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보훈병원에 차려진 고 박상연씨의 빈소 영정.오마이뉴스 안홍기
지난 8월 31일 국방부는 '군의무발전추진계획'을 발표한 뒤 "국민과 장병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군으로 거듭 나겠다"며 의욕적인 첫 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서씨 사례에서 보듯 군장병들에게 의료접근권 보장과 보상은 여전히 보일 듯 말 듯한 신기루다. 군 의료체계와 관련한 사고와 사망 소식도 끊이지 않고 들린다.
당장 지난 8월에도 노충국씨와 마찬가지로 군 제대 직후 위암 판정을 받은 고 박상연(25)씨가 끝내 숨을 거뒀다. 같은 달에는 또 간단한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던 박아무개(21) 일병이 수술 도중 대동맥과 정맥이 끊겨 과다출혈로 숨졌다. 확률이 불과 0.1% 밖에 되지 않는 어이없는 의료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다음달인 지난 9월에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던 또 다른 죽음이 있었다. 군복무 중 발병한 '쿠싱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앓던 백아무개(부산)씨가 3번의 대수술과 10번의 항암치료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떠났다.
지난 1997년 대구 50사단에서 근무했던 백씨는 군에서 치료가 어려워 의병전역했다. 민간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한 군 당국의 조치를 탓할 수는 없지만, 백씨의 가족들은 국방부의 태도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백씨의 경우 의병전역 당시에는 '공상' 처리가 돼 있었다.
하지만 몇 년 후 국방부는 슬그머니 붉은 줄을 긋고 그 위에 '비공상'이라고 써넣었다. 올해 2월이 돼서야 그의 기록은 재수정됐다. 백씨와 가족들이 뒤늦게 항의한 결과다.
"전역 당시 국가유공자등록이라든지 장애보상금등에 관한 그 어떤 설명도 해주지 않더군요. 장애보상금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얼마 전에 알았습니다. 국군대구병원에 전화문의 해 본 결과 장애등급이 미달이랍니다. 정말 어이가 없더군요. 조금만 늦으면 죽는다고 전역시킬 때는 언제고 미달이라니요?"
백씨는 생전에 남긴 글을 통해 "군대 갔다는 이유로 몸만 버리고 빚만 졌다"고 한탄했다.
"늦으면 죽는다더니 장애보상금도 지급 안해"
백씨의 사례에서 보듯 사병의 의료접근권은 당장 치료나 보상만으로 그치는 게 아니다. 군에서 질병이나 부상을 입은 장병을 둔 부모들은 국가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자식이 사망할 경우 이중고통을 떠안는 셈이다.
지난해 7월 군에서 얻은 뇌종양으로 외아들을 잃은 남아무개(충북 청주시)씨는 지금 국가를 상대로 한판 싸움을 벌이고 있다.
남씨의 아들은 근무 도중 넘어져 뇌를 다쳤다. 이 사고 이후 아들 남씨는 제대로 걷거나 식사도 못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지만 부대에서는 그대로 방치했다. 아들이 걱정돼 찾아간 남씨에게 부대 관계자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아보라"고 엉터리 진단을 내려줬다.
하지만 국군춘천병원 CT촬영 결과 뇌에서 두 개의 종양이 발견됐다. 아들 남씨는 서울대병원까지 가서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현재 남씨는 국가유공자심판소송 중이다.
"왜 다친 아이를 후송시키지 않아 병을 이 지경까지 악화시켰는지 묻고 싶습니다. 육군본부에서도 공무와 질병의 인과관계를 인정해 공상을 인정했는데, 왜 국가보훈처는 국가유공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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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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