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하기 전의 달내마을정판수
'부지깽이가 곤두선다'는 속담이 있다. 아궁이에 척 하고 드러누워 있어야 할 부지깽이도 누워 있을 틈이 없이 곤두서서 돌아다닌다는 뜻으로, 어떤 일이 몹시 바쁜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바로 이맘때의 시골이 그렇다.
그래도 달내마을의 가을걷이는 얼추 끝나간다. 아랫들은 다 끝났고, 산 쪽으로 계단처럼 자리잡은 다랭이논만 조금 남아 있다. 이 정도 결과를 얻기 위해선 바인더만으로 하기엔 적잖은 힘이 들었으리라.
어제 퇴근길에 차를 대놓고 내일 수업에 학습자료로 쓸 쑥부쟁이를 꺾으러 아래로 내려가니 한골어른께서 할머니와 아들과 함께 나와 벼를 베고 있었다. 아들은 울산에서 회사 다닌다고 들었는데 아마도 월차를 내 부모님을 도와주러 온 것이리라.
베어 차곡차곡 늘어놓는 모습을 보고 인사 겸하여 어른에게 한마디 했다.
"올해 벼농사 잘 됐나 봐요?"
"처음 자랄 때는 잘 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 그럼 무슨 일 있나요?"
"죽정이가 너무 많이 생겼어요. 비가 올 때는 많이 오고, 안 올 때는 전혀 안 와서 그런지 알이 채 박히지 않은 게 많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