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로 결제하면 돈을 더 내라고?

"현금 계산하면 값을 깎아준다"... 카드사 높은 수수료율 개선 필요

등록 2006.11.01 11:18수정 2006.11.01 11:28
0
원고료로 응원
소액의 경우 카드 결제가 불가능함을 명시하고 있는 안내문
소액의 경우 카드 결제가 불가능함을 명시하고 있는 안내문정연경
봉천동에 거주하는 박하영(20·여)씨는 옷을 사러 가기 전 미리 현금을 챙긴다. 대부분의 소규모 옷가게들은 현금으로 계산을 하면 카드로 결제할 때보다 값을 깎아주기 때문이다.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모인 쇼핑몰에서는 소비자가 카드 결제를 하면 돈을 올려 받는 경우가 많다. 현금 결제는 매출 신고를 하지 않으면 매출 부가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반면, 카드의 경우 판매자가 약 3~4%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까지 부담해야하기 때문이다.

판매자들이 현금 고객에 비해 카드 고객에게 값을 높여 부르는 것은 카드 회사에 지불해야하는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위해서이다.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카드 결제시 값을 높여 부를 수밖에 없는 원인이 높은 카드 수수료에 있다고 주장한다.

신림동의 한 쇼핑몰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아무개(29·여)씨는 "카드로 계산하면 국세청에 10%정도 세금 내는 것과 따로 카드 회사에 수수료를 4% 내야하기 때문에 값을 깎아줄 수가 없다"며 "카드의 경우 정가를 받는 것이고, 현금의 경우 깎아주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가 없다는 김씨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 19조에 따르면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전가하여 카드 고객을 현금 고객보다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은 불법이다. 카드사 가맹점 규약에도 이와 같은 내용이 규정되어 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 높고, 비일괄적이라 부담스럽다"

자영업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되어야한다고 주장한다.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율이 높다는 의견은 그동안 계속해서 지적된 문제이다. 올해에도 보험업계와 출판업계 등이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한 바 있다.


또한 카드사별, 업종별로 다르게 책정되어 있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지난 8월 대한출판문화협회는 골프장, 주유소, 대중음식점 등 보다도 높게 책정된 가맹점 수수료가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문화관광부, 금융감독원, 여신금융협회 등에 보낸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가맹점 수수료는 같은 업종이라 하더라도 대형 할인점의 경우 더 싸다. 여신금융협회에 제시된 '업종별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에 따르면 가맹점 수수료율은 기성복의 경우 일반적으로 평균 3.6%인데 비해 대형할인점에서 판매될 경우 평균 2.468%로 1% 이상 차이가 난다.


이렇게 비일괄적이고 높은 가맹점 수수료는 소액 상품을 판매하는 자영업자들에게는 더욱 큰 부담이다. 따라서 대규모 보세 의류 쇼핑몰에 가면 소액의 경우 카드를 받지 않는다는 문구가 붙어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도 수수료 전가는 불법"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높고 비일괄적이라는 의견에 대해 '여신금융협회'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 역시 결제하는데 들어가는데 고정비용이 있다"며 "소액의 경우 손해를 보기 때문에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은 일정 이상 낮추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는 하나의 '가격'이기 때문에 시장논리에 따라 카드사와 가맹점간 정하는 것"이라며 "가맹점 수수료가 높다, 낮다는 판단은 금융감독원에서 내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카드 수수료가 높기 때문에 부담하기 어렵다는 자영업자들의 의견에 대하여 또 다른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신용 카드 고객을 현금 고객에 비하여 부당하게 대우하는 사례가 일부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금융감독원이 일반 가맹점을 감독할 권한이 없다"며 "소비자가 이런 피해 사실을 신용카드 불법 거래 감시단이나 경찰에 직접 신고하지 않는 이상 사전 단속이 어렵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의 한 관계자는 "어떠한 이유든지 현재 카드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명확히 불법"이라며 "소비자보호원의 역할은 법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정연경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 기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정연경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 기자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행담도휴게소 입구, 이곳에 감춰진 놀라운 역사
  2. 2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딸 바보' 들어봤어도 '아버지 바보'는 못 들어보셨죠?
  3. 3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성욕 드러내면 "걸레"... 김고은이 보여준 여자들의 현실
  4. 4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도이치' 자료 금융위원장 답변에 천준호 "아이고..."
  5. 5 윤 대통령 조롱 문구 유행... 그 와중에 아첨하는 장관 윤 대통령 조롱 문구 유행... 그 와중에 아첨하는 장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