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도 로마 가면 로마법 따라야 한다

[해외리포트-주장] 영국의 이슬람여성 복장 논란에 대해

등록 2006.10.12 17:44수정 2006.10.1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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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잭 스트로 의원의 발언이 무슬림들을 자극했다는 BBC 인터넷 뉴스 5일자 기사. 사진이 문제의 니캅 복장이다.

잭 스트로 의원의 발언이 무슬림들을 자극했다는 BBC 인터넷 뉴스 5일자 기사. 사진이 문제의 니캅 복장이다.


전직 외무장관 "니캅 때문에 의사소통 어렵다"

잭 스트로 전직 영국 외무장관의 이슬람 여성 복장에 관한 발언으로 안 그래도 시끄러운 영국 정치판이 뜨겁다.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니캅이 지역사회의 유대감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 발언의 취지이다. 쉽게 말해 상대의 눈에 나타나는 다양한 표정 변화를 통해 그 반응을 읽으며 대화할 수 없으니 자신이 말한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등을 확인할 수가 없어 쌍방향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일국의 전직 외무장관이 자신의 사무실을 방문한 일개 이슬람 여성 유권자에 대하여 이런 식으로까지 말을 하고 또 그 내용이 지역 언론을 통해 정치권과 지역 사회에 알려져 논란을 일으켰다.

이슬람 조직은 즉각 반발하였고 베일을 한 여성이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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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스트로는 1979년 이래 블랙번에서 노동당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전체 인구 14만의 소도시로 주민의 78%가 백인이고 서남 아시아 인이 20%를 차지한다. 이슬람 인구는 19.4%인 2만 7000여명으로 영국내 세번째로 높다.

유대교 신자인 잭 스트로는 토니 블레어, 고든 브라운, 존 프레스콧과 더불어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몇 안되는 정치인 중 한 명이다.


토니 블레어 수상의 이라크 참전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로 인해 작년 총선에서 이슬람 조직으로부터 낙선 운동에 휘말렸지만 2위인 보수당 후보를 거뜬히 누르고 1만 7562표(42%)를 얻어 당선되었으니 3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블랙번에는 약 15개의 모스크가 있다. 2만 7천명의 무슬림이 상주하니 1개 모스크당 대략 1800명이 다니는 것으로 짐작된다.


기도 시간을 알리기 위해 매일 다섯번 모스크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를 한 번 상상해 보자. 15개 모스크에서 동시 다발로 울려대니 여타 종교를 믿는 사람들로서는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닐 것이다. 특히 새벽잠이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이 소리는 여간 달갑지 않은 불청객일 것이다.

어릴 때부터 맨발로 생활하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무슬림들이 모스크 주변에 설치된 일정한 지역에서 손발을 씻고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하루에 다섯 번 기도 드리기 위해 모스크를 방문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들어가는 입구에는 아마 수백 수천의 샌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을 것이다. 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끌고온 차들로 부근은 북새통이 될 것이다. 행사라도 있어 함께 음식이라도 나누어 먹는 날에는 아마 북새통이 날 것이 아니겠는가.

남성이 그릇된 생각 갖지 않게 여성이 미리 차단?

기자가 거주하는 이곳 아랍 에미레이트에서도 베일로 얼굴을 가린 여성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통계에 의하면 20% 정도의 여성이 니캅을 한다고 한다.

젊은 무슬림 부부가 각기 희고 검은 의상을 입고 갓 태어난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쇼핑몰에서 한가로이 다니는 모습을 보곤 하는데 이 경우도 역시 여성은 베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족이 아닌 외간 남자에게 여성 신체의 일부를 드러냄으로서 그 외간 남자로 하여금 여성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가치 대신 저급한 생각을 유발시킨다는 것이 니캅을 하는 이유라고들 한다.

남성이 그릇된 생각을 갖지 못하도록 여성이 미리 알아서 차단시켜주는 것이니 이슬람은 남성의 충동적 본능까지도 미리 알아서 챙겨주는 특히 남성에게는 관대한 종교가 아닌가.

니캅 혹은 푸르다(인도어로 '커튼'의 의미)는 그 근원에 대해 여러 설이 있으나 정통한 이슬람 학자들에 의하면 힌두 내지는 불을 숭상하는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이라고 한다.

시리아,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등지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푸르다 시스템(얼굴 전체를 베일로 가림)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 도시들의 번성으로 인하여 당시 문화적 유행처럼 도시에서 도시로 퍼져 나가다가 7세기 이슬람의 페르시아 정복이후 본격적으로 아라비아 반도로 내려왔다는 것이다.

베일을 하지 않을 경우 행동거지가 바르지 못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풍조가 깊어지자 인간 속성상 너도 나도 바른 행실의 과잉 표출로 베일을 하기 시작했으니 사실 니캅이나 푸르다는 종교적이라기 보다는 다소 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실제 코란에는 니캅에 대한 언급이 없다. 머리카락과 목에 대한 언급은 있으나 얼굴에 대한 언급은 없다. 코란 33장 53절에는 "믿는 모든 이들의 어머니"에게만 해당된다고 쓰여있는데 이 어머니가 무함마드의 부인을 가르킨다는 해석이다.

코란 33장 55절의 내용은 모든 무슬림 여성에게 해당되는 것이나 이 내용 역시 일체 니캅이나 푸르다에 대한 언급은 없고 단지 가슴 부분을 가리는 베일에 대한 언급이 나와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기독교에 복음이 있다면 이슬람에는 다와 'Da'wah"가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슬람을 믿도록 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일체의 행위를 가리키는 단어이다.

그 나라 시민이 되려면 그 나라 문화도 흡수해야

잭 스트로의 발언에 대한 영국내 무슬림 반응과는 달리 <칼리지 타임>지의 주간인 무함마드 A. R. 갈라다리씨의 발언은 따라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영국 언론이 연일 영국 무슬림을 우스개 거리로 치부하는 작금의 상황에 고소를 금할 길 없으나 알고 보면 다 자업자득이라는 것이다. 어느 나라에 가서 살든 그 나라 시민이 되기를 원한다면 그 나라의 문화, 관습, 습관과 심지어 사회적 특성까지도 흡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 무슬림들을 위해 갈라다리씨가 인용한 영국내 우등생 타민족의 예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은 매우 이채롭다.

유대인인 벤자민 디즈레일리는 영국 수상을 두 차례 역임했다는 것이다. 많은 유대인들은 영국에 와서 심지어 이름을 바꾸고 자신들만의 커뮤니티에서 벗어나 영국인들과 결혼을 했다고 예를 든다. 영국 유대인들은 모든 면에서 원래 영국인들과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젠가 런던에서 맹인 여성이 안내견을 데리고 택시를 세웠다. 공교롭게도 택시 기사는 파키스탄 출신 무슬림이었고 따라서 승차 거부를 하게된다.(이슬람에서는 개를 지저분한 동물로 천시함) 맹인 여성은 택시 기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 법원에서는 맹인 여성의 손을 들어준 사건이 있었다.

아프카니스탄과 같은 이슬람 국가에는 아직도 명예살인이 존재한다. 집안의 여성이 명예를 더럽히는 행위를 저지를 경우 가족 구성원들이 그 여성을 직접 죽임으로서 집안의 명예를 회복한다는 것이다. 사회 전반이 종교의 영향력 아래 있는 국가이니 명예살인은 그대로 묵인된다.

이슬람은 폭력과 여성에 대한 차별을 금하고 있다. 개인의 인격이 존중되어야 하듯 서로의 종교 또한 같은 잣대로서 평가되어야 하며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지혜 또한 필요한 세상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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