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미군 자료에 따르면, 미군은 파나마에 10만 5천 개의 불발탄을 남겼다. 1999년 기지 반환 후 현재까지 미군이 남긴 불발탄에 의해 사망한 사람은 수십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명확한 자료는 없지만 많은 사람이 이 때문에 불구가 되었다. 그러나 이들 피해자는 어떤 보상이나 의료지원도 받지 못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불발탄 집중 지역이 최근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지역과 가까운 곳이라는 사실이다. 최근 파나마에서 "폭탄 쓰레기를 가져가라"는 반 부시 시위가 열리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 주민들은 불발탄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
미군의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1964년 7월에 열대 기후 실험을 위해 파나마 운하 지역에 VX 3톤을 들여왔다. 독성이 매우 강한 화합물인 VX는 5mm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엄청난 살상무기다. 미국은 VX 또는 사린(신경가스) 같은 발사체와 로켓과 함께 각각 10.5톤의 VX 지뢰 24개를 파나마에 들여왔다.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중 일부는 파나마에서 사용됐다. 1968년 미군 내부보고서에는 남겨진 지뢰들이 바다 속에 버려졌다고 기록돼 있다.
남겨진 의문
미군 내부 보고서는 파나마에 들여온 VX 3톤 중 576파운드에 대한 기록만 남아 있다. 나머지 2.5톤은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알 수 없다. TTC 사령부는 파나마 운하 지역에 화학물 폐기 지역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나머지 VX가 그곳에 묻혀 있을까?
| | | 파나마 미군기지 환경오염의 역사 | | | | 미국은 1903년 당시 콜롬비아공화국이었던 파나마 지역의 독립을 지원하고 운하를 건설하는 조건으로 미군의 주둔과 함께 운하관리권을 넘겨받았다. 그 후 1960년대부터 파나마에서는 운하 관리권 반환 요구가 거세셨다.
결국, 1977년 미국과 파나마는 파나마 운하 조약을 맺고 1999년에 파나마 운하 관리권과 함께 운하 보호를 위해 주둔해 온 미군기지와 시설 등을 파나마 정부에 반환하기로 합의했다.
파나마 조약은 '생명과 건강, 안전에 해를 끼치는 모든 위험에 대해 제거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방법을 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1999년 미군이 주둔했던 기지를 반환하기 전 2년 동안 지표면의 불발탄만을 제거하였고, 그나마도 제한된 시간과 비용을 이유로 모든 지역의 불발탄 제거는 실행 가능하지 않다며 정화 조치를 축소했다.
또한, 미군이 파나마에 화학무기를 저장하고 실험했다는 사실이 미국의 시민단체 FOR에 의해 밝혀졌지만 이에 대한 조치 역시 전혀 시행되지 않았다. 파나마 정부는 1999년 반환받은 후 환경정화에 관한 협상을 하려 했으나 현재까지 상황은 전혀 변하지 않았고 남아 있는 불발탄으로 인한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 | | | |
(VX 가스는 피부, 폐를 통해 흡수되는 치명적인 신경가스로 갈색을 띠고 있으나 냄새는 없다. 지금까지 알려진 유독 화학물질 중 독성이 가장 강해 극소량만 흡입해도 목숨을 잃는다. 미국은 1961년 4월 VX를 생산하기 시작했으나 성분은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VX는 그것을 담았던 용기나 장비, 그리고 VX가 있었던 지역에 오래 남아 있을 수 있다. -편집자 주)
파나마에서 화학무기가 가장 많이 남아있는 곳은 부속 도서인 산호세(San Jose)섬이다. 미국은 1943년부터 1947년까지 산호세 섬에서 화학 무기 실험을 했고, 2차 세계 대전 당시 사용 기지를 더 확대하려는 협상이 실패한 후 이 섬을 떠났다. 그러나 이 섬에는 여전히 불발탄이 남아 있어 위험이 계속되고 있다.
2002년 이 섬을 조사한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조사단은 겨자탄을 발견, 여전히 위험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은 미국이 방치된 화학무기를 제대로 처분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부시 정권은 이라크전을 일으키면서 사담 후세인 정권이 1980년대 개발된 VX를 아직도 폐기하지 않은 것을 하나의 이유로 삼은 바 있다. 파나마에서 일어난 일은 대량살상무기 탐색이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동기가 아니었음을 시사한다.
1998년과 1999년, 미국은 파나마 미군기지를 폐쇄할 때 재래식 무기와 화학 무기의 위험을 고스란히 남겨놓았다. 파나마 언론과 정부기관, 국민은 미군시설 환경오염을 제거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파나마는 지금 한국 상황과 비슷하게 완벽한 정화를 요구하는 데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