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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르노빌의 아이들> ⓒ 프로메테우스출판사
책표지에는 평화소설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르포소설이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참상을 지구 곳곳의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목적성을 띤 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소설은 한 가족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이 가족의 비극성을 통하여 원전 사고의 파괴성과 참혹성을 보여준다. 발전소 책임자급인 아빠 안드레이 세로프, 엄마 타냐, 열다섯 살의 소년 이반, 이반의 여동생 이네사가 등장한다.
1986년 4월 26일 새벽 1시 30분 거대한 폭발음이 우크라이나 밤하늘을 온통 흔들어놓은 후 이 불길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세로프 일가족은 피난행렬의 일부를 이루지만 그것도 잠시 중간에 안드레이의 상관 콜리야킨이 나타나고 안드레이는 소위 결사대원으로 동원되어 무모한 진화 현장으로 가 버리고 끝내는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한편 가족을 보기 위해 진화 현장에서 탈주한 결사대원 중 한 명인 니콜라이는 이미 피난 중 딸 카테리나를 잃은 그의 아내 그루센카를 만나기는 하지만 보초에게 발각되어 함께 처형당한다.
여동생 이네사는 사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시름시름 앓고 엄마 타냐는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고 이반은 시력에 이상이 생기더니 결국은 실명에 이른다.
불길한 예감 속에 차량 행렬은 검문소 앞에서 멈추고 부모와 아이들은 군의 강제 격리 조치에 의해 타냐 역시 실명한 아들 이반과 다리가 불편한 딸 이네사와 헤어지고 만다.
병동에 강제 격리된 이네사는 주검이 되어 군용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사라지고 이반은 명부에 가짜 이름으로 올라 있는 상태에서 한때 탈출도 시도해 보지만 소용없는 일이 되고 간절한 의지만 애태우다가 쓸쓸히 죽어간다.
엄마 타냐는 이 병원 저 병원 수소문해보지만 이반과 이네사의 흔적은 찾을 길이 없다. 엄마 타냐는 그녀의 아들과 딸이 이미 죽어버린 것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다.
실명 직전에 소년 이반은 다음과 같은 말들을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세상 사람들은 뭘하고 있는 걸까? 우리가 죽어가고 있는 것을 알고나 있을까? 아니, 모를 거야. 아무도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 않잖아? (74~75쪽)
이제 이대로 끝장이야.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 순식간에 벌어져, 앗! 하는 사이에 세상은 변해 버리고 말았어. (77쪽)
소설은 반전반핵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일상이 깨어지고 행복이 무너진다면 그것은 아마도 전시 상황이거나 비상 상황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들이 벌어지기 전에 우리가 미연에 막아야 할 일들,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무엇인가를 심각하게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다.
덧붙이는 글 | * 지은이: 히로세 다카시 / 옮긴이: 육후연 / 펴낸날: 2006년 9월 6일 / 펴낸곳: 프로메테우스출판사 / 책값: 8000원
체르노빌의 아이들 (양장) - 히로세 다카시 반핵평화소설, 개역개정판
히로세 다카시 지음, 육후연 옮김,
프로메테우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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