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앞이 바로 앞산이다.전희식
임윤수 시민기자가 대전에 눈이 왔다며 올린 사진을 보고 장계 눈들이 웃는다. 그게 눈이냐고. 누가 감히 장계의 눈을 넘보랴.
바람이 없는 뒤 안에는 쌓인 눈이 10㎝ 정도는 된다. 담 아래 움푹 진 곳에는 눈이 몰려 있어 발목이 푹 빠질 정도다. 땅 바닥은 언 곳도 있고 얼지 않은 곳도 있다. 이미 아침 기운에 눈발이 녹고 있다.
첫 눈 올 때 만나자던 젊은 시절의 굳은 약속들은 첫 눈 같지도 않는 진눈깨비로 늘 허탕치곤 했었지. 요즘도 첫 눈 약속들이 있을까. 첫 눈에 희망을 담아 만들어 내는 추억들이 여전히 젊은이들을 설레게 할까 궁금해진다.
흙벽을 쌓고 있는 부엌에 가봤다. 얼지는 않았다. 쌓던 벽채에 비닐을 덮어두었는데 비록 얇은 비닐이지만 이것이 추위를 막아냈나 보다. 아궁이에 남아있던 온기 덕인지도 모른다. 원래 겨울에는 창호지에 난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 든다는 말이 있다. 얼어죽을 사람도 가랑잎 한 장을 배꼽에 얹고 자도 목숨을 구한다는 말도 있다.
넉넉한 첫 눈의 아름다움과 11월 중순까지는 집 고치는 일을 끝내고 이곳으로 어머니를 모실 계획 사이에서 잠시 나는 방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