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비공개 청문회? 차라리 열지 마라

[반환 미군기지 오염②] 21개월 끈 용산기지 이전 청문회

등록 2006.09.17 15:02수정 2006.09.1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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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반환된 미군기지 캠프 콜번(경기도 하남시 소재)에서 지난 8일 오전 열린우리당 의원 보좌관들이 미군들이 사용한 뒤 버리고 간 정화조를 확인하고 있다.
한국에 반환된 미군기지 캠프 콜번(경기도 하남시 소재)에서 지난 8일 오전 열린우리당 의원 보좌관들이 미군들이 사용한 뒤 버리고 간 정화조를 확인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탕, 탕, 탕."

지난 13일 오전 11시. 경기도 평택 대추리와 도두리에서 빈집 철거가 한창이던 그때, 국회에서는 둔탁한 의사봉 소리와 함께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상임위원회(이하 통외통위 상임위)가 열렸다. 이날 통외통위 상임위는 바로 용산기지 이전, 그 이후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50년 만에 환경오염과 함께 돌아온 미군기지

지난 2004년 12월 국회는 연합토지관리계획(LPP)과 함께 용산기지 이전 비준안을 통과 시켰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2011년까지 용산 기지 등 59군데 미군기지를 반환 받게 됐다. 당시 이 협정은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국민의 재정적인 부담과 전략적 유연성 문제 때문에 많은 논란을 불러왔다. 사전 논의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비난을 예상했을까, 국회는 사후에라도 반드시 청문회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13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주한미군기지이전 청문회 논의가 연기되자 항의하고 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13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주한미군기지이전 청문회 논의가 연기되자 항의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그 이후 미군기지는 속속 한국 정부의 땅으로 돌아왔다. 지난 7월 14일 한-미 양국 정보가 캠프 콜번을 비롯한 15군데 주한미군 기지에 대한 반환 합의서를 교환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리고 한미 양국의 반환기지 환경오염 치유협상 결과도 발표됐다. 하지만 결과는 '어처구니없음', 그 자체였다.

정부는 지하 저장탱크 제거, 사격장 내 불발탄 제거 등의 기본적인 오염만을 치유한 채 15군데 기지를 돌려주겠다는 주한미군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미군이 모든 오염원을 제거한다"던 기존 정부의 홍보와는 정반대였다.

이후 2006년 6월까지 조사된 29군데 기지 중 26군데에서 토양 또는 지하수 오염이 발견됐다는 환경부 자료까지 공개되면서 반환 미군기지 환경오염 논란은 더욱 가열됐다. 논란이 끓어오르자 일부 의원들은 통외통위와 환경노동위 차원의 청문회는 물론 국정조사까지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반환 미군기지의 환경오염에 대한 청문회는 고사하고 용산기지 이전 청문회도 21개월이 지나도록 열리지 않았다. 지난 통외통위 상임위는 바로 그 21개월을 끌어온 사전 청문회의 구체적인 실시 계획을 논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의원들의 점심식사로 상임위 중단, 다시 상임위가 열린 시간은 2시 50분. 평택에서 집 한 채 부수는 데 5분, 용산기지의 미군이 한강에 독극물을 버린 데 10분, 그리고 '그분'들의 점심식사에 2시간 30분이 걸린 것이다.


드디어, 김원웅 통외통위 위원장이 '용산기지 이전 청문회'에 대해 말을 꺼냈다.

"교섭단체 간사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오늘 상정 않고, 청문회 실시 일정 등은 차후에 다시 논의하겠습니다."

결론은 다시, '차후 논의'. 21개월을 끌어온 용산기지 이전 청문회에 대한 논의는 다시 먼 미래의 일로 넘어갔다. 이유인 즉 한나라당이 청문회 실시 일정 등을 논의하기로 한 양당 간사간의 합의를 깼다는 것이었다.

국민적 대립 상황에 청문회 개최는 부적절?

9월 28일, '1일' '비공개' 청문회 개최.

사실 이것이 이날 통외통위 상임위가 낼 수 있는 '유일한 성과물'이었다. 상임위를 앞두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간사가 만나 청문회 기간을 '하루'로 합의하는 데 드디어 성공한 것이다. 이날 상임위가 배포한 '청문회 실시 계획서'에도 자랑스럽게 9월 28일 하루 동안 청문회를 개최한다고 밝히고 있다.

진영 한나라당 통외통위 간사는 "국민적 대립 상황에서 청문회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청문회 논의를 미룬 이유를 밝혔다.
진영 한나라당 통외통위 간사는 "국민적 대립 상황에서 청문회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청문회 논의를 미룬 이유를 밝혔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용산기지 이전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다루는 청문회를 하룻동안 비공개로 열겠다는 것도 문제지만 그 합의마저도 원점으로 돌아갔다.

"한나라당 의원들과 청문회 일정을 협의했다. 지금 시기에 청문회를 할 경우 내용을 충실히 하기 어렵다. 전작권 문제 등으로 인한 국민적 대립 상황에서 청문회를 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한나라당 간사인 진영 의원의 대답이었다. 한나라당이 줄기차게 말해 온 '국가적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차후 논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상임위장에서는 어떤 술렁임도 감지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25명의 통외통위 의원 중 단지 5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만이 "국회가 용산기지 이전 문제를 이렇게 비준해도 되느냐, 국민 앞에 얼굴을 들 수 있느냐, 역사에 뭐라고 말할 수 있느냐"며 "국회의원들이 양심을 가지고 있다면 용산기지 이전을 짚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임종석 의원도 한나라당의 번복으로 양당 간사간의 합의 깨진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결국 이날 상임위는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반환 미군기지 이후를 어떻게 할까

상임위가 끝난 후 진영 의원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청문회 개최 날짜는 어떻게 되는 거냐" "증인 출석이나 자료 요청 건은 또 어떻게 되는 거냐"라는 질문에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말만을 반복했다. 같은 당 박종근 의원도 "청문회 개최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지금은 정부가 준비가 안됐으니 다음에 논의하자"고 밝혔다.

사실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28일에 열린다고 해도 반쪽청문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권영길 의원은 "청문회 기간은 최소한 이틀 이상, 반기문 외교부 장관, 윤광웅 국방부 장관 등의 참고인 출석"을 주장하고 있다. 그냥 '추인'하는 청문회가 아니라 제대로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주일 정도의 사전 조사 기간과 비밀문서에 대한 접근권도 주어야 한다는 게 권 의원의 주장이다.

환경·시민단체들도 이 '용산기지 이전 청문회'를 주목하고 있다. 녹색연합 윤기돈 녹색사회국 국장은 "서울 용산기지가 반환되는 미군기지의 대표적인 기지라고 사람들은 인식하고 있다"면서 "14건의 환경 오염사고가 있었던 용산기지에 대한 미군의 환경오염 정화 수준은 다른 기지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시민단체들은 또한 "청문회가 개최된다면 반환 미군기지의 환경 오염 비용 분담에 관한 자료가 공개될 수 있기 '용산 기지 이전 청문회'는 조속히 열려야 한다"며 청문회의 조속한 개최를 촉구하고 있다.

현재 평택의 대추리와 도두리는 거의 파괴됐다. 그리고 50년 동안 지속된 환경오염에 신음하고 있는 미군기지들도 속속 반환되고 있다. '그분'들이 연합토지관리계획(LPP)과 함께 용산기지 이전 비준안을 통과시킨 결과물이다. 아직 청문회 일정이 잡히지는 않았지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잠시 합의했던 '단 하루동안 비공개 청문회'로 이를 주워담을 수 있을까.

[클릭! 서명운동] 반환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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