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소희
깔라푸나네 작은 방엔 고요한 가운데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어디 보자. 깔라푸나. 어렸을 때 많이 아팠던 적 있지?"
"어머나, 맞아. 맞아. 나 어렸을 때 죽을 뻔했거든."
"음… 그리고 당신은 결혼을 두 번 할거야. 첫 번째는 꽝 인데 두 번째 남편은 잘 생겼네. 그리고 그 사람이 돈이 많데. 고생은 안 하겠다. 자식은 아들 하나에 딸 하나고."
"정말! 정말 돈이 많아?"
"어머머, 깔라푸나 남편이 돈이 많데. 잘됐다! 나도 좀 봐 줘. 나도!"
깔라푸나의 점괘에 그녀의 가족들은 홀딱 반해버렸다. 그리곤 점을 보고 있는 지니에게 앞 다퉈 손바닥을 내밀었다. 힌디, 영어, 한국어가 동시 통역돼 바삐 오가고 사람들은 쏙 빠져들었다. 하지만 그건 가짜 점괘였다. 지니는 진짜로 손바닥 점을 볼 줄 알았지만 깔라푸나에게 말한 것만은 거짓말이었다. 마을로 돌아가는 길에 지니는 말했다.
"깔라푸나가 손바닥을 내미는데 너무 당황했어. 돈도 하나도 없고 다시 결혼도 못 할 거야. 잘은 모르겠지만 힘들게 살 것 같아. 그런데 그렇게 말할 수가 없더라."
깔라푸나는 학교 선생님이었다. 우리는 가끔씩 그녀의 집에서 잤다. 작은방 바닥에 이불 두 채를 깔고 깔라푸나, 그녀의 엄마와 동생, 지니, 나는 쭈르르 누웠다. 그리고 잠도 자지 않고 밤새 이야기를 나눴다. 겨울인데도 방문이 없어 추웠던 우리는 두꺼운 이불 속에 들어가서 속닥거렸다.
"깔라푸나, 그 놈은 참 나쁜 놈이야."
결혼한 지 얼마 안돼 그녀는 임신을 했었다. 그런데 남편은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막무가내로 우겼다고 한다. 물론 그는 자신의 아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억지로 이혼을 강요하기 위해서였다. 그에겐 다른 애인이 있었다고 한다. 어이없이 이혼을 당한 깔라푸나는 친정 집으로 쫓겨나 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 그 놈은 나쁜 놈이야. 하지만 어쩌겠어. 내가 이 애를 잘 키울 거야."
그녀는 아주 예쁘게 생긴 이제 막 21살이 된 젊은 여자였다. 그녀를 걱정하며 또 아이의 운명을 걱정하며 주위에서 모두 아이를 지우라고 했다. 하지만 깔라푸나는 기어이 아이를 낳았다. 그녀가 품에 안고 있는 그 아이는 여자아이였다. 이혼한 여자의 딸. 인도에서만큼은 너무나 좋지 않은 조건이었다. 그 아이를 보면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다행인 게 있어."
깔라푸나의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깔라푸나는 목숨을 잃지 않았잖아. 인도에선 이런 경우에 시부모가 며느리를 불태워 죽이기도 하거든. 그러니 깔라푸나가 죽지 않고 살아서 온 것만도 감사하고 있어."
깔라푸나의 아버지는 선생님이셨다. 그래서 시부모들이 그녀의 집안을 얕보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그녀가 웃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