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대 왕조의 평균 수명을 파악하는 것은 중국 사회와 역사를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 이것은 중국에서 생성·소멸하는 국가들의 사회통합능력을 이해하는 데 일정한 도움을 줄 것이다.
중국에서 고대국가의 체제가 완성된 것은 한나라(B.C. 202년 건국) 때라고 할 수 있다. 현존하는 동아시아 문화의 원형도 대체로 한나라 때 생성됐다. 그러므로 중국 역대 왕조의 평균수명을 분석하려면 한나라를 기점으로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한나라 이래로 중국에 존재한 크고 작은 왕조는 총 60개다. 이 60개 왕조의 존속기간은 평균 64.77년이다. 다시 말해, 한나라 이래의 중국 왕조들은 적어도 '환갑잔치'는 지내고 세상을 떠난 것이다.
60개 왕조 중 가장 오래 존속한 국가의 순위를 매기면 청나라(296년), 당나라(289년), 명나라(276년), 전한(前漢)과 요나라(각각 209년)다.
전한과 후한(後漢)을 합하면 한나라의 전체 수명을 407년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왕망(王莽, B.C. 45~A.D. 23)이 세운 신나라(新, A.D. 8~23)에 의해 전한이 멸망했기 때문에 전한과 후한의 수명을 합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다. 전한 멸망(A.D. 8) 후 15년 뒤에 생겨난 후한이 전한의 법통을 계승하기는 했지만, 두 왕조 사이에 뚜렷한 단절기간이 있으므로 왕조 존속기간은 각각 별도로 계산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위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한나라 이래로 중국에서는 300년을 넘긴 나라가 하나도 없었다. 200년 이상 존속한 나라는 이 다섯 나라뿐이다. 중국 통일왕조의 평균수명이 한민족의 통일왕조인 고려(475년)나 조선(518년)보다 훨씬 짧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이유에 관해서는 2편 기사에서 논의하기로 한다.
한편 100년 이상 존속한 나라로 전한, 후한, 동진, 북위, 당나라, 북송, 요나라, 남송, 금나라, 원나라, 명나라, 청나라가 있다. 모두 12개 나라가 100년을 넘겼다. 이 중 200년을 넘긴 다섯 나라를 제외하면, 100~199년 존속한 나라는 모두 7개다.
10년도 못 채우고 ‘요절’한 나라는 2개다. 한국의 후삼국시대에 해당하는 중국의 5대 10국 시대에 존재했던 후한(後漢, 947~950년)과 후주(後周, 951~960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중 불과 3년밖에 존속하지 못한 후한은 한나라 이래 중국 역대 왕조 중 가장 단명한 왕조다.
조사 대상인 60개 왕조 중 46개 왕조가 10년에서 99년까지 존속했다. 이 왕조들은 평균적으로 환갑만 넘기고 모두 사라졌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일반적으로 중국 왕조가 한국 왕조에 비해 수명이 짧다.
이와 관련하여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12세기 초까지만 해도 한국측 왕조들과 중국측 왕조들의 흥망성쇠에 일정한 상호 연관성이 있었는데, 12세기부터 그러한 상호 연관성이 현저히 약화되었다는 점이다.
중국측이 5호 16국의 분열기에서 남북조의 분열기로 압축될 때, 한국측의 분열도 3국의 항쟁으로 정리되고 있었다. 남북조에 이어 수·당 통일제국이 출현하자, 한국측에서는 발해와 신라의 남북국 시대로 한층 더 압축되었다.
뒤이어 중국이 5대 10국의 분열기에 접어들자, 한국에서는 후삼국의 분열이 재연되었다. 그리고 조광윤(趙匡胤, 927~976년)이 중국을 통일하고 송나라를 세운 시기에, 한국측에서는 왕건이 고려를 세우고 후삼국을 통일했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중국에서 통일 기운이 조성되면 한국에서도 유사한 기운(통일 혹은 압축)이 조성되었고, 중국에서 분열 기운이 생기면 한국에서도 어김없이 분열 기운이 생겼다.
그런데 이러한 상호 연관성이 12세기부터 현저히 약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중국에서는 북송-요나라, 남송-금나라, 원나라, 명나라, 청나라 등 통일왕조 혹은 대규모 왕조가 명멸했지만, 한국측에서는 고려에서 조선으로만 바뀌었다. 이런 현상은 왜 생긴 걸까? 그 점에 관하여는 2편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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