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아무개 기자, 식장산에서 연행된 까닭?

하이힐, 족구 완패, 대학생 시민기자들의 천방지축 산행기

등록 2006.11.06 18:53수정 2006.11.0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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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오마이뉴스 장아무개 시민기자(왼쪽)가 식장산에서 긴급 연행 되고 있다. 장기자가 연행된 까닭은 무엇일까?

오마이뉴스 장아무개 시민기자(왼쪽)가 식장산에서 긴급 연행 되고 있다. 장기자가 연행된 까닭은 무엇일까? ⓒ 김귀현


젊음이 무기다. 무한 체력으로 산을 짐승 같이 뛰어다니고, 족구를 할 때면 이단 옆차기를 선보이며 강 스파이크를 날릴 것 같은 젊음의 힘!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난 4일 <오마이뉴스> 산행에 참가한 대학생 시민기자의 모습에서 이런 젊은이의 패기는 찾을 수 없었다.

체력이 달려 헉헉대며 산에 오르고, 대학생 족구팀은 ‘개그팀’이 되어 모두에게 웃음을 선사하였다. 게다가 복장불량자까지 속출하며, 산행의 활력소가 되어야 할 대학생들은 단숨에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누가 ‘이 세상의 희망은 젊은이’라 하였는가! 이 희망 없는 천방지축 젊은이들의 오마이뉴스 산행에서 저지른 ‘만행’들을 하나씩 파헤쳐 보고자 한다.

[만행1 - 등산] 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오 대표가 듣는다?

a 오연호 대표이사님과 4.5기 인턴기자의 단체사진. (+ 전관석 대학생 팀장님)

오연호 대표이사님과 4.5기 인턴기자의 단체사진. (+ 전관석 대학생 팀장님) ⓒ 김귀현


자고로 젊은이라면 요산요수(樂山樂水)하며 호연지기(浩然之氣)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학생들에게는 아담한 식장산마저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요새 같았다. 평소 산을 많이 찾지 않은 탓이다. 요즘에는 교수님께서 주말 등산이라도 제안 하시면 무섭게 손사래를 치며 열외를 희망하는 것이 우리 대학생의 모습이 아니던가.


등산의 기본수칙중 하나인 ‘초심자는 앞장을 서라’를 무시한 채 후미를 맡은 대학생들은 초반에는 곧 잘 쫓아올라가다 ‘마의 구부능선’이 다가오자 다른 어르신들의 꽁무니도 쫓지 못 할 만큼 뒤처졌다. 주변에는 ‘헉헉’ 이라는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고, 박상규 기자님의 ‘식장산은 산책하듯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산입니다’ 라는 말을 원망해야 했다.

그 와중 본 기자와 이상욱(25) 인턴기자는 한 학교의 동급생인지라 두어마디 섞자 금세 친해졌다. 이야기꽃을 피우면 그 대화에 집중이 돼 피로함을 잊는 법. 우리는 억지로라도 이야기꽃을 피웠고, 현재 서로 4학년이라는 상황에 맞게 자연히 취업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러던 중 오마이뉴스의 인재채용 얘기까지 나오게 되었다. 다음은 내가 이상욱 인턴기자에게 전한 말의 전문이다.

“오마이뉴스는 몇 년째 신입 기자 채용을 안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에 관심을 가지며 우려도 하면서, 정작 오마이뉴스는 왜 고용 창출을 하지 않는가!” 하는 농담반 진담반의 강도 높은 푸념을 하고 있던 찰나, 고개를 든 난 심장이 멎어 버리는 줄 알았다.

이야기를 하며 지칠 대로 지쳐 우린 모두 땅만 보고 걷고 있었다. 마침 ‘오마이뉴스, 왜 고용창출 하지 않는가!’ 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하던 중 고개를 들었는데, 바로 우리 코 앞에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와 그의 아들이 손을 잡고 천천히 산을 오르고 있는 것이었다.

순간 나의 목소리는 개미 소리보다 작아졌다. “우리가 한 얘기 다 들으셨을까? 좀 큰소리로 얘기한 거 같은데”, “못 들으셨을 거라고 믿자 우리...” 우리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제발 우리 말을 듣지 않으셨길 마음 속으로 간절히 바라며 조심스레 한발 한발 내딛었다. 결국 정상에 오를 때까지 우린 서로 토라진 친구처럼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만행2 - 하산] 장 기자가 식장산에서 연행된 까닭은?

a 장아무개 기자가 하이힐을 신고 엉거추춤 산을 내려오고 있다.

장아무개 기자가 하이힐을 신고 엉거추춤 산을 내려오고 있다. ⓒ 김귀현

뚜렷한 복장 제한이 없는 사회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우리 대학생들. 불과 몇 년 전까지 교문을 통과할 때마다 복장 검사를 받아야 했던 우리는 대학생이 되고 복장의 자유가 허용되자 그 자유를 맘껏 누렸다. 하지만 그 자유가 과하면 화가 되는 법. 산행에 임하는 몇몇 대학생의 복장은 단속의 대상이었다.

뭇 부녀자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할 정도의 핑크색 옷을 차려 입은 청주에서 온 최아무개(21) 기자는 그래도 귀여운 편에 속했다. 수원 출신 장아무개(23) 기자의 하이힐 구두 패션은 모든 오마이뉴스 가족들에게 안타까움을 선사해주었다.

장 기자는 “산책이라고 해서 구두를 신고 왔다. 단아한 오솔길이 많아 어린아이들도 함께 즐길 수 있다는데 괜찮지 않을까? 결론적으로 집에 운동화가 없다” 고 하이힐을 신고 온 소감(?) 밝혔다.

장기자의 하이힐 구두는 하산 시에 그 빛을 발했다. 등산길과 달리 하산길은 경사가 급하고 길이 험했다. 어찌할 바 모르는 장기자를 보며 우린 그저 재미거리 하나 생겼다고 맘껏 웃어 재꼈지만, 실상이 그렇게 웃기기만 하지는 않았다.

a 장기자의 모습을 선대식 기자(위,왼쪽)와 최상진 기자(위,오른쪽)가 재밌게 지켜보고 있다.

장기자의 모습을 선대식 기자(위,왼쪽)와 최상진 기자(위,오른쪽)가 재밌게 지켜보고 있다. ⓒ 김귀현


a 만신창이된 장기자의 구두. 굽의 높이가 상당하다.

만신창이된 장기자의 구두. 굽의 높이가 상당하다. ⓒ 김귀현

엉거주춤 내려가는 장 기자의 상황은 심각했고, 결국 이를 보다못한 한 시민기자가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그 시민기자분의 도움으로 장 기자는 무사히 하산을 할 수 있었지만, 뒤에서 지켜보는 장 기자의 모습은 또다시 우릴 웃게 만들었다. 그 모습은 영락없이 형사에게 연행되는 범인의 모습과 같았다.

다행히 별다른 부상 없이 장 기자는 하산을 마쳤다. 그 마음 좋으신 시민기자분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장기자는 어찌 되었을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그리고 우리는 다음 장 기자의 생일에 꼭 운동화를 한 켤레 사주기로 다짐했다.

[만행3 - 뒤풀이] 우린 웃기기 위해 출전했다

하산 후, 막걸리와 산채비빔밥이 우릴 맞이했다. 꿀맛 같은 식사 후, 족구 한마당이 벌어졌다. 우리도 인턴기자 팀이라는 이름으로 출전을 하게 되었다. 우리 팀에 믿을 만한 선수는 만능 스포츠맨인 최상진(21) 기자뿐. 대부분 그 이름도 찬란한 ‘개발’의 소유자였다.

어르신들은 ‘젊은 놈들이니까 잘하겠지’라는 생각은 모두 오산이었다. 마침 인터넷과 컴퓨터 게임의 눈부신 발달로 우리를 야외가 아닌 실내로 이끌었던 한국의 문화가 원망스러웠다. 족구는커녕 제기차기도 거의 해본 적이 없는 우리의 목표는 1승도 아닌 ‘5점 내기’ 였다.

그리고 우리 팀에서 ‘개발 of 개발스’ 이었던 나는 개인 목표로 ‘이왕 못하는 족구, 사람들에게 웃음이라도 선사하자’ 라는 마음으로 게임에 임했다. 우리의 상대는 대전 지역 시민기자님들, 한눈에 봐도 우리보다 연배가 10살은 높아 보이시는 어르신들이었다.

경기는 예상대로 ‘개발의 연속’ 이었다. 나는 물론 선대식(24) 인턴기자까지 개발로 응수해 우리의 개발 족구는 점입가경(漸入佳境)이었다.

a 식장산 정상에서 산의 기운을 느끼고 있는 '스포츠를 좋아만 하는' 본 기자의 모습.

식장산 정상에서 산의 기운을 느끼고 있는 '스포츠를 좋아만 하는' 본 기자의 모습. ⓒ 김귀현

나는 그동안 공공연히 스포츠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고, 그 관심이 ‘운동 잘 하는 놈’ 이란 이미지 까지 만들었나보다. 서브를 못하는 내 모습을 보며 스포츠팀장 이준호 기자님이 “김귀현이 운동 잘 하는 거 아니었어?” 하며 의구심을 제기하시더니, 멋지게 헛발질을 하는 모습을 보시면서 “스포츠를 좋아만 하는 놈이었군” 하며 정확한 결론을 내리셨다.

그렇다. 난 스포츠를 ‘좋아만’ 한다. 내심 ‘경기에 뛰지 않았으면 운동을 잘한다는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종 점수는 15-11, 나름대로 선전했다. 하지만 우리의 점수는 대전팀의 범실로 딴 점수가 10점, 유일한 공격 포인트는 내가 여성 시민기자님께 노리고 서브를 해서 얻어낸 1점이 전부였다. 물론 비난의 화살을 온 몸으로 받았지만 유일한 공격 포인트 1점을 내가 따내서 어깨가 으쓱 했다.

족구도 못하고, 산행도 못하는 우리 대학생들은 그야말로 천방지축이었다. 하지만 이런 우리를 어르신들은 귀여워 해주셨고, 우리의 어리바리함이 산행의 활력소가 되었다고 자찬하고 싶다. 이젠 이렇게 귀여움 떨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살짝 안타깝기도 하다.

산에 가면 자연에서 많이 배운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는 자연보다는 어르신들께 많이 배운다. 자신의 배낭이 무거워 짐에도 이것저것 싸 갖고 오셔서 나누어 주시는 마음, 구두 신고 산을 타는 것이 걱정이되 연신 손을 내미셨던 마음, 막걸리 한 잔 건네시며 안주까지 집어주시는 마음.

높은 가을 하늘보다 깊은 어르신들의 마음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워 간다.

a 허환주 대학생 시민기자가 하산을 하며 포효 하고 있다.

허환주 대학생 시민기자가 하산을 하며 포효 하고 있다. ⓒ 김귀현


a 노란 은행잎과 함께 한 단체사진. 우리는 시민기자 어르신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노란 은행잎과 함께 한 단체사진. 우리는 시민기자 어르신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 김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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