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언어 영역 어떻게 마무리할까 3

시 문학 문제를 중심으로

등록 2006.09.29 16:48수정 2006.09.29 21:30
0
원고료로 응원
수능 언어 영역에서 출제되고 있는 문학은 크게 고전시가와 고전소설, 현대시와 현대소설(때로는 희곡)로 나뉘어 보통 네 개의 지문이 나온다. 문학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35-40%이다.

언어 영역은 다른 영역과는 조금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국어과 교사가 담당하고 있지만 문학을 제외한 다른 부분 특히 과학이나 기술 지문은 수업하기가 쉽지 않다. 이 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깊이 있는 설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어 영역 문제를 푸는 데는 지장이 없다.

언어 영역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이 필요 없다. 주어진 지문에 담긴 내용을 읽고 무엇을 어떤 태도로 말하고 있는가를 알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언어 영역에 다가서는 알맹이다. 문학 또한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언어 영역에서 국어 교사가 가장 자신 있게 수업하고 있는 부분이 문학이다. 깊이 있는 설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기자의 눈에는 못 마땅하다. EBS를 비롯한 인터넷 방송에서는 작가의 특징에서부터 그 작품 소개 그리고 온갖 자질한 것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알뜰하게 설명하고 있다. 마치 국문학과의 문학비평 수업을 듣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은 하나라도 놓치면 안 된다는 듯 열심히 받아 적는다. 하지만 이것은 아니다. 문학 수업을 받아쓰기로 전락시켜 문학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앗아간다. 문학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은 두 가지이다.

시문학 읽기

작품을 맛보면서 얻는 즐거움이 그 하나이고, 스스로 작품을 만들어 보는 것이 또 하나이다. 그런 점에서 적어도 한 가지 즐거움만은 맛볼 수 있는 문학 수업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상상력으로 작품을 맛볼 수 있도록 길만 열어 주고 나머지는 아이들에게 맡겨 두어야 한다. 이렇게 수업을 해도 수능 언어 영역 문제를 푸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를 가져와서 문학을 즐겨보자.


어떻게 시를 즐길 것인가? 수능 문제 풀기와 연관지어 간단하게 시 읽기를 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시 문학은 1인칭 문학이라 할 수 있으므로 시적 화자에 초점을 맞춰 읽어야 한다. 시적 화자의 감정이나 태도 그리고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이 시를 읽는 자세이다. 이를 바탕으로 제목에서 노래하는 대상이나 느낌을 가지고 시를 읽어 내려간다. 읽어내려 가면서 글의 뜻을 그림으로 그려본다. 그러면 시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나 시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시 속에 감추어져 있는 뜻을 캐어내기 위해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냥 무엇이 숨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으로 넘어가고,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은 그냥 얼버무리고 넘어가고, 말뜻이 앞뒤가 맞지 않으면 이상하다고 느끼고 그냥 가면 된다. 수능 언어 영역 문제는 객관식이다. 이러한 부분은 그대로 대입시키면 다 풀리게 되어 있다.


[15~19]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아무도 찾지 않으려네
㉠내 살던 집 툇마루에 앉으면
벽에는 아직도 쥐오줌 얼룩져 있으리
담 너머로 늙은 수유나뭇잎 날리거든
두레박으로 우물물 한 모금 떠 마시고
가윗소리 요란한 엿장수 되어
고추잠자리 새빨간 노을길 서성이려네
감석 깔린 장길은 피하려네
내 좋아하던 고무신집 딸아이가
수틀 끼고 앉았던 가겟방도 피하려네
두엄더미 수북한 쇠전마당을
금줄기 찾는 허망한 금전꾼 되어
초저녁 하얀 달 보며 거닐려네
장국밥으로 깊은 허기 채우고
읍내로 가는 버스에 오르려네
쫓기듯 도망치듯 살아온 이에게만
삶은 때로 애닯기도 하리
㉡긴 능선 검은 하늘에 박힌 별 보며
길 잘못 든 나그네 되어 떠나려네
- 신경림, 「고향길」

(나)
눈을 가만 감으면 굽이 잦은 풀밭 길이
개울물 돌돌돌 길섶으로 흘러가고
백양 숲 사립을 가린 초집들도 보이구요

㉢송아지 몰고 오며 바라보던 진달래도
저녁 노을처럼 산을 둘러 퍼질 것을
어마씨 그리운 솜씨에 향그러운 꽃지짐

어질고 고운 그들 멧남새도 캐어 오리
집집 끼니마다 봄을 씹고 사는 마을
감았던 그 눈을 뜨면 마음 도로 애젓하오
- 김상옥, 「사향(思鄕)」

(다)
[A]
진주 장터 생어물전에는
바다 밑이 깔리는 해 다 진 어스름을,

[B]
울엄매의 장사 끝에 남은 고기 몇 마리의
㉣빛 발(發)하는 눈깔들이 속절없이
은전(銀錢)만큼 손 안 닿는 한(恨)이던가.
울엄매야 울엄매,

[C]
별밭은 또 그리 멀리
우리 오누이의 머리 맞댄 골방 안 되어
손시리게 떨던가 손시리게 떨던가.

[D]
진주 남강 맑다 해도
오명 가명
신새벽이나 밤빛에 보는 것을,
울엄매의 마음은 어떠했을꼬.
[E]
달빛 받은 옹기전의 옹기들같이
말없이 글썽이고 반짝이던 것인가.
- 박재삼, 「추억에서」



먼저 (가) 시의 제목은 ‘고향길’이다. 그러므로 시적 화자가 고향 가는 길에서 일어난 느낌이나 일들이 시의 내용이 될 것이다. 그런데 첫줄부터 이상하다. 왜 고향에서 아무도 찾지 않으려고 하는지 그 사정이 궁금하다. 이러한 느낌만 가지고 그냥 읽어 내려가자. 시적 화자가 고향에서 먼저 맛보고자 하는 것은 고향 집의 툇마루이며 엿장수 되어 노을길을 서성이고자 한다. 다음에는 사람 많은 곳은 피하고 금전꾼 되어 하얀 달 보며 거닐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길 잘못 든 나그네 되어 고향을 떠나는 것이다.

시를 좀 더 깊이 맛보기 위해서는 엿장수, 금전꾼, 나그네에 담긴 뜻을 알아야 한다. 이것 또한 작품에서 가져와야 한다. 가윗소리가 요란한 엿장수이고, 허망한 금전꾼이고, 길 잘못 든 나그네이다. ‘가윗소리가 요란한 엿장수’, ‘허망한 금전꾼’, ‘길 잘못 든 나그네’가 담고 있는 속뜻을 찾아내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고 또 중간 중간에 그 뜻에 다가설 수 있는 귀띔을 해주면서 그 뜻을 다가서도록 한다. 이러한 과정이 작품을 읽으면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적어도 시험 문제를 푸는 데는 이렇게 할 필요는 없다. 이런 것의 속뜻을 묻는 문제가 나온다면 주어진 보기를 그대로 대입시켜 따져 보면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시는 제목은 ‘사향’ 글자 그대로 고향 생각이다. 어떤 고향 생각을 할까? 그대로 따라 가면 된다. 눈을 감아본다. 그리고 시에 제시되어 있는 것을 그림으로 그려본다. 잦은 풀밭길 - 개울물의 흐름 - 초집 - 진달래 - 꽃지짐 - 멧냄새 - 봄을 씹고 사는 마을.

이러한 고향의 풍경에 시적 화자는 고향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일어나는 데 여기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을 말하게 하거나 아이들에게 또 다른 고향의 풍경을 그려보도록 하면 된다.

이 두 작품은 고향을 노래하고 있지만 시의 분위기는 다르다. (나)에서는 고향은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데 비하며 (가)에서는 힘든 삶으로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애달픈 모습이 담겨있다.

(다) 시의 시목은 ‘추억’이다. 어떤 추억일까 더듬어 보자. 그 추억은 진주 장터의 저녁으로 올라간다. 첫째 둘째 도막에서는 저녁 시간이 지나가는 데에도 고기는 다 팔리지 못하여 늘 쪼들리며 살아야 하는 어머니의 삶에 시적 화자의 안타까움이 묻어 있다. 셋째 도막에서는 시적 화자가 어릴 때 시장에서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며 오누이가 함께 추위에 떨며 기다리는 모습을 회상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도막에서는 엄마가 장터에 나가는 모습을 안타깝게 그려놓았다. 진주 남강은 아무리 맑다하지만 어머니는 그런 남강의 아름다움을 보지 볼 수 없는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 시장으로 오고 가야 하는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 자연의 맑은 모습과 힘겨운 어머니의 삶을 대조하여 놓았으며 그런 삶에서 어머니가 흘렸을 눈물을 비유적으로 그려놓았다.

15. (가)~(다)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가)에는 고향에 정착할 수 없는 화자의 심정이 담겨 있다.
② (나)는 아름다운 추억이 간직되어 있는 고향을 그리고 있다.
③ (다)는 지명을 통해 고향에 대한 정감을 환기하고 있다.
④(나)와는 달리 (가)는 화자가 직접 고향을 찾아가는 상황을 설정하고 있다.
⑤(가)에 비해 (다)는 고향을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공간으로 묘사하고 있다.

☞ 그대로 대입해 보면 된다. (가)에서 ‘쫓기듯 도망치듯 살아온 이’라는 시구와 ‘나그네’가 이를 말해 준다. (나)에서 눈감고 그려보는 고향의 모습은 아름다운 모습이다. (다)에는 ‘진주’라는 지명이 나온다. (나)는 눈 감고 회상하는 고향인 반면 (가)는 고향을 찾아가는 상황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가)와 (다) 모두에서 고향의 따뜻함과 낭만을 느낄 수는 없다. 그것은 (가)에서는 아무도 찾지 않으려는 고향이고, (나)에서는 어머니의 힘든 삶이 베어 있는 고향이기 때문이다.

16. ㉠~㉣에 내포된 화자의 정서가 가장 가까운 것끼리 묶은 것은?
㉠, ㉡ ㉠, ㉢ ㉠, ㉣ ㉡, ㉢ ㉢, ㉣

☞ ㉠에서는 고향의 정겨움을 ㉡의 ‘검은 하늘의 박힌 별’은 ‘길 잘못 든 나그네’와 이어지므로 방향(목표) 상실 정도로, ㉢에서는 고향의 따뜻함을, ㉣은 생선의 눈깔로 뒤의 은전과 연결되어 어머니의 한을 드러내어 주고 있다.

17. (나)의 시상의 흐름에 맞추어 (다)를 개작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① 시간의 경과에 따른 변화가 두드러지도록 연을 재배열한다.
②회상 형식이 드러나도록 처음과 끝에 화자의 현재 상황을 부여한다.
③제재가 병렬적으로 구성되도록 특정한 시어들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④점층적인 구성이 되도록 화자의 시선을 먼 곳에서 가까운 곳으로 이동시킨다.
⑤각 연마다 선경 후정(先景後情)의 방식이 드러나도록 전체 구조를 변화시킨다.

☞ 이런 문제 유형은 (나)의 시상 흐름에 초점을 두면 된다. 그대로 대입하여 보면 답이 나온다. (나) 시에는 시간의 경과가 없다, 눈을 감고 뜬다, 특정한 시어의 반복이 없다, 점층적인 구성이 아니다, 각 연은 선경후정이 아니다.

18.<보기>의 관점에서 (나)를 감상할 때, 가장 적절한 반응은?

<보 기>

시조는 전통적으로 음악과 관련된 형식을 강조한다. 노래로 불려지지 않는 현대 시조에서도 이러한 형식은 여전히 중요시되어 음수 통제나 율격 구조와 같은 형식적인 제약이 강조되고 있다. 그 결과 시적 감수성을 구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제 현대 시조는 이러한 형식적 제약을 넘어서 새로운 미학을 개척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① 의미를 압축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글자 수를 제한하고 있군.
②이미지의 흐름에 따라 짜임새 있는 의미 구조를 이루고 있군.
③어절을 규칙적으로 배열하여 율격적인 특징을 나타내고 있군.
④사투리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시의 리듬감을 잘 살리고 있군.
⑤정서의 흐름을 통제하기 위하여 안정적인 3장 구조를 지키고 있군.

☞ <보기>의 관점은 현대 시조는 형식적 제약(음수 통제나 율격 구조)을 넘어 새로운 미학을 개척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①의 ‘글자 수 제한’이니 형식적 제약, ②에 제시된 이미지는 형식적 제약이 아닌 회화성이므로 새로운 미학이라 할 수 있음 ③은 율격을 말하고 있으니 형식적 제약, ④ 또한 리듬감이란 말이 있으니 형식적 제약, ⑤ 역시 3장 구조이니 형식적인 제약이다.

19.<보기>는 (다)의 시인이 쓴 다른 작품의 일부이다. [A]~[E]에서 <보기>의 상황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은? [1점]

<보 기>

새벽 서릿길을 밟으며
어머니는 장사를 나가셨다가
촉촉한 밤이슬에 젖으며
우리들 머리맡으로 돌아오셨다.
- 박재삼, 「어떤 귀로」 -

① [A] ② [B] ③ [C] ④ [D] ⑤ [E]

☞ 어머니는 아침 일찍 나가셨다가 저녁 늦게 돌아온다.

덧붙이는 글 | 소설 문락 지문은 다음에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소설 문락 지문은 다음에 이어집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행복에서 물러나 시골 살이하면서 자연에서 느끼고 배우며 그리고 깨닫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3. 3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