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남이섬

촬영지 후유증으로 낭만이 없어지고 있다

등록 2006.10.07 13:44수정 2006.10.0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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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남이섬 오솔길

남이섬 오솔길 ⓒ 박준규

강원도 춘천시에 속하여 북한강 상류에 있는 남이섬. 학생들의 소풍 장소, 대학생들 MT 장소, 연인들의 데이트장소로 잘 알려져 있어서 오래전부터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작은 섬이다.

이 섬은 강원 춘천시 남산면 방하리에 속해 있지만 정작 섬 안으로 들어가려면 배를 타야 하는데, 배 터는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달전리에 속해 있다. 해서 이 섬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강원도와 경기도를 동시에 들러야 하는 해프닝 아닌 해프닝도 벌어진다.


예전엔 소풍 장소로 유명했지만...

70~80년대 전국 초·중·고등학생들은 1년에 한 번쯤은 남이섬으로 소풍 및 수학여행을 오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가평지역 학교에서는 가장 자주 가는 소풍 장소로 당시 학생들에겐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손꼽히기도 했다.

당시 학생이었던 기자도 숱하게 남이섬에 다녔다, 물론 소풍으로. 한 학교 학생들 3분의 2가 몰려오니 당연히 뱃삯도 많이 할인됐다. 80년대 후반 기준으로 초중고 학생들 기준으로 개인당 200원에서 500원이 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2006년 현재 성인요금(5천원)기준으로 하면 거의 10배가 넘거나 같은 수준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남이섬은 그야말로 낭만의 섬이었다. 5분여 동안 배를 타고 들어가면 마치 무인도에 온 것처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자연이 만들어 놓은 그대로에 가까웠다. 가끔 보이는 작은 동물원이나 배 터 입구에 자그만 음식점과 매점 하나. 그 맞은 편 쪽엔 역시 자그만 기념품 가게 하나가 전부였다.

a 길옆에서 자화상을 그려주는 거리화백

길옆에서 자화상을 그려주는 거리화백 ⓒ 박준규

a 청솔모가 밤송이를 따고 도망친다.

청솔모가 밤송이를 따고 도망친다. ⓒ 박준규

섬 입구엔 밤나무가 무성해 매년 가을이면 밤이 이곳저곳에 떨어지고 그걸 주워서 먹는 다람쥐나 청설모 녀석들의 재롱은 그야말로 자연이 주는 넉넉한 삶 속의 여유가 아닐 수 없었다.


한때 남이섬에 일부러 늦은 시간에 들어가는 젊은 연인들이 많았다. 이유는 안 봐도 뻔한 이야기. 바로 배 시간을 놓치기 위한 속셈(?). 당시엔 마지막 배가 끊기면 섬에 갇혀 둘만의 시간을 가져야 할 수밖에 없으므로, 특히 남자 측에서 이 방법을 가끔 이용해 행복하거나 후회스러운 추억거리를 만들었으리라.

낭만으로부터 멀어지는 섬


a 겨울연가 여주인공 사진을 크게 뽑아 기념사진을 찍게 유도한다.

겨울연가 여주인공 사진을 크게 뽑아 기념사진을 찍게 유도한다. ⓒ 박준규

그러던 낭만의 섬이 몇 해 전부터 드라마·영화 등의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큰 인기를 얻고, 그로 인한 관광객들의 방문으로 그 조용하고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한 섬은 점차 낭만에서 멀어지고 상업성을 띤 섬으로 거듭나기 시작한다.

관광객이 몰리면 자연적으로 섬은 시끄러워지고, 하루가 멀다 하고 섬 내 상업시설 역시 늘어났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겠지만 어려서부터 지켜봐 온 남이섬이 갑작스레 변하는 것을 볼 땐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

a 남이섬 여행을 위한 전기택시

남이섬 여행을 위한 전기택시 ⓒ 박준규

나름대로 테마를 주제화하여 섬을 예쁘게 가꾸고는 있다. 하지만 ‘자연과 가꿈’이란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어떤 방법으로 가꾸느냐가 중요하겠지만, 적어도 자연으로 파괴하고 새 건물 등을 짓고 하는 행위는 가꿈이란 단어보다 발전이라는 단어가 적합하다. 발전은 곧 옛것을 고수하지 않고, 좀 더 낫게 뜯어 고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남이섬은 많은 관광객 입맛에 맞게 섬을 발전시키고 있으며, 오래전부터 지켜본 사람들 중 일부는 이 발전에 아쉬운 마음을 속으로 삭히고 있다.

a 나무로 지어 놓은 방가로

나무로 지어 놓은 방가로 ⓒ 박준규

굳이 남이섬만이겠는가? 주위를 둘러보면 한 번 방송이나 영화에 인기몰이를 받는 곳은 머지않아 파헤쳐지고 ‘보다 편하고 보기 좋게’라는 명분하에 발전시킨다. 하지만 이 발전이 정말 그곳들을 발전시키는 행동일까?

물론 일부 사람들은 그 덕에 일자리가 생기고 그로 인해 웃음 지을 경우도 있겠지만 예전에 보여주던 그곳의 자연미는 자연적으로 퇴색돼 버리고 말 것이다.

우리는 한 번 보고 인상에 남는 곳(것)들은 꼭 인공적인 힘을 써서 발전시키거나 소유하길 원한다. 달리 보면 이러한 것들이 이익이 될지 모르지만, 도가 지나치면 반드시 해가 될 행동들이기 때문에 ‘지켜줘야 아름다운 곳들’에 대해서는 지켜주며 진정 가꿈과 관리를 통해 이어 나가는 것이 참된 행동이 아닐까 싶다.

a 이인용 자전거 타기

이인용 자전거 타기 ⓒ 박준규

각종 매체를 통해 날로 전국 방방 곳곳이 알려지면서 좋은 곳들도 노출되기 쉬움으로 우리가 지켜줘야 할 아름다운 곳들도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시점에 진정한 가꿈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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