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산행에서 사랑을 한 가득 받아 왔습니다

등록 2006.11.06 19:17수정 2006.11.06 19:19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운동과는 거리가 너무 먼 저는 감히 산행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오마이뉴스>에 대전 식장산 산행 공지가 떴을 때 놓칠세라 신청을 했습니다.


왜냐구요? 시민기자 전문 연수 때 만난 기자 분 중 대전에 사시는 분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었지요.

비바람이 칠 것이라는 반갑잖은 일기예보조차 상관이 없었지요. 산에 못 오르면 그저 보고 싶은 얼굴을 보고 오는 것만으로도 대전행 의미는 충분했으니까요.

4시에 알람을 맞춘 뒤 새벽에 일어나 5시 30분 첫 전철을 탔습니다. 집합 장소인 세종문화회관 앞에 도착하니 6시 16분 정도 되었더군요.

두 세분의 남자분들이 등산복 차람에 배낭을 메고 서 있는 것으로 미루어 시민기자 인 듯 싶었지만 얼굴도 모르고 인사를 나눈 적도 없으니 서로 머쓱하게 어정쩡하게 서 있을 밖에요.

약속 시간인 새벽 6시 30분이 가까워지자 아는 얼굴이 한 두 분 씩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어디서나 코리언 타임이란 버려야할 습관이 남아 있어 7시 30분이 다 되어서야 두 대의 관광버스가 출발을 하였지요. 30분 정도 더 가야하는데 대전 시민기자 분들은 벌써 식장산 앞에 모여 계시다고 전화가 오더군요.

a 김혜원(가운데)·한미숙(오른쪽) 기자님과

김혜원(가운데)·한미숙(오른쪽) 기자님과 ⓒ 이명옥

9시 36분경 식장산 앞에 도착하자 대전, 옥천 등 충청도 일대에서 오신 시민기자 분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 서 계시더군요. 저도 보고 싶었던 한미숙님, 임흥재님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지요.


산길에 서툰 저를 위해 미숙 기자님은 제 손을 꼭 잡고, 천천히 보조를 맞추어 걷느라 늘 맨 마지막이 되기 일쑤였는데 상근기자분들이 뒤쳐진 일행을 살피시며 마지막까지 남아 친절하게 길 안내를 해 주시더군요.

드디어 해발 400여m인 식장산의 도착 지점에 올라 마시던 막걸리 한모금의 맛을 무엇에 비길 수 있었겠어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따라간 제 자신이 대견해서 기념 촬영을 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양념노릇을 했지요.

a 다정하게  하산하는  아버지와 아들

다정하게 하산하는 아버지와 아들 ⓒ 이명옥

산을 오르는 동안 만난 예기치 못했던 장애물,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든 순간을 극복하고 목적지에 다다른 순간 그동안의 힘든 과정은 일순간에 상쇄되어 버리더군요.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은 바로 그 순간의 묘미를 알기 때문에 늘 산을 찾는 것이 아닐까요?

a 가마솥에 담긴 보리밥

가마솥에 담긴 보리밥 ⓒ 이명옥

산에서 내려오니 보리밥, 손 두부, 해물 파전, 도토리묵 등 풍성한 점심 식탁이 준비되어 있더군요. 가마솥에 꽁보리로 지은 보리밥에 야채를 풍성하게 넣어 비벼먹는 맛이란.

즐거운 점심시간이 지난 뒤 지역대항 족구대회가 열렸습니다. 어린이와 여성시민기자까지 최선을 다해 경기에 몰두하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요.

a

ⓒ 이명옥

신나는 족구대회가 끝난 뒤 대전 시민기자이신 박병춘 선생님이 특별한 손님을 초대해 오셨지요.우리 가락이 은은히 울려 퍼지던 그 순간을 설명하기엔 말이 많이 부족하군요.

어느덧 어스름 해가 기울고 아쉬운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산을 오르내리는 동안 모임 내내 내게 시간을 나눠주었던 미숙 기자님이 배낭에서 상자에 곱게 담긴 비닐 백을 꺼내더군요.

a 미숙님이 건넨 파피루스, 강낭콩, 땅콩

미숙님이 건넨 파피루스, 강낭콩, 땅콩 ⓒ 이명옥

그 포장 속엔 미숙님이 정성스럽게 길러 분양한 파피루스와 잘 마른 햇강낭콩 그리고 땅콩이 오밀조밀 들어 있었습니다.

상대에게 무언가를 건넨다는 것은 마음이 먼저 담기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빈손으로 가서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긴 분에 넘치는 사랑을 분양받아 온 나는 인복이 많은 사람일까요?

a

ⓒ 이명옥

어린왕자를 길들인 여우가 말하지요. 전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던 황금빛 밀밭을 볼 때마다 어린왕자의 금발이 떠오를 것이라고요.

나도 파피루스를 바라 볼 때마다 미숙님의 단아한 미소와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그 리고 손을 잡고 보조를 맞춰 걷던 오솔길의 추억이 함께 떠오를 것입니다.

가을이 다가도록 산행의 추억은 가슴에 아주 따스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파피루스의 잎이 자라나는 만큼 추억의 깊이도 더 깊어지며 아름다운 그림이 되어 가슴 한 켠에 담길테지요.

내년에 또 다시 산행이 계획된다면 시간이 되시는 분들 모두 함께 가셔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오시지 않으실래요?

덧붙이는 글 | 산을 오르내리는 동안  무거운 배낭을 대신 들어 준 유태웅 기자님과 박병순 기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산을 오르내리는 동안  무거운 배낭을 대신 들어 준 유태웅 기자님과 박병순 기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2. 2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3. 3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4. 4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5. 5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