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호랑이를 기다렸다!

[서평] <하얀 눈썹 호랑이>

등록 2006.10.12 09:15수정 2006.10.1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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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솔수북

드디어 나왔구나! 서점에서 <하얀 눈썹 호랑이>를 집어드니 매우 반가웠다. 그동안 이런 책을 기다렸다. 좋은(?) 호랑이가 나오는 책 말이다.

언젠가 TV에서 호랑이가 나온 뒤로 딸아이는 "내 친구 호랑이"라며 호랑이 인형만 끌어안고 살았다. 호랑이가 나오는 그림책을 사주고 싶어 서점에 갔더니, 마침 전래동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때라 호랑이가 나오는 책들이 제법 되었다.


문제는 나쁜 호랑이, 멍청한 호랑이들이 나온다는 거다. 원래 전래동화가 그렇다는 데야 할 말은 없지만, 이렇게 저렇게 고생하던 호랑이들이 불에 타죽는 걸로 이야기가 끝나는 책을 호랑이가 자기 친구라며 눈을 반짝이는 딸아이에게 안기긴 곤란했다.

사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 역시 호랑이를 좋아한다. 한반도 지도를 호랑이로 표현한 그림이 인기를 얻고, 축구 대표선수 유니폼에도 호랑이가 달린 것처럼 지금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동물을 꼽으라면 호랑이가 으뜸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88올림픽 마스코트도 '호돌이'였네.

단군 신화에서 호랑이는 곰에게 패배했지만 민간 신앙의 주된 상징으로 활약했고, 고려 태조 왕건과 관련된 설화로 제도권에 진입한다. 소설 <장길산>에 나오는 목멱산(지금의 서울 남산)에 호랑이가 나올 것을 두려워한 포졸들이 추적을 단념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처럼 한반도에서 가장 무서운 맹수였던 점도 호랑이가 강력한 상징으로 군림했던 비결이었을 것이다.

a 공식화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을 상징하는 동물은 호랑이가 으뜸이다. 보다 강대국이 되고픈 국가 상황과 호랑이의 강인한 이미지를 연결짓고픈 것은 아닐지.

공식화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을 상징하는 동물은 호랑이가 으뜸이다. 보다 강대국이 되고픈 국가 상황과 호랑이의 강인한 이미지를 연결짓고픈 것은 아닐지. ⓒ KFA외

우리나라에서 호랑이가 얻고 있는 보편적인 인기에도 호랑이를 문화 상품으로 살려내는 것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아이들은 디즈니 캐릭터 '티거'나 호랑이 기운이 솟아난다는 콘플레이크 광고에서 내 친구 호랑이를 만났다. 지금은 중견 연기자가 된 윤유선씨가 어려서 출연했던 TV 프로그램 '호돌이와 토순이'만도 못한 것이 호랑이 대접이었다.

신령스러운 호랑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하얀 눈썹 호랑이>는 사람들 속마음을 볼 수 있는 호랑이가 나쁜 사람은 벌하고 착한 사람에겐 자기 능력을 나눠 준다는 이야기가 정감 있는 그림체로 실려 있다. 우리 전통 그림체와 색감을 잘 살려낸 것이 인상적이고, 다양한 기법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점도 좋다.


원래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읽어 주는 책이지만, 막상 읽다 보면 잘 읽히지 않는 책들이 있는데 <하얀 눈썹 호랑이>는 읽기 좋은 운율을 가지고 있다. 중간에 사람들이 쑥덕거리는 대목에서는 매기고 받는 식으로 구성되어 잔재미가 있고, 마지막에 "바로 너처럼"하며 맺는 부분도 아이들이 까르르하면서 재미있어한다.

우리 문화 원형을 살려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려는 노력의 하나라고 하는데, 앞으로 '알려지지 않은 호랑이' 시리즈가 이어진다고 하니 관심 있게 지켜보자.


a <하얀 눈썹 호랑이>는 다양한 전통 그림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고 읽기에 좋은 호흡을 가지고 있다.

<하얀 눈썹 호랑이>는 다양한 전통 그림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고 읽기에 좋은 호흡을 가지고 있다. ⓒ 한솔수북

하얀 눈썹 호랑이

이진숙 지음, 백대승 그림,
한솔수북,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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