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
꽃은 피는 대로 다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니다. 비바람에 떨어지는 꽃들이 있어 남은 꽃들이 실한 열매를 맺어갈 수 있는 장치들을 가지고 있다. 특히 비바람이 지나간 후 석류나무 아래에 가보면 떨어진 석류꽃들이 뒹굴고 있다. 꽃잎이 진 후에도 꽃술은 그대로 꽃받침에 남아있고, 그것 역시도 꽃처럼 보인다. 그래서 열매가 되지 못하고 떨어진 것조차도 꽃처럼 보인다.
떨어진 것들, 그들이 있어 남은 것들이 실한 열매를 맺어갈 수 있는 것이니 떨어진 것들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해야 할 일이다. 비록 그들은 땅에 기대어 흙으로 돌아가지만 그들 역시도 실한 열매를 잉태하는데 일조를 하는 것이니 그것이 그들의 살아가는 방식일 것이다.
석류의 꽃받침은 두텁고 단단한데 신기한 것은 꼭지부분이 점점 자라면서 실한 열매가 된다는 것이다. 점점 둥글게 자라나는 석류를 보면 마치 임신한 아낙의 배처럼 보인다. 그리고 자랄 것 같지 않은 딱딱한 껍질이 자라고 자라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 껍질이 터지고 속내에 담고 있었던 붉은 보석들을 세상에 선보인다. 마치 보석주머니를 보는 듯하다.
그 붉은 보석들은 다름 아닌 씨앗인데 씨앗을 감싸고 있는 과육의 맛, 시큼하면서도 단맛이 일품이다. 양귀비와 클레오파트라가 즐겨먹었다는 과일이 석류라고 하니, 그 여인들은 붉은 보석 혹은 보석주머니를 먹으며 자신들의 미를 가꿔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