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소희
지니와 내 발도 라즈니의 발처럼 변해갔다. 언덕 위에서 수상한 음악 쇼를 위한 공연장을 만들기 위해 일하고 있을 때였다.
'언덕을 예쁘게 꾸며 놓으면 관광객들이 더 많이 찾아 올 테고 마을 사람들은 돈을 벌게 되겠지!'
그래서 우리는 열심히 일했다. 마른 들풀을 베어내고 돌들을 골라내고 부대에 실어 날랐다. 그동안 우리 발바닥은 변해갔다. 처음엔 거칠거칠해지다가 갈라지고 피가 났다. 그러다가 결국 걸을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오늘은 걷지도 못하겠다. 너무 아파! "
발바닥이 그려진 연고를 바르고 하루를 누워 지냈다. 그 후 걸을 수는 있었다. 문제는 발이 늘 거지처럼 더러워 보인다는 거였다. 틈틈이 갈라져 버려서 이젠 씻어도 깨끗해지지 않았다.
얼마 뒤 우리는 동네에서 존경받는 어르신을 찾아가게 됐다. NGO(국제 비정부 기구)에서 일하시는 그 분께 도움을 받고자 간 것이다. 옥상 위에 돗자리를 펴고 모인 사람들이 한 참 열을 올려가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킥킥 웃음소리가 났다. 살며시 고개를 돌려 보니 어르신의 며느리인 네팔 여인이었다. 대접할 짜이를 가지고 올라와서 내 뒤에 앉아있던 그녀였다.
"꾜?(왜요)"
나는 소리를 낮춰 물었다. 그녀는 입을 가리고 웃음을 참으며 내 발바닥을 가리켰다. 지니와 나는 동시에 내 발을 바라봤다.
"큭큭… 크크."
누가 봐도 웃긴 발이었다. 이리저리 수염이 나고 구정물로 얼룩지고 여기 저기 갈라진데다가 온갖 색깔의 물감이 덕지덕지했다. 그 뒤 네팔 며느리는 우리를 친근하게 대했다. 자기들 발보다 더 더러운 그 발을 보니 정이 갔는지도 모른다.
신기하게도 그 더러운 발바닥은 나에게 특별한 기분 한 가지를 알게 해줬다. 보드라운 발로 힌두교 사원에 갔을 때 그곳은 내게 늘 따분한 곳이었다. 그리고 신상(神像)을 볼 때 마다 속으로 그들을 얕보았었다.
'저게 뭐야. 너무 유치하잖아. 저렇게 유치한 장식에 왜 저렇게 매달리는 거야! 아유, 답답해. 우리 모두는 우주를 움직이는 힘을 가진 하나의 신이야. 당신들이 매달리는 그 신도 실은 그런 힘을 형상화한 것뿐이라고! 그러니까 그렇게 열심히 매달릴 필요 없어!'
하지만 걸레처럼 된 발바닥으로 사원에 들어갔을 때 나는 달라져 있었다. 갈라진 발바닥이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닿을 때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도 신에게 뭔가 말하고 싶어.'
똑바로 신상(神像)앞까지 걸어가 신을 향해 조용히 앉아 있는 사람들 가운데 앉았다. 그리고 신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사두가 손 위에 성수를 뿌려 주었다. 거기선 꽃향기가 났다. 내 마음은 저절로 고요해졌다.
그날 더러운 발바닥은 나를 신에게로 데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