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우리 모두를 구하리라!

[서평] 흥미로운 서책 <물의 치유력>을 읽고

등록 2006.10.04 15:14수정 2006.10.0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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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대하여

a <물의 치유력> 겉그림

<물의 치유력> 겉그림 ⓒ 생각의나무

"나를 물로 보지 마!"라든가 "돈을 물처럼 쓴다" 혹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등은 흔히 쓰이는 관용적인 표현이다. 여기서 공통적으로 사용된 단어는 물이다. 물은 허약한 것, 값싼 것 그리고 속이 빤히 들여다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요약하면 물은 우리 주위 어디서든지 쉽게 찾을 수 있고 가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표상된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사정은 전혀 달라진다. 인간은 보름 정도 굶어도 살아남을 수 있지만, 물 없이는 며칠도 견디기 어렵다. 태양이 이글거리는 사막에서 실종된 탐사대나 대양 한가운데서 표류하는 난파선을 연상하면 된다. 너무 흔해서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물이기에 우리는 물에 대해 거의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물의 치유력>을 지은 찰리 라이리는 물이 생명의 본질이라 주장하면서 논거를 제시한다.

"우리 몸은 상당 부분 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물은 체내의 모든 물리 화학적 변화를 위한 통로다. 신생아는 약 97%가 물이고, 건강한 성인은 약 75%가 물이며, 대개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탈수되어 약 65%가 물이 된다. 인간 뇌의 약 75%가 물이고, 뼈의 22%가 물이며, 심지어는 치아 상아질의 약 2%도 물이다." (88쪽)

그런데 물은 기체, 액체 그리고 고체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매우 드문 존재다. 하늘을 떠도는 구름이나 안개 혹은 수증기의 형태로, 메마른 대지를 적시는 빗줄기나 분노하여 역류하는 황톳빛 강물의 형태로, 혹은 남극의 빙하나 빙산과 같은 형태로 물은 존재하는 것이다. 조용필의 절창 '킬리만자로의 표범'에 등장하는 만년설이나 설산의 눈은 또 어떤가!

물은 특정한 형태나 빛깔을 가지고 있지 않다. 물은 그것을 담는 그릇의 형태와 빛깔과 향기를 온전하게 보존한다. 물은 그 자신을 강력하게 주장하지 않으며, 그것을 감싸고자 하는 것들의 욕망에 순순히 복종한다. 그러면서도 물은 본래 그것이 지니고 있던 자체의 성질을 결코 잃어버리는 법이 없다. 물은 부드러움과 강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존재다.


"액체상태의 물은 역동적이고 무질서하며 언제나 곡선운동과 나선운동을 한다. 물 분자들은 지속적인 혼돈 속에서 서로에게 압력을 가하여 쉽게 해체되거나 주변 분자들과 재배열된다. 항상 변화하는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물 구조는 어마어마하게 견고하다." (55쪽)

인간은 어떻게 물을 버렸는가


세계 4대문명은 모두 강가에서 발원했다. 범람하는 강물과 그것이 가져온 비옥한 평야가 인간의 농경생활을 가능하게 했고, 풍요로운 생산력에 기초하여 문명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따라서 물은 고대로부터 인간의 끊임없는 관심과 존중의 대상이었다. 이것의 가장 오랜 형식 가운데 하나를 우리는 오늘도 갠지스강에서 만나고 있다.

지은이는 합리적 이성 혹은 과학으로 대변되는 16세기 이후 유럽사회가 인간과 물의 관계와 같은 영적인 면모들을 단절시켰다고 생각한다.

"서양사회는 종교와 과학을 분리하려는 욕구가 축적된 이른바 '이성의 시대'가 시작된 16-7세기에 근본적인 변화를 겪었다. 그때부터 경험주의적 합리성이 목표가 되었고, 신화의 모든 흔적이 제거되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 서양인들은 종교와 영적인 믿음이 일상생활에 통합된 일부분이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신비는 당연히 생명의 일부분이었다." (32쪽)

이런 사태진전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이해할 수 없는 모든 것과 인간이 작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유럽에서 급속도로 진행된 과학 기술문명의 진척이 4세기 이상 진행되고, 그것이 세계적인 양상으로 확산되면서 이런 면은 훨씬 강화되었다. 물에 대한 인간의 이해도 세분화 과정을 거치면서 개별화되는 양상으로 전화되어 문제를 불러왔다.

"물은 근본적으로 전체성의 물질이며, 순환하는 물의 각 국면은 다른 국면을 반영한다. 물은 전체의 일부분이며, 언제나 전체로 돌아갈 방법을 찾는다.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질학 등으로 물의 여러 양상을 분리하여 관찰해서는 물의 흐름을 이해할 수 없다. 하나의 양상은 다른 양상에 영향을 끼치고 서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을 나누어서 이해하는 것은 전체 그림에 대한 생각 없이 개별적인 이미지들을 모아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21쪽)

우리는 지금도 하나의 통일된 전체상을 가지고 물을 이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각각의 분리된 지식과 경험, 개별화된 문화와 종교의 틀 속에서 물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노자가 '상선약수 上善若水(최고선은 물과 같다)'라는 함축적인 표현으로 도와 물의 관계를 논하면서 물에서 취한 최고선의 비유를 우리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는 물에 담겨진 신비하고도 중요한 본질을 헤아리지 못한 채 나날의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 서책의 지은이는 이점을 통렬하게 지적한다.

"지구의 70%는 물에 덮여있다. 우리는 물에서 태어났으며, 모든 생명은 물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는 물의 행성에 사는 물의 생물이다. 물은 모든 생명을 양육하는 신비한 생물체다. 물은 물리적 원소들과 미세한 에너지를 연결하고 전달하며 포획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육체적 차원과 정신적 차원에서 작용한다." (13-24쪽)

물의 효용을 생각한다

<물의 치유력>에서 지은이 찰리 라이리는 어떤 물을 어떻게 마시고 어떻게 목욕을 함으로써 현대인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지 자세하게 설명한다. 서책의 절반 가까운 분량이 물의 효용과 결부되어 있는 셈이다. 아프거나 피곤할 때 혹은 기운이 없을 때 이런저런 생각하지 말고 그냥 물을 마시라고 지은이는 우리에게 권고한다. 그의 주장을 들어보자.

"물은 우리에게 언제나 필요한 유일한 약일지 모른다. 질병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탈수다.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으면 신체와 뇌에 해가 되며, 신체작용이 효과적으로 기능하지 못하여 여러 질병뿐 아니라,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고생하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잠자리에 들기 전, 식사 30분 전, 그리고 끼니 사이에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131쪽)

물을 마심으로써 우리가 고칠 수 있는 질병의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관절염, 천식, 요통, 변비, 과민성 대장증후군, 두통, 소화불량과 가슴앓이. 고혈압과 심장질환, 생리질환, 입덧, 스트레스. 지은이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살을 빼거나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려면 음식에 신경 쓰기보다는 하루에 8~12잔의 물을 마시라고 권고하는 식이다.

그렇다고 아무 물이나 함부로 마시면 안 된다. 지은이는 건강한 물을 만드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도 있고, 더러는 까다로운 방식도 있다. 요즘 우리가 흔히 사 먹는 생수의 문제점까지 자상하게 알려주고 있어서 유익하기 이를 데 없다. 마지막 장에서 그는 목욕의 역사에 대하여 일별하면서 목욕의 효능을 일깨운다.

"아랍세계의 모든 마을이 4세기부터 함맘(hammam) 또는 터키 식 목욕탕을 자랑으로 삼은 반면 유럽에서는 목욕풍습이 로마제국과 더불어 사라졌다가 14세기가 되어서야 다시 등장했다. 게다가 그 시기 목욕은 옛날의 감각적이고 영적인 일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세속적이고 기능적인 활동에 불과했던 것이다." (142-143쪽)

고전기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가 주창했던 목욕의 효용을 설파하면서 지은이는 로마시대의 목욕에서 건강, 운동, 도덕적인 힘에 대한 믿음까지 포착한다(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동일한 대상을 놓고 다르게 바라보는 시각차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목욕탕 때문에 로마가 망했다는 사람과 로마와 더불어 사멸한 목욕문화를 안타까워하는 사람의 차이).

만일 당신이 목욕을 하기에 충분한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는 사람이라면 간단한 샤워로 새로운 생명력을 얻어낼 수 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여기서 그의 핵심어는 음이온이다.

"하루를 시작하는 바람직한 방법은 샤워로 생명력을 재충전하는 것이다. 움직이는 물속에 있는 음이온이 생명력을 느끼게 만든다. 파도가 부서지는 바닷가나 폭포 옆을 걷고 난 다음에 우리가 생기를 되찾는 이유도 음이온에 있다. 인공적인 폭포나 샤워도 생명력과 정신적인 웰빙을 되찾는데 도움이 된다." (166쪽)

서책 <물의 치유력>은 물에 담겨 있는 동서양의 풍부한 역사적이고 신화적이며 종교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지은이가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면을 간과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그는 우리가 오랜 세월 망각했거나 관습적으로 등한시했던 물에 대한 다른 시각을 제시함으로써 보다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물의 치유력>, 찰리 라이리 지음, 이충섭 옮김, 생각의 나무, 2006.

덧붙이는 글 <물의 치유력>, 찰리 라이리 지음, 이충섭 옮김, 생각의 나무, 2006.

물의 치유력 - 생명의 어머니인 물, 물의 놀라운 힘과 진정한 웰빙의 기술,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과학 여행 1

찰리 라이리 지음, 이충섭 옮김,
생각의나무,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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