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는 역시 흥겨워!

땀과 모래가 범벅이 된 아이들과 한바탕 놀았습니다

등록 2006.09.27 14:35수정 2006.09.2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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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라 가을 바람 솔솔 불어오니~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입고서
남쪽 나라 찾아가는 제비 불러모아
봄이 오면 다시 오라 부탁하누나


가을 날씨가 워낙 청명하다 보니 노래가 절로 나온다. 가을철 운동회가 열리는 날(9월 26일)이다. 아이들도 들뜨고 덩달아 나도 들뜨니 가히 운동장이 좁게 느껴진다. 학교 현장은 가을에 일년 농사 수확하는것 마냥 행사와 축제가 많다. 그래서 가을에는 운동회를 작은 규모로 학년 단위로 주최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우리학교(광주 어등초등학교)도 학년 단위로 가을 운동회를 열었다. 다른 친구들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인공이 되어 전 종목을 직접 해보는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2학년 어린이들이 운동회를 시작하기 전에 준비 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

2학년 수준에 맞는 놀이 일곱가지를 준비해서 순서대로 돌아가며 직접 체험을 해보는 식으로 진행을 했다.

닭싸움에 열중하고 있는 우리반 여학생들

남녀가 함께하면 울고 불고 하는 일이 종종 생겨서 따로 한다.

공을 무릎에 끼고 반환점을 돌아오기

공을 무릎사이에 끼우라고 해도 몇몇 아이들은 허벅지 사이에 끼우고 뛰니 되겠는가?

나도 아이들과 같이 한바퀴를 돌아오는데, "선생님도 하신다~"며 흥겨워한다.
뭐든지 같이 하면 이렇게 좋아한다.

딱지치기를 하고 있는 모습

요즘은 딱지를 사서 가지고 노는데, 아이들과 직접 접은 딱지를 가지고 한바탕 놀아봤다. 흙먼지 뒤집어 쓰고 땀을 줄줄 흘리며 열중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제기차기를 하고 있는 모습

제기차기를 많이 안해본 탓인지 거의가 어려워 했다.
시범을 보이는데, 나도 잘되지 않았다.

훌라후프를 하고 있는 모습

거의가 훌라후프는 수준급이었다. 어찌나 잘하는지 두개, 세개씩 가지고 하는 애들도 있고, 목에 걸고 돌리는 아이도 있었다. 모두들 흥겨워했다.

과녁맞추기 놀이 모습

훌라후프를 일정거리에 두고 제기를 던져서 넣은 게임이다. 보기에는 쉬운데, 직접 넣기는 어려워 했다.

아이들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한아이가 나를 보며 한마디 한다.

"선생님, 구름이 너무 예뻐요~! 하늘 한번 보세요~"
"어~? 정말 예쁘다~"
나는 경기 진행하는데만 신경을 썼는데, 아이들은 아니었다.

뒤에 서있는 아이들에게 제자리에 앉으라 해도 못알아 듣고 서있는 경우가 흔히 있다.

그 때 한 여학생이 "야 , 앉아~ Stand Up~"
그 말에 다른 여학생이 "야, 앉아를 영어로 하면 Stand Up 아니야~ Stand Down이야~"
웃음이 나오는걸 참고 그냥 듣고만 있었다.
진지하게 말을 하는데, 어떻게 그자리에서 고쳐줄 수 있으랴~

고리 던지기를 하는 모습

고리를 던져서 기둥에 꽂는 놀이다. 거리를 좀 멀게 잡았는지 성공률이 낮았다.
하지만 넣고 못넣고는 아이들에게 중요하게 보이지 않았다.
다만 내 차례가 돌아오면 던져서 성공을 할 생각만 가득해 보였다.

찬솔이가  훌라후프를 목에 걸고 돌리는 모습

찬솔이는 개그를 잘하고 말솜씨도 좋은 아이다. 거기다 체육활동에도 대단히 적극적이어서 보기만 해도 힘이 솟는 아이다. 이마에 땀 좀 봐~

우리반 단체 사진

마지막으로 그늘에 앉아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남녀가 붙어 앉지 않으려 해서 사진 찍는데 오래 걸렸다.

2학년 아이들과 좁은 교실에서만 생활하다 보면 같이 싸우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학교생활이 즐거워야 할 저학년인데, 교사 입장에서는 그 아이들과 해내야 할 목표가 있다 보니 규율을 엄격하게 할 수밖에 없다. 운동장에 풀어 놓으니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야단법석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어른 보다 더 바쁘다. 옛날 처럼 오후에 남겨서 축제준비를 할 수 없는 세상이다. 학원을 가야하는데, 무슨 수로 남겨서 연습을 시키겠는가? 그렇다고 아침에 너무 일찍 나오게 할 수도 없다. 그러니 시간을 쪼개서 수업하랴, 축제 연습하랴, 각종 활동 하랴, 정말이지 정신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게 바쁜 아이들이 운동장에 편히 앉아서 흙먼지와 땀에 범벅이 되어 한바탕 놀이를 했던 것이다. 얼마나 즐거웠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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