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기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取중眞담] 과장·왜곡된 독도의용수비대 역사 바로잡기

등록 2006.11.03 10:23수정 2006.11.0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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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966년 4월 12일 방위포장을 받는 독도의용수비대원들. 오른쪽 맨 앞에 보이는 이가 고 홍순칠 대장이다. 이 때 훈장을 받은 사람은 모두 11명. 하지만 30년 뒤인 1996년에는 독도의용수비대가 33명으로 늘어났다.

1966년 4월 12일 방위포장을 받는 독도의용수비대원들. 오른쪽 맨 앞에 보이는 이가 고 홍순칠 대장이다. 이 때 훈장을 받은 사람은 모두 11명. 하지만 30년 뒤인 1996년에는 독도의용수비대가 33명으로 늘어났다. ⓒ 독도박물관


독도의용수비대에 관한 공식 기록이 왜곡·과장됐다는 제보를 접한 것이 지난 9월말. 호기심과 두려운 마음으로 포항·울산·경주·울릉도를 다녔습니다.

추석 연휴도 아랑곳없이 생존 수비대원들과 전직 경찰관들을 만난지 20여일. 취재기록은 쌓였지만, 막상 기사를 써내기까지 수없이 많은 고민을 해야 했습니다. 독도와 독도의용수비대가 영토권의 상징으로서 가지는 무게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첫 기사를 내보내던 날, 우려했던 손가락질이 쏟아졌습니다. 포털로 전송된 기사에는 '매국노'라는 댓글도 올랐습니다.

"누구를 위하여 글을 쓰는지…. 혹시 일본에서 무슨 이야기를 들으신 것인지요? 아니면 대한민국에 무슨 좋지 못한 마음을 지니고 계신 것인지요? 혹 조선왕조 출신은 아닌 것 같은데 그들처럼 왜 통째로 일본에게 우리나라를 넘기려는 것 같은 비슷한 말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급기야 한 네티즌은 개인 쪽지를 통해 "왜 일본에 나라를 넘기려고 하느냐"는 분노를 전달해 왔습니다. 독도 관련 단체에서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오마이뉴스> 보도를 비판했습니다. 몇몇 독자들은 '엉터리 기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일방적이고 편협한 시각으로 독도의용수비대의 노고를 송두리째 부인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비난을 예상하면서도, 기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어느 할리우드 오락 영화의 대사에 나오듯 "진실만이 국가의 최고 이익"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역사를 바로잡을 때입니다


a 1954년 8월 28일 독도 경비초소 제막식 장면. 홍순칠(붉은원) 대장 등 민간인들과 함께 왼쪽 아래 경찰제복을 입은 경찰관들이 여럿 보인다.

1954년 8월 28일 독도 경비초소 제막식 장면. 홍순칠(붉은원) 대장 등 민간인들과 함께 왼쪽 아래 경찰제복을 입은 경찰관들이 여럿 보인다. ⓒ 자료사진

이번 취재의 결과는 독도의용수비대가 아예 없었다는 게 아니었습니다.

1954년 식수조차 없는 한국령 독도에는 분명 '독도의용수비대'란 이름의 민간인들이 있었습니다. 이들 덕분에 일본인들이 감히 상륙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일부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활동인원과 활동시기, 활약상 등 전해져온 기록과 당시 상황은 사실과 다르다는 점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서 반드시 밝혀야 할 얘기가 있습니다. 독도의용수비대원으로 활동하셨던 분이나, 당시 울릉경찰관으로 독도를 지켜냈던 분들 모두 이제는 역사를 바로잡고 싶어한다는 사실입니다.

국가의 명령으로 독도 수비에 나선 경찰관들은 지난 반세기 가려졌던 자신들의 역사를 되찾고 싶어 했습니다. 민간인으로 독도에 상륙했던 수비대원들도 공적에 따른 올바른 '논공행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비대원들은 독도 수호에 힘도 보태지 않은 일부 인사들이 국가유공자 대접을 받는 것에 대해 울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누가 지켰든,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

이제 진실을 기록할 차례입니다. 정부는 '독도의용수비대지원법'까지 만들어 이들의 공적을 후세에 전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 역사를 바로잡고 논란의 마침표를 찍을 책임이 있습니다.

국가보훈처는 하루빨리 역사 바로세우기에 나서야 합니다. 독도의용수비대원을 국가유공자로 대접하겠다면서 이들의 정당한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모순입니다.

<오마이뉴스> 보도가 100% 진실이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독도 수호에 젊음을 바친 분들이 올바른 역사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 단초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이고자 합니다. 독도를 의용수비대가 지켰든, 국립경찰이 경비했든, 총격전이 있었든 없었든 간에 독도는 분명한 '한국 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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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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