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고객을 유혹하는 화려한 카드 광고들각사 보도자료
[사례]사회초년생인 회사원 윤아무개씨는 얼마 전 TV를 보다 큰 사고를 칠 뻔했다. 회사생활 2년차인 윤씨는 그동안 이런저런 지출에 카드빚이 쌓여 왔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 달 일하고 받는 월급 120만원은 카드값 결제하고도 모자라서 얼마 전부터 급기야 카드를 돌리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던 차에 '친구 같은 대출' 광고는 보고 있으면 정말 마음까지 따뜻해지더라는 것이다.
카드를 돌리기 위해 한 달에 하루는 점심시간을 온통 은행을 전전하며 카드대금을 막아 넣어야 하는 급한 처지의 윤씨. 전화 한 통화에 대단히 빠르게 대출해준다는 광고는 충분히 달콤하다. 결국 윤씨는 대출회사에 전화를 걸어 대출상담을 받았다. 그러나 막상 전화상으로 카드번호와 비밀번호까지 묻는 상담내용이 영 꺼림칙해서 대출받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화려한 카드광고에 꼬인 인생
윤씨의 무절제한 소비지출은 직장생활 초기 발급받은 신용카드가 화근이다. 처음 회사생활을 시작했을 때 무턱대고 카드부터 발급받은 것이다.
당장 월급이 적기는 했으나 나름대로 커리어를 관리해서 이직을 통해 연봉을 높이겠다는 나름의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적은 월급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서 윤씨의 한 달 월급은 120만원, 카드 한도는 200만원이어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여긴 것이다.
처음에는 그래도 한 달 카드대금이 월급을 넘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워낙 쇼핑을 좋아하는 윤씨는 점점 카드대금을 키웠다. 결국 지갑 속에는 카드 개수가 2개, 3개 늘어나기 시작했고 이젠 카드 결제일이면 은행을 전전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윤씨의 지갑 속에 있는 카드는 최근 최고의 여배우가 화려한 TV 광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 카드를 발급받을 때만 해도 광고 속 여배우의 모습은 윤씨의 미래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커다란 쇼핑백을 몇 개 들고 세련된 모습으로 백화점을 나오는 모습, 값비싼 음식점에 가서 당당하게 카드를 내밀 수 있는 자신감.
그러나 윤씨의 미래는 세련된 옷을 입고 카드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2000년대 신용카드의 잘못된 사용으로 많은 사람들이 신용불량이라는 커다란 고통을 끌어안고 있을 때조차 TV 속 카드 광고는 참으로 여유로웠다. 20대 여성이라면 마음 설레기 충분한 삶이 카드 광고 속에 가득했던 것이다.
창밖의 멋진 남편이 꽃을 한아름 들고 집안으로 들어오고 그 뒤 바로 비치는 카드 한 장. 때로는 그 멋진 남편과 우아한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마치고 당당하게 카드를 내미는 여자의 센스있는 모습.
그 모든 행복한 일상이 마치 카드 한 장 소지하면 내 것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광고의 효과는 탁월했다.
그런 카드 광고는 점점 진화를 거듭하더니 쓰면 혜택까지 쏟아진다고 한다. 더불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카드 사용 때문에 일상의 평화가 깨져버리는 와중에도 천만, 백만이 쓰는 것으로 카드는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어 가고 있다니 현실과 광고세계의 괴리는 우리 사회 양극화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카드광고로 시작해 대출광고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