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젠과 납투성이 미군기지, 어디에다 쓸까

[은폐된 진실, 반환 미군기지 오염④] 반환예정 미군기지 29곳 중 26곳이 오염

등록 2006.09.19 21:24수정 2006.09.1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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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국에 반환된 미군기지 캠프 콜번(경기도 하남시 소재) 뒷산에는 미군들이 사용하다 버린 각종 폐기물들이 나뒹굴고 있다.

한국에 반환된 미군기지 캠프 콜번(경기도 하남시 소재) 뒷산에는 미군들이 사용하다 버린 각종 폐기물들이 나뒹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오염조사가 완료된 미군기지 29곳 대부분이 기름과 중금속에 심각하게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24일 환경부가 국회에 보고한 자료는 2006년 6월까지 조사된 반환 예정 미군기지 29곳의 환경오염 현황을 담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 29곳 중 서울역미군사무소, 대구 K-2 야구장 등 3곳을 제외한 26곳에서 토양 또는 지하수 오염이 발견됐다.

토양에 중금속, 지하수 오염까지... 오염덩어리 미군기지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구분오염물질발견된 곳 가장 심각한 곳 및 그 수치 비고
토양
오염
TPH25캠프 페이지(50,552mg/kg)기준치의 101배
BTEX7캠프 그레이(1,699mg/kg)검출돼서는 안 되는 항목임
5파주 사격장(15,200mg/kg)기준치의 152배
지하수 오염TPH12캠프 에세이욘(1,298mg/l)기준치의 865배
페놀5캠프 에드워드(0.523mg/l)기준치의 104배
ⓒ 오마이뉴스 고정미
기름에 의한 토양 오염의 경우 조사대상 29곳 중 25곳에서 우려 기준보다 높은 오염이 확인됐다. 특히 캠프 페이지(강원도 춘천)와 캠프 게리오웬(경기도 파주)의 경우 기름에 의한 토양 오염을 나타내는 TPH(총석유계 탄화수소)가 각각 5만552mg/kg, 4만7819mg/kg로 나타났다. 이는 토양오염 우려기준인 500mg/kg를 각각 100배, 95배를 초과한 것이다.

벤젠, 톨루엔 등의 유기화학물 오염정도를 나타내는 BTEX(휘발성 방향족 탄화수소) 오염 역시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발암물질로 고노동 흡입 시 사망을 초래하는 벤젠을 포함하는 BTEX는 검출돼서는 안 되는 오염 항목이지만, 기지 7곳에서 BTEX가 발견됐다.

중금속 오염 역시 심각하다. 납 오염은 5곳의 기지에서 발견됐는데, 이중 가장 심각한 곳은 파주 사격장. 우려기준(100mg/kg)의 150배를 상회하는 1만5200mg/kg의 납이 검출됐다. 납뿐만 아니라 구리(2곳), 아연(8곳), 니켈(3곳), 카드뮴(3곳), 비소(1곳)에 의한 토양 오염도 발견됐다.

지하수 오염 역시 토양 오염만큼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의정부에 소재한 캠프 카일의 지하수에서 4.88m 높이의 기름띠가 발견돼 충격을 주었다.


조사가 완료된 29곳 중 지하수 TPH가 우려기준보다 높은 기지는 11곳으로, 캠프 에세이욘(의정부)의 TPH는 1298mg/l로 나타났다. 이는 정화기준 1.5mg/l의 865배에 이르는 수치. 기름에 의한 토양오염이 가장 심각한 캠프 페이지 역시 지하수 TPH가 정화기준의 472배 초과한 708.9mg/l였다. 페놀, 벤젠, 크실렌, PCE 오염은 각각 5곳, 5곳, 3곳, 1곳에서 발견됐다.

환경부 보고서는 132만 평에 이르는 29개 반환 대상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치유를 위해서는 1205억 원이 들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천문학적인 정화비용이 투여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클릭! 서명운동] 반환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기지 이전 환영, 환경오염은 잘 몰라"
춘천 캠프 페이지는 지금

▲ 춘천 캠프 페이지 전경.
ⓒ선대식

반환 합의된 미군기지 중 토양 오염이 가장 심각하다고 알려진 춘천의 캠프 페이지. 하지만 지난 15일 찾아간 이곳은 평온해 보였습니다.

미군기지 담을 따라 형성된 근화동 마을. 이곳의 일부 주민들은 54년 만에 되찾은 땅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 있었습니다. 이곳 토박이라는 박문완(75)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난 2005년 3월 기지가 폐쇄됐다. 지역 주민들은 기지 이전을 환영한다."

이는 근화동에서 만난 대부분 사람들의 공통된 인식이었습니다. 토양오염이라는 것이 눈에 띄게 드러나는 것도 아니고, 환경오염에 대한 정보가 차단된 상태에서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양경숙(53·춘천 근화동)씨는 "캠프 페이지의 환경오염이 심각하다고 들었다"면서도 "확인을 못해 잘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캠프 케이지는 반환 합의된 미군기지중 토양 오염이 가장 심각한 곳입니다. 최근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기름에 의한 토양 오염 정도를 나타내는 TPH(총석유계 탄화수소) 수치가 5만552mg/kg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토양오염 우려 기준치(500mg/kg)의 100배를 넘는 것입니다.

마을 주민 이건승(70·춘천 근화동)씨는 "4년 전 보일러 공사를 위해 기지를 방문했을 때, 의암호로 이어지는 개천에서 심각한 기름 오염을 확인했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미군은 현재 지하수 상부의 부유기름을 제거하는 바이오슬러핑 방식으로 6개월 동안 환경오염 정화 조치를 취한 후 반환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춘천시민연대 유정배 사무국장은 "미군부대에서 유출된 기름이 지하 10m 아래의 자갈층까지 오염시키며 의암호로 흘러가고 있다"며 "땅을 다 파헤치지 않는 한 바이오슬러핑 방식은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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