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차, 문화재 된다

순종과 그의 비인 순정효황후가 타던 1918년형 캐딜락과 1914년형 다임러

등록 2006.11.02 15:20수정 2006.11.0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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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순종 어차

순종 어차 ⓒ 문화재청 자료사진

황제의 자동차가 문화재로 등록된다. 2일 문화재청은 1918년 미국 지엠사에서 만든 순종이 타던 캐딜락 리무진과 비(妃)인 순정효황후가 타고 다닌 1914년 영국에서 만든 다임러를 지난달 20일 ‘문화재 등록 예고’했다고 발표했다.

조선황실의 문장인 금색의 이화문(李花紋)이 아로새겨진 마론 빛(검붉은 색)캐딜락과 같은 빛깔의 다임러는 순종과 순정효황후의 전용차라 해서 어차(御車)로 불리어 왔으나 1926년 순종이 붕어하고 황실마져 무너져 내린 다음 창덕궁 빈청에 오랜 세월을 거의 방치된 상태에서 보관되어 왔다.


수십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어차는 자연부식과 차체 박락현상,녹이 발생하는 등 훼손상태가 심해 보존대책이 절실한 상태였다. 어차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3년 동안 영국의 자동차 복원 전문사에서 수리, 복원을 마치고 2001년 11월부터 창덕궁 어차고에 보관되어 전시되고 있다. 2대의 어차복원에 든 15억원은 현대자동차가 모두 부담했다.

두 대의 어차 내부는 황실의 문장인 이화문과 황금색 비단으로 치장되어 있고 바닥에는 고급카펫이 깔려있는 당시 최고급 자동차로 최고시속 30km 정도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자동차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순종은 많이 타고 다니지는 않았다고 한다.
당초에는 주행이 가능하도록 완전 수리 복원할 계획이었으나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어 원형복원만 했다.

순종의 어차는 미국 지엠사에서 1918년께 만든 캐딜락 리무진이고 황후의 어차는 영국 다임러사에서 1914년에 만든 자동차로 둘다 차체가 철제가 아닌 목재이며 외부도장은 물감을 들인 옻칠을 한 초기 자동차 모델의 특성을 갖고 있다.

2일 문화재청 동산문화재과의 김인규 연구원은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순종의 어차는 이번에 문화재로 예고 등록된 지엠사의 자동차 이전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1918년 지엠사에서 전에 타던 자동차보다 더 좋은 기종이 나오자 새로 구입한 것으로 보이고 황후는 전에 마련한 것으로 그대로 탔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a 어차 내부에 붙어있는 조선황실의 오얏꽃 문장

어차 내부에 붙어있는 조선황실의 오얏꽃 문장 ⓒ 안서순

순종과 황부의 어차를 비교해 봐도 순종의 어차가 배기량은 물론 내부에 시종장이 탈 수 있는 접이식 의자 등이 설치되어 있는 등 시설이 훨씬 우수하다. 순종이 타던 어차는 높이 211cm, 폭173cm, 길이474cm에 배기량은 5153cc인 반면 왕후의 어차는 높이204cm, 높이 178cm, 길이440cm에 배기량은 3309cc다.

어차를 복원하는데 자문과 연구를 한 전상운 문화재청 전문위원은“전세계에 순종이 타던 지엠 캐딜락은 20대 정도가 남아있고 황후가 타던 다임러는 3대가 남아 있는 등 희소성이 높다”고 밝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어차의 문화재 등록 예고는 다양한 근대문화유산을 문화재로 등록, 보존하기 위해 2005년 7월28일 문호하재보호법을 개정한 이래 본격적인 근대동산유산의 등록을 알리는 첫 번째유물로 도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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