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없으면 땅값이 안 오른다고?

[주장] 시민단체 개혁안 기본방향부터 잘못... 문제는 부동산 소득 비과세다

등록 2006.10.20 16:14수정 2006.10.2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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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주변 집값을 크게 올렸다는 비판을 받아온 판교신도시. 현재 터닦이 작업이 한창이다.

주변 집값을 크게 올렸다는 비판을 받아온 판교신도시. 현재 터닦이 작업이 한창이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나라당, 참여정부, 시민단체의 토지개혁안은 그 집행방법에 사소한 차이는 있을지 모르나 부동산정책의 기본방향에선 큰 차이가 없고 그들의 기본방향은 잘못된 것이다. 그들의 기본가정은 투기를 막으면 투기적 수요가 적어지므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며, 투기적 수요를 없애기 위해선 토지거래허가제, 신축아파트 순위분양제, 분양권 전매금지, 부동산 보유과세 강화, 분양원가공개, 투기적 부동산 보유를 하지 않으려는 건전한 시민의식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투기적 수요는 부동산가격의 변동과정에서 단기적으로 그 진폭을 크게 하거나 작게 할 수는 있지만 그 부동산의 가격수준을 장기적으로 변동시킬 수는 없다.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투기수요자를 죽여버리고(어떻게 투기수요자를 구분해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투기수요자에 부동산을 파는 것을 금지시키고, 분양권은 절대로 전매할 수 없고, 국민들은 투기를 절대로 하지 않는다고 가정하자.

그렇게 되면 집값과 땅값이 내려가는가? 투기가 있어도 투기 할아버지가 있어도 현재의 생산성도 낮고 앞으로 생산성이 오를 전망도 없는 부동산은 가격이 올라가지 않는다. 투기가 없어도 개발이 예정된 부동산, 지하철이 갑자기 신설되기로 결정된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오른다. 부동산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이 결코 될 수 없는 투기를 붙잡아다가 악질이니 망국병이니 광풍이니 하는 헛소리를 하지 말자.

투기가 그렇게 판을 치고 있는 주식시장에서 투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는가? 투기가 주가를 올린다면 가장 투기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한국 주식시장은 왜 저평가되어 있다고 하는가? 주식시장에선 투기가 주가수준을 변동시킬 수 없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들이 왜 부동산시장으로만 넘어가면 투기광풍이니 투기망국병이니 하는 미친 소리를 외치고 있는가?

몇 십년 동안 입만 벌리면 투기를 막겠다고 정부는 외쳐왔고 실제 그렇게 행동했는데 왜 부동산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는가? 똥개도 제 행동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다른 행동을 시도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투기억제가 부동산문제에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몇 십년에 걸쳐 현실적으로 증명되었음에도 아직도 망국적인 투기를 뿌리뽑겠다는 개소리보다 못한 소리만 하고 있을까?

투기 판치는 한국 주식시장, 왜 저평가돼 있나

토지정의시민연대 홈페이지의 '부동산 투기 불지르는 안상수 인천시장은 각성하고 결과에 책임지라'는 논평을 살펴보자. 먼저 토지정의시민연대의 글을 그대로 인용한다.


진정한 자본주의 사회는 부동산 투기를 부정한다.

부동산 투기는 국민경제에 아무런 기여는 없고 해악만 끼치면서 국민경제를 좀 먹는 사회경제적인 범죄행위에 가깝다. 토지불로소득을 노리고 발생하는 부동산 투기로 인해 여러 부정부패와 사회악의 발생, 건강한 근로의욕의 상실, 엄청난 불로소득으로 인한 심각한 도덕적 타락 등 부동산 투기에 따른 사회적 폐해와 손실은 비용으로 계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아울러 부동산 투기는 집값을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게 만들어 집 없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멀어지게 한다. 부동산 투기는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과 환경보존도 어렵게 만들고, 자본을 생산적인 곳에 투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에 몰리게 해 자원배분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이로 인해 생산적인 곳에 일자리가 없어지게 만든다.



토지정의시민연대의 주장대로 투기가 없어지면 토지불로소득이 없어지는가? 어떤 지역이 개발예정지가 되었다. 개발이 예정되었기 때문에 투기적 수요가 발생한다. 장래 땅값 즉 개발 후의 땅값을 누구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투기가 발생한다. 투기행위자가 반드시 불로소득을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장래 땅값의 예측에 실패하면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어떻든 개발이 완료되면 땅값의 불확실성은 사라지고 안정적인 지가수준이 형성될 것이다. 투기적 수요가 없다고 하여도 개발 후의 지가수준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투기를 허용하여 유능한 투기꾼이 지가상승분을 가져간 것과, 투기가 금지되어 원주민이 지가상승분을 가져간 것이 국민경제에 어떤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가? 투기꾼한테 팔지 말고 조금만 더 땅 가지고 있어라고 원토지 소유주들을 교육하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하는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투기가 없어져도 불로소득은 있고, 투기가 없어져도 오를 땅값은 오르는데 왜 투기가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리고 국민경제를 좀먹는다고 하는 것일까?

토지정의시민연대는 '심각한 토지소유 양극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이 대안이다'라는 논평에서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주요수단인 토지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이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보유과세는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없다. 보유과세는 현재의 지가수준을 낮추어 현재의 토지소유자에게 부담이 되지만 지가상승분에 대한 효과는 없다.

한 토지의 수익이 11원이고 매년 보유세 1원(보유과세율 1%)을 납부하며 적정한 할인율이 있어 그 토지의 가격이 일 년 수익의 10배인 100원이라고 가정하자. 갑자기 이 토지 주변에 지하철이 건설되어 수익이 22원이 되면 토지가격은 200원이 되며 보유에 대한 세금은 2원이 된다.

위의 예에서 보유과세율이 10%라고 가정하자. 그러면 토지의 수익이 11원일 때 토지가격은 55원이 되고 보유에 대한 세금은 5.5원이 된다. 토지의 수익이 22원이 되면 토지가격은 110원이 되고 보유에 대한 세금은 11원이 된다.

보유세율이 1%인 경우와 10%인 경우 토지가격이 두 배로 상승되었다. 토지의 수익이 11원일 때 토지를 산 사람은 보유과세율과는 관계없이 모두 100%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보유과세율이 1%인 경우에는 100원 투자하여 200원의 토지를 갖게 되었고, 보유과세율이 10%인 경우에는 55원을 투자하여 110원의 토지를 갖게 되었다. 즉 보유과세는 투기자의 수익률에 전혀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보유세 강화로 불로소득을 환수한다?

보유과세는 현재의 토지소유자에 대한 부담은 된다. 위의 예에서 보유세율이 1%에서 10%로 변하면 토지소유자는 토지가격이 100원에서 55원으로 45원 내리는 불이익을 받는다. 보유과세의 강화가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물론 토지에 대한 보유과세를 강화하면 토지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지가수준이 높은 이유중의 하나는 보유과세가 부실하다는 것이므로 보유과세를 합리화하는 것은 부동산문제에 대한 해결책의 하나는 되지만 그것이 다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보유과세는 현재의 토지소유자에 대해서만 부담으로 작용하므로 보유과세의 강화는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상에서 토지정의시민연대의 문제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주장을 살펴서 이를 비판하였지만 투기가 문제이고 보유과세를 강화하여 문제를 해결하자는 논리는 한나라당과 참여정부 모두 기본적으로는 동의하고 있으므로 위의 비판은 한나라당과 참여정부의 부동산대책에 대한 비판도 된다.

비판이 끝났으므로 이젠 부동산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생각해보자. 투기는 문제가 아니다. 시장에서 땅값이 높게 결정되는 것도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부동산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소득이 거의 과세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근로소득도 사업소득도 고율의 소득세가 과세되는데 일세대일주택이니 자경농지니 하는 실수요라는 미명하에 어마어마한 소득이 비과세되고 있다는 사실이 문제이다. 부동산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소득에 대해 타소득처럼 과세하고 보유과세가 어느 정도 강화되면 정부의 부동산시장에 대한 개입은 불필요하다.

이러한 조치만으로 상당수준 부동산가격은 안정될 것이다. 부동산가격을 눈꼽만큼도 안정시킬 수 없는 투기억제 종합대책은 이제 제발 그만두어야 한다. 부동산시장에 대한 개입 대신 정부는 복지대책의 일환으로 시장에서 자기의 주택을 구입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료 또는 저렴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요약한다. 문제는 보유과세의 부실과 부동산가치의 증가이익에 대한 비과세이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부동산시장에 대한 대책으로서 보유과세의 합리화와 모든 부동산가치의 증가이익에 대한 과세와, 복지정책으로서 저소득층에 대한 무료주택공급이다.

시장경제에서 시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헛소리만 하는 것은 절대 개혁을 가져올 수 없다. 시장에 대해서는 시장의 합리성을 존중해 주고 정부는 시장에서 실패한 사람들을 위해 복지정책을 펴면 된다. 시장이 정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정부가 시장을 억누르고 시장의 가격을 통제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달동네가 재개발되면 달동네 원주민들이 재개발된 신축아파트에서 살아야 되는 것이 개혁인가? 살라고 해도 관리비 내는 것이 어려울 사람들을 재개발된 신축아파트에서 살라고 하는 것이 개혁이고 재개발된 달동네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에게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주는 것이 개혁인가? 신축아파트의 최초구입자의 분양가격을 낮추어 막대한 시세차익을 최초구입자에게만 주는 것이 개혁인가? 어떤 효율성도 없고 어떤 형평성도 없는 것들이 시민단체의 이름으로 떠들어지고 있다. 무식한 부르짖음은 반개혁세력들을 도와 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복지가 관심사면 복지정책에 대해 말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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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생 서울대 공법학과 83학번 OSU (Oregon State University) 박사과정 수료(학위 취득 못함) 조세문제 토지문제 등 경제문제에 관해 나름대로 생각한 것을 기사로 작성하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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