 상관이 없을 정도로 한복은 이제 잊히는 명절 옷이고, 그저 아이들 발표회나 행사용으로 판매가 근근이 이어지는 정도라고 한다. 가격은 삼만오천원부터 오만원이나, 육만원이면 쓸만한 것을 고를 수 있다.

제사 음식 사는 며느리 이해 못한다고요?

a 각종 전 예약

각종 전 예약 ⓒ 김영진

뭐니뭐니해도 명절에 빼놓을 수 없는 곳은 떡집과 제사 음식을 만들어 주는 반찬집이다. 이곳에서 반찬가게를 하다가 제대로 시설을 갖추고 가게를 확장해서 2년 전부터 제사 음식을 전문으로 맞춰주고 있다는 김정아(54)씨. 많이들 제사 음식을 주문하느냐는 질문에 요즘 젊은 사람을 정말 실속있게 산다고 혀를 내두른다.

보통 제사상을 차리는데 기본적인 음식(밥, 탕국, 전, 산적, 포, 나물류 등)을 준비하는데 드는 비용은 15만원부터 20여만원 선이라고. 전은 주문하는 형태에 따라 5∼6가지 정도 하지만 전 종류나 산적의 고기종류 포 등을 어떤 것을 쓰느냐가 가격이 정해지는 기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제사 음식을 통째(?)로 주문하는 집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아직 직접 장을 봐서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무래도 돈을 절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습관과 제사 음식에 그렇게 많은 돈을 쓰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어른들 때문에 마음은 있어도 선뜻하지 못하는 젊은 새댁들도 있다고.

그러다 보니 가장 많이 주문하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많은 양을 만들어야 하는 전 종류이다. 보통 명태전, 동그랑땡, 호박전, 고추전 등의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그 집만의 전통을 고집하는 버섯전이나 여러 가지 종류의 전을 주문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것도 보통 5-6만선을 넘지 않는다고. 어떨 땐 넉넉히 사가라는 권유에 "그렇게 많이 필요없어요!"하며 일정한 가격을 고수한다고 한다.

a 반찬가게

반찬가게 ⓒ 김영진

a 반찬가게 안

반찬가게 안 ⓒ 김영진

대형 마트엔 없는 구경하는 재미, 고르는 재미, 깍는 재미까지 한몫

재래시장을 찾는 주부들 대부분은 아직 중년층 이상이 많지만 요즘은 신세대 주부들도 나름대로 자신만의 물건 고르는 노하우를 가지고 꽤 알뜰하게 장을 보러 오는 젊은 층도 늘고 있다고 한다. 대형 마트가 일정한 장소에 구입하기 편하게 진열되어 있고 필요한 양만큼 골고루 적당하게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 재래시장을 찾는 주부들에겐 고르는 재미, 깍는재미도 한몫을 더한다.

예전엔 집 근처의 마트에서 대부분 필요한 것들을 대충 사던 주부 김모씨도 언젠가 친구와 재래시장을 함께 들렀다가 싱싱한 토란을 싸게 사서 제사상에 올렸는데, 그 뒤로는 재래시장에 가면 왠지 더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살 수 있을 것 같아 채소나 생선만큼은 꼭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편이다.

재래시장을 이용하다 얻은 게 있다면 이곳저곳 둘러보며 가격도 비교해보고 단골집을 만들어 장을 보러 가면 반갑게 반겨주는 인정에 가끔 덤을 얻을 수 있는 재미까지 꽤 쏠쏠하기 때문이다. 대형 마트가 아무리 자리를 잠식해 들어와도 정겹고 편안한 재래시장의 분위기는 살려 갔으면 하는 것은 시장상인들뿐 아니라 시장을 이용하는 모든 주부의 바람이기도 하다.

보다 편리하고 체계적인 시장의 구성만이 재래시장을 살릴 수 있는 길이라고 금촌시장 입구에서 40여 년을 장사해 왔다는 한 가게주인은 전한다. 며칠 남지 않은 이번 추석엔 시장상인들의 얼굴에 함박웃음을 안겨주고, 시장을 들르는 주부들에겐 적은 돈으로도 풍성하고 행복한 장보기가 될 수 있는 추석 명절이기를 기대한다.

a 현수막

현수막 ⓒ 김영진

덧붙이는 글 | -사람들의 발길이 북적이는 시장을 그려보며 올 추석엔 모두의 얼굴에 웃음 가득한 명절이 되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사람들의 발길이 북적이는 시장을 그려보며 올 추석엔 모두의 얼굴에 웃음 가득한 명절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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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깍이로 시작한 글쓰기에 첫발을 내딛으며 여러 매체에서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싶어 등록합니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인터넷 조선일보'줌마칼럼을 썼었고 국민일보 독자기자를 커쳐 지금은 일산내일신문 리포터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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