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95회

제노사이드

등록 2006.10.26 17:13수정 2006.10.2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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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은 둥근발 짐승이 입을 겨누고 불꽃을 토해 내는 간격을 어느 정도 눈치 채고 있었기에 주저하지 않고 몸을 날려 피했다. 간발의 차이로 괴물이 토해낸 불꽃은 솟이 있던 자리를 헛되이 맞추고 말았다.

-윽!


무리한 동작에 솟은 뒤늦게 심한 통증을 느끼고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발목을 보았다. 그 틈에 둥근발 짐승은 다시 입을 솟이 있는 방향으로 돌려 겨누었다. 솟은 눈을 크게 뜨고 둥근발 짐승을 노려보았다.

그 틈에 모로가 가죽포대를 짊어지고 둥근발 짐승의 둥근 발아래에 불이 붙는 알맹이를 잔뜩 쏟아 놓았다. 솟은 그것이 자신이 살 마지막 방도임을 알고서는 온 몸을 죄여오는 아픔도 무릅쓴 채 둥근발 짐승의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들어갔다. 그 바람에 둥근 발 짐승의 입은 솟을 제대로 겨누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우왕좌왕 거렸다. 솟은 품속에서 자신이 소중히 갖고 다니는 작은 부싯돌을 꺼내어 ‘탁’소리와 함께 재빨리 불을 붙였다.

-와아!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환호와 놀라움이 뒤섞인 탄식을 쏟아내었다. 모로의 잘 타는 알맹이에 붙은 불은 순식간에 둥근발 짐승의 온 몸을 휘감았지만 동시에 솟의 모습도 삼켜 버렸기 때문이었다. 둥근발 짐승은 솟에게 겨누던 입을 돌리고 불길을 피하기 위해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둥근발 짐승의 입 구멍으로 솟이 기어 올라가 달려들더니 벗어 든 옷에 잔뜩 싸든 불붙는 알맹이를 쳐 박듯이 쏟아 부은 후 불을 붙였다.

-푸학!


마치 바람이 휘몰아치는 것과 같은 소리와 함께 둥근발 짐승은 입부분에 불이 붙은 순간 움직임을 멈추었고 그대로 불꽃에 서서히 검게 그을리며 살라 먹히고 말았다. 기둥 안쪽이 완전히 정리된 것을 본 두 마리의 하쉬는 하나가 끈에 달린 손을 잡아끌고 하나는 그를 따라가며 공격을 피해 하쉬들이 피해 들어간 곳으로 쫓아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곳은 인간들의 눈에 동굴과 같아 보였다.

-수이!


솟은 머뭇거리지 않고 수이를 찾기 위해 서둘러 하쉬들을 쫓아 들어갔다. 본래 그곳에 없던 동굴이 갑자기 생겨난 것에 대해서 솟은 이상하게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다른 이들은 이미 동작을 멈춘 둥근발 짐승들을 때리고 밟느라 솟의 행동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그차와 모로는 금방 솟의 뒤를 따랐다.

-어이쿠!

모로가 서두르는 바람에 휘청거리며 주춤거리는 사이, 그의 눈앞에서는 놀라운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앞서 간 하쉬 두 마리와 솟이 뒤따라 들어간 후 동굴의 입구가 서서히 닫히고 있었던 것이었다. 거의 입구가 다 닫혀가는 상황에서도 그차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맹렬히 달려가고 있었다.

-조심해 그차!

모로는 달려가는 것을 포기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그차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차는 좁아져 가는 틈으로 몸을 맹렬히 날려 간신히 동굴 안 쪽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앗!

동굴 안으로 들어선 그차는 자기도 모르게 비명과도 같은 탄식을 질러대었다. 동굴의 안은 전혀 어둡지가 않았고 오히려 눈이 부실정도로 밝았다. 더구나 벽면은 울퉁불퉁한 돌이나 흙이 아닌 매끄럽게 보이는 하얀 재질로 뒤덮여 있었다. 그차의 앞에는 역시 놀란 눈으로 동굴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솟이 서 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그차의 말소리가 들리자 솟은 말없이 뒤를 돌아본 후, 가벼운 한숨과 함께 수이를 부르며 절룩거리며 앞으로 뛰어나갔다. 그러나 그차는 동굴안의 낯설고 이상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한동안 쉽게 발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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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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