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 탈놀이의 진수 구경해 보세요

안동 하회마을 별신굿 여섯마당 무료공연 (上)

등록 2006.11.05 08:24수정 2006.11.0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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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안동 하회마을

안동 하회마을 ⓒ 박정민

안동 하회(河回)마을, 이름 그대로 낙동강 본류인 화천이 오메가 형상으로 마을을 끼고 도는 특이한 지형을 자랑하는 곳이자 영국 여왕의 방문으로 일거에 유명관광지가 된 곳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보존되어있는 민속마을의 하나로, 총 458동의 전통가옥에 109세대 266명의 주민이 살고 있지요. 마을 전체가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되어있기도 합니다.

그 밖에도 자랑거리가 많은 마을입니다. <징비록>의 저자인 서애 류성룡 등을 배출한 풍산 류씨의 집성촌으로 예부터 양반마을이라 명성이 자자했으며, <택리지>에서 최고의 계거지 중 한 곳으로 꼽고 있기도 합니다. 화천 강가를 따라 옛사람들이 조성해놓은 소나무숲(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었다 해서 만송정이라 불립니다) 또한 전통마을 조림지로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입니다.


a 낙동강 물줄기가 오메가 모양으로 마을을 감싸고 있다.

낙동강 물줄기가 오메가 모양으로 마을을 감싸고 있다. ⓒ 박정민

길게 서두를 내어놓는 것은 이러한 사실들이 일반에게 속속들이 알려졌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하회마을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은 단연 하회탈이니까요. 하회마을 사람들이 만들고 하회마을의 탈놀이에 쓰이는 하회탈의 형상은 한국적인 얼굴의 아이콘처럼 기억되고 있습니다. 일개 탈바가지가 국보 121호로 지정되어있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이 탈을 쓰고 추는 탈춤, 정확히는 탈놀이를 본 적은 있으십니까? 쉽고 싸게 보는 방법은 아시는지요? 하회탈이라고 하는 것이 실은 아홉 가지나 된다는 사실 또한 처음 들어보시는 분이 많을 듯합니다. 하회탈과 탈놀이에 얽힌 오해와 진실을 곁들여 무료공연 보는 법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하회탈을 쓰고 하는 탈놀이의 정확한 이름은 '하회 별신굿 탈놀이'입니다. 중요무형문화재(이것을 하는 사람을 인간문화재라고 통칭합니다) 69호로 지정되어있는 이 탈놀이는 하회마을에서 옛날부터 거행해온 별신굿 의례의 일부분으로 전승되어 왔습니다.

매년 하는 것이 아니라 10년에 한 번, 혹은 특별한 일이 있을 때나 거행하는 '별스러운' 굿인 별신굿은 마을의 수호신인 성황님을 위한 의례입니다. 이때 성황님을 기쁘게 해드리고자 탈놀이도 곁들였던 것이지요. 따라서 하회탈놀이를 제대로 본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에 속하는 일이 됩니다.

a 탈놀이의 시작을 알리는 무동 마당의 각시탈

탈놀이의 시작을 알리는 무동 마당의 각시탈 ⓒ 박정민

그러나 쉽게, 자주, 그것도 공짜로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일요일 오후에 하회마을에 가면 됩니다. '하회 별신굿 탈놀이 보존회'가 관광객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무료공연을 열고 있는 것이지요. 계절마다 개최일자가 다른데, 11월의 경우 매주 일요일에 열며 야외공연장에서 하기 때문에 12~2월에는 쉽니다. 늑장을 부리면 여러 달을 기다리셔야겠군요. 시간은 오후 3시이며, 하회마을 입구의 전수회관에서 열립니다.


탈놀이는 원래 여덟 개의 마당으로 구성되어있는데, 공연에서는 맨 뒤의 둘을 뺀 여섯 개 마당이 두 시간가량 선보입니다. 현존하는 아홉 가지의 탈이 모두 등장해서 한판 거나한 놀음을 놀지요. 그저 벽에 걸려있는 탈바가지로만 생각해오던 하회탈이 실제 공연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 어떻게 쓰이는지 이처럼 쉽게 보아둘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시작은 무동 마당입니다. 각시가 반주자들의 어깨에 올라타고 판을 한 바퀴 돌며 공연의 시작을 알립니다. 이 부분에서 다소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계실 듯합니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 <각시탈>을 기억하시는 분들일 텐데요. 그 만화에 등장했던 '각시탈'과는 조금 다르게 생겼지요? 네, 그것은 사실 각시탈이 아니라 부네라는 이름의 아낙탈이었던 것입니다. 부네는 뒤에 등장합니다.


a 두번째 순서인 주지 마당. 두 마리의 주지(사자)탈이 등장한다.

두번째 순서인 주지 마당. 두 마리의 주지(사자)탈이 등장한다. ⓒ 박정민

주지 마당이 이어집니다. 주지는 사자를 뜻한다고 합니다. 액땜의 의미가 있는 사자 두 마리가 등장합니다. 주지탈은 하회탈 목록에 넣기도 하고 빼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주지를 빼면 하회탈에는 원래 열두 가지가 있었다고 하는군요. 우리가 잘 아는 하회탈은 그 중 양반탈로, 1/12에 불과했던 것이죠. 이 중 총각탈, 별채탈, 떡다리탈의 세 가지는 분실되어 버리고(일본인이 탈취해간 것으로 추정된답니다) 아홉 가지가 남아있습니다.

a 세번째 순서인 백정 마당. 난폭하게 구는 소를 백정이 잡은 후 관객들에게 염통 등속을 사라며 눙치는 장면이다.

세번째 순서인 백정 마당. 난폭하게 구는 소를 백정이 잡은 후 관객들에게 염통 등속을 사라며 눙치는 장면이다. ⓒ 박정민

백정이 소를 잡는 이야기인 백정 마당부터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풀려나가는 듯합니다. 탈 모양은 얼핏 그 양반탈과 비슷하지만 역할이 정반대라니 재미있습니다. 하회탈놀이의 한 가지 특징은 현란한 춤보다도 대사와 이야기 위주로 전개가 된다는 점입니다. '탈춤'이 아니라 '탈놀이'라고 할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지요. 모든 탈은 고유의 배역과 그에 맞는 의상을 갖고 있으며, 대본에 따라 대사와 연기를 합니다.

a 네번째 순서인 할미 마당. 할미가 베를 짜며 신세타령을 늘어놓는다.

네번째 순서인 할미 마당. 할미가 베를 짜며 신세타령을 늘어놓는다. ⓒ 박정민

할미 마당에서는 할미가 등장해 베를 짜며 이런저런 신세 한탄을 늘어놓습니다. 여자 역할 중 유일하게 대사를 한다는 점도 특이합니다. 각시나 부네는 대사가 없고, 그에 따라 탈의 입 부분에 구멍도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에도 송고되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유포터'에도 송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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