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지라> 카툰, 북핵에 놀아나는 자유의 여신상

북미 핵대결을 보는 중동의 시선

등록 2006.10.28 09:55수정 2006.10.2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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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북미 핵대결을 주도하는 쪽은 과연 어디일까? 미국인들은 '미국이 경찰이고 북한은 범죄자이므로, 상황의 주도권은 당연히 미국에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이 언젠가는 세계 최강 미국에 의해 혼쭐이 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다 미국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누구나 각각 다르게 인식할 수 있다. 그것은 북한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북미관계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는 중동 혹은 중앙아시아 사람들도 미국과 다른 시각으로 지금의 국면을 관찰하고 있다. 그들의 관점에 따르면, 북미 핵대결의 주도권은 결코 미국에 있지 않다.

핵실험으로 북미 핵대결 주도권 바뀌어

2005년 9·19 공동성명 이후 한동안 상황을 주도한 쪽은 분명 미국이었다. 미국의 파상적인 금융제재 속에서 북한이 수세에 몰렸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금년 상반기에 미국 재무부에서는 자신들이 북한의 신경망을 강타했다고 자부하기까지 했다. 뒤이어 금년 4월 6일 미 상원 세출위원회 소위원회에 출석한 스튜어트 레비 재무부 차관도 "미국이 북한에 가한 심각한 타격 때문에 전 세계적 범위에서 파급 효과가 생기고 있다"는 자화자찬까지 늘어놓았다.

그러나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금년 7월 4일(한국시간 5일)부터 상황이 분명 바뀌었다. 미·일 두 나라가 살고 있는 동쪽을 향해 북한이 미사일 실험 발사를 한 이후에도 미국이 여전히 북한을 압박하고 있지만, 그 양상은 분명 예전과는 다르다.

미국이 자체 시나리오에 따라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시나리오에 휘말려 북한의 의도대로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외형상으로는 미국이 압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북한의 예측 범위 내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10월 9일 핵실험 이후로 한층 더 강화되고 있다.

금융제재가 벌써 1년이 넘었음에도 아직까지 북한은 붕괴되지 않고 있다. 아시아 최강 한나라는 1년만에 고조선을 붕괴(BC 108년)시켰는데, 미국은 세계 최강이면서도 1년이 넘도록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항복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미사일을 쏘아대고 거기에다가 핵실험까지 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미국이 의도한 대로인가?


그러므로 지금 미국은 미국의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그저 북한의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팔은 미국의 팔이나 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북한이며, 다리는 미국의 다리이나 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북한일 뿐이다.

알자지라 카툰 '미국 좌지우지하는 건 북한'


그러한 점을 10월 13일자 <알자지라> 카툰을 통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카툰 동영상의 제작자는 슈자아트 알리(Shujjat Ali). 1971년 파키스탄에서 출생한 저명한 정치 카투니스트로서, 미술·애니메이션 등에서 다양한 재질을 나타내고 있는 젊은 예술가다.

'미국을 움직이고 있는 주체는 북한'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슈자아트 알리의 카툰 동영상 가운데 주요 장면을 소개하기로 한다. 카툰의 제목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North Korean Bomb Scare)이다.

처음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몸에 진땀을 흘리고 있는 '자유의 여신상'이다. 자유의 여신상이 상징하는 것은 당연히 미국이다. 진땀은 얼굴뿐만 아니라 팔에도 흐르고 있다. 이는 자유의 여신상이 온몸에 땀을 흘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옷으로 가려진 부분만 땀이 안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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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자지라

2번째 그림에서 자유의 여신상이 손에 문서를 든 채로 놀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 손에 든 문서에는 CTBT(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와 NPT(핵확산금지조약)라고 쓰여 있다. 독립선언서 대신 핵 관련 조약문을 들고 있는 것이다. 자유의 여신상이 핵 관련 조약문을 들고 있다는 것은 미국이 핵억제 관련 국면을 주도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처럼 핵억제 국면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 놀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는 점이다. 상황을 주도하는 자가 무언가에 놀라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주도권에 뭔가 결함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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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자지라

이어지는 3개의 그림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미국은 더 이상 주도권을 쥐고 있지 못하다. 미국의 몸이 마구 움직이지만, 미국의 몸을 움직이는 것은 미국 자신이 아니다. 누군가가 미국의 몸을 조종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외친다.

"제발 멈춰요!"
"오! 안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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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자지라

그럼, 미국의 몸을 움직이는 주체는 누구일까? 장난기 섞인 표정에 손에 미사일을 쥐고 있는 사람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바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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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자지라

미국의 몸이 미국의 의지와 관계없이 마구 움직인 이유가 이제 드러난다. 미국을 움직인 주체는 바로 북한이었다. 아래의 세 그림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미국은 북한이 움직이는 대로 덩달아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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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자지라

북한은 미국처럼 손에 핵 관련 규정집을 들고 있지 않다. 또 북한은 미국처럼 오른손에 횃불을 들고 세계를 영도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북한은 오른손에 미사일을 들고 있다. 그 미사일은 경우에 따라 핵미사일이 될 수도 있다. 그처럼 강력한 자위의 무기가 있기에 북한은 미국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미, 금융제재 풀어 북한을 통제권에 둬야

이 카툰에서 느낄 수 있는 바와 같이, 북미 핵대결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는 제3자들이 보기에는 상황의 주도권이 결코 미국에 있지 않다. 제3자들이 보기에는 북한이 자그마한 소국임에도 대국 미국을 마음대로 요리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불리함에도 여전히 북한의 '간절한' 요구를 외면하고 있으니, 제3자들이 보기에는 그런 미국의 모습이 그저 한심할 뿐이다. 그래서 카툰의 풍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 미국은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 북한이 미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미국이 북한을 통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북한에게 조종당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미국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 그것은 북한을 미국 가까이에 두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지근거리에 두려면, 일단 대북 금융제재를 해제함으로써 회담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유의 여신상은 균형을 잡지 못하고 계속 요동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미국 패권의 동요를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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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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