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과 풀이 공존하는 5백평의 콩밭송성영
콩밭 옆을 지나가던 후배의 아버지가 한마디 던집니다.
“콩 농사가 생각보담 잘 됐구먼.”
“다들 걱정 했는디 칠 할은 건질 거 같튜.”
“그러게 말여, 예전에는 끈도 달아 메고 이것저것 다 해 놓았는데도 다들 망쳤는디, 참 희안하네.”
“소가 뒷걸음질 하다가 쥐 잡은 격이쥬.”
애초에 콩을 심기도 전에 다들 걱정했습니다. 비둘기와 까치들 극성 때문에 콩 농사 지어봤자 말짱 도루묵이라고 했습니다. 날짐승들 눈에 용케 벗어난다 하여도 본래 논이었던 자리이기에 온통 물이 고여 콩 뿌리가 썩어 나자빠진다 했습니다. 죽어라 농사 지어봤자 3할이나 건질까 말까 한다는 그런 밭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고집스럽게 아무도 손대지 않는 땅에 콩 농사를 밀어붙였습니다. 소작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그 버림받은 땅에서 나름대로 잔머리를 굴렸습니다. 먼저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보통 고랑보다 넓게 하여 한 줄씩 콩을 심을 수 있도록 두둑을 만들어 물 빠짐이 좋게 했습니다.
또한 날짐승들의 예리한 눈을 피하기 위해 장마철에 맞춰 콩을 심었습니다. 날짐승들은 콩 대가리가 올라오면 그걸 싹뚝싹뚝 잘라먹는데 장마가 시작될 무렵 콩 싹이 올라오도록 했던 것입니다. 지 놈들이 아무리 두 날개 달린 짐승이라 할지라도 장맛비를 철철 맞아가며 콩 대가리를 잘라먹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는데 그게 적중했던 모양입니다.
거기다 500평을 일일이 모종을 내어 옮겨심기에는 일손이 딸려 콩을 직파 했습니다. 애초에 날짐승들의 먹을 것을 대비해 콩을 평소보다 두 배 이상을 심어 놓았습니다. 촘촘하게 심었기 때문에 날짐승들이 알 콩을 파먹고 싹을 뜯어먹어도 옮겨 심을 콩 모종은 충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