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아이들아, 행복한 한가위가 되렴~"

홍천국유림관리소, 보육원에 땔감나무 전달... 14년 전 그 언니는?

등록 2006.09.29 15:06수정 2006.09.2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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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아이들을 따뜻하게 해 줄 땔감

아이들을 따뜻하게 해 줄 땔감 ⓒ 이혜민

추석이나 설날 같은 큰 명절이 다가오면 가장 신나는 건 아마도 아이들일 것이다.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들과 가족·친지들로부터 받게 될 용돈을 생각하면 마냥 즐겁기만 하다. 그런데 이맘때가 되면 마음이 더욱 쓸쓸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 장애인들이 바로 그들이다.


홍천국유림관리소 직원들은 재작년과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강원도 홍천에 소재하고 있는 명동보육원을 28일 찾았다. 겨우내 아이들을 따뜻하게 해 줄 한가득의 땔감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꿀떡, 휴지나 세제 같은 생필품을 선물로 준비하였다.

나는 홍천 토박이임에도 이 곳 보육원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아이들은 훨씬 밝고 천진스러웠다. 원장님 부부와 아이들의 보육을 담당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푸근한 인상에 보육원에 대해 가지고 있던 나의 잘못된 선입견에 낯이 뜨거워졌다.

14년 전의 일이 생각이 났다. 홍천군에서 보육원이나 편모·편부 가정 아이들을 대상으로 통일전망대 관광을 시켜주었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나도 그 대상 중 하나였는데, 당시 철이 없던 나는 보육원에서 온 아이들을 다소 경계의 대상으로 봤었다. 그런데, 꼬불꼬불한 길인데다 차 타는 것에 익숙지 않았던지라 멀미를 심하게 했다.

그 때 보육원에서 온 나보다 키가 한 치는 더 큰 어떤 언니가 모든 뒤치다꺼리를 맡아주었다. 고마움 반, 부끄럼 반, 멀미를 핑계로 고맙다는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냥 헤어진 게 지금 생각해도 못내 아쉽다. 그 명랑하고 밝은 성격의 언니처럼 지금 아이들도 여전한 것 같아 참 다행스럽기만하다.

이번 추석에도 보육원을 찾는다기에 뭘 준비할까 고민이 되었다. 그런데, 선물은 뭐니뭐니해도 필요한 것을 받는 게 최고가 아닐까. 다행히 원장님도 생필품은 언제나 부족하다고 하신다. 그리고 추석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송편. 그런데 요즘 아이들이 떡을 과연 좋아할까 싶었는데, 형형색색 무지개떡이랑 달콤한 꿀떡은 아이들도 좋아라 한다고 원장님이 코치하신다. 그래서 모양 비슷한 꿀떡으로 낙찰!


선물을 주러 가는 날 아침. 팀장님은 아침부터 분주하시다. 전달한 땔감을 실으러 공익요원과 직원 몇 분을 대동하여 나가고 난 장을 볼 차비를 한다. 직원들끼리 모은 성금이 적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물건으로 바꿔보니 이거 너무 초라한 게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성금은 말 그대로 성의가 우선이니까라고 위안한다.

오후에 소장님과 직원 몇 명이서 보육원을 방문하였다. 얼마 안 되는 선물이지만 감사히 받아주시는 원장님 부부와 보육원 선생님들에게 오히려 감사함을 느낀다. 이런 선물전달과 기념사진 몇 장이 그 분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고작 생색내기 행사로 비춰지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밝은 웃음을 보니 안심이 된다.


이런 방문이 명절 때만 일회성에 끝나지 말아야 한다고들 많이 한다. 정말 바라는 바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힘든 걸까. 나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행동으로 실천하기가 참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우리 관리소 그리고 나부터도 더욱 꾸준한 손길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아이들도 지금처럼 밝고 명랑하게 자라주기를 정말 간절히 바란다.

얘들아~ 즐겁고 행복한 한가위 되렴^^

a 우리 아이들과 함께

우리 아이들과 함께 ⓒ 이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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