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하늘엔 초가지붕이 딱이지

마음을 탁 트게 하는 낙안읍성의 가을

등록 2006.09.24 19:46수정 2006.09.2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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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낙안읍성 초가지붕의 선들이 가을 햇살처럼 따스하고 정겨워, 보는 사람들의 마음의 폭을 한 뼘 정도는 거뜬히 넓혀준다.

낙안읍성 초가지붕의 선들이 가을 햇살처럼 따스하고 정겨워, 보는 사람들의 마음의 폭을 한 뼘 정도는 거뜬히 넓혀준다. ⓒ 한석종

남도의 나즈막하고 두리뭉실한 산을 쏙 빼닮은 초가지붕, 청명한 가을 하늘과 초가지붕의 투박하지만 정겨운 선이 너무 잘 어울리는 곳이 있다. 다름아닌 순천 낙안읍성 안의 초가들이 그것이다.

전남 순천시 낙안면에 있는 낙안읍성 민속마을은 성곽이 대개 산이나 해안에 축조되었는데 반해 너른 들녘 한가운데 지었다. 성내에는 관아와 100여 채의 초가가 돌담과 싸리문 사이로 그 옛모습을 소담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낙안읍성 민속마을은 실제로 현재 85세대 229명의 주민들이 기거하고 있어 생활상을 생동감있게 체험할 수 있다.

약 1.5km에 달하는 성곽 위를 걸으며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하늘 아래 수백 채의 초가지붕들이 두런두런 머리를 맞대고 있는 정겨운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풍성하게 익어가고 있는 가을 들판처럼 어느새 마음이 넉넉해져 옴을 느낀다.

마을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나는 두 사람이 비켜가기에도 비좁은 골목길에 멈춰 섰다. 이 비좁은 골목길에서 그동안 잃어버린 인간적인 정겨움이 왈칵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정겨운 골목길 문화를 깡그리 잃어버리고 도시와 자동차 문화에 너무도 익숙해진 탓에 그동안 잊고 지냈던 향수가 이 비좁은 골목길에서 잠깐이나마 회복된 탓이었을 것이다.

주민이 살고 있는 집들 겉모습은 돌담에 초가지붕의 옛모습을 하고 있지만 싸리문 사이로 마당 안을 들여다 보면 고급자동차가 주차되어 있는가 하면 원색의 짧은 미니스커트와 속옷들이 빨랫줄에 걸려있다. 현대인 생활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는 이로 하여금 싱긋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낙안읍성 민속마을은 그야말로 전통과 현대의 공존을 체험할 수 있는 독특한 곳이다.

a 사람이 겨우 비켜지나 갈 만큼 좁다란 골목길, 옛 민초들에게는 지게를 지고 겨우 지날 정도면 그뿐이었다.

사람이 겨우 비켜지나 갈 만큼 좁다란 골목길, 옛 민초들에게는 지게를 지고 겨우 지날 정도면 그뿐이었다. ⓒ 한석종


a 기와지붕보다는 초가지붕과 꽃들이 어쩜 저리  잘 어울리는지...

기와지붕보다는 초가지붕과 꽃들이 어쩜 저리 잘 어울리는지... ⓒ 한석종


a 박 넝쿨은 초가지붕이 제격

박 넝쿨은 초가지붕이 제격 ⓒ 한석종


a 돌담과 싸리문, 그 사이로 두런두런 고개를 내민 초가지붕과 산 능선이 그지없이 부드럽다.

돌담과 싸리문, 그 사이로 두런두런 고개를 내민 초가지붕과 산 능선이 그지없이 부드럽다. ⓒ 한석종


a 물레방앗간에서 처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그녀들의 유쾌한 모습을 숨어서 훔쳐보는 돌쇠의 심정으로 나 또한 한컷.

물레방앗간에서 처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그녀들의 유쾌한 모습을 숨어서 훔쳐보는 돌쇠의 심정으로 나 또한 한컷. ⓒ 한석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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