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노사관계로드맵' 놓고 뜨거운 공방

[토론회] '원천봉쇄'...'참고하겠다'...'문제 있지만' 각기 온도차

등록 2006.11.09 12:00수정 2006.11.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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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8일 국회에서 열린 노사관계로드맵 토론회에서 필수공익사업장 대체근로 허용 등을 둘러싸고 노사정간 팽팽한 공방이 벌어졌다.

8일 국회에서 열린 노사관계로드맵 토론회에서 필수공익사업장 대체근로 허용 등을 둘러싸고 노사정간 팽팽한 공방이 벌어졌다. ⓒ 보건의료노조

하반기 노정 갈등의 최대 뇌관이 되고 있는 '9·11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방안(로드맵)' 국회 처리를 앞두고 이해가 엇갈리는 관계자들이 한데 모였다. 당연히 팽팽한 설전이 벌어졌다.

8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노사관계로드맵 정부안의 문제점과 필수공익사업장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국회 대토론회'에 나온 토론자들은 저마다 온도차를 보였다. 때문에 이달 말 국회 법안 심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고된다.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4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강당과 복도까지 가득 메워 분위기가 뜨거웠다. 토론회에서는 정부 입법안이 담고 있는 ▲필수공익사업장 대체근로 허용 ▲필수유지업무 도입 ▲필수공익사업장 범위 확대를 놓고 논쟁이 붙었다.

먼저 발제에 나선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기획실장은 노사관계로드맵에 대해 '파업원천봉쇄법'으로 규정하고 폐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이름만 선진화인 노사관계로드맵의 개악을 바로잡고 난 뒤에 선진화방안을 논의하자"고 포문을 열었다.

노사관계로드맵=파업원천봉쇄법?

이 실장은 "정부안이 국회에 통과되면 전문인력송출회사가 대대적으로 늘어나고 사용자는 전면적으로 대체근로를 준비할 것"이라며 "결국 조합원은 일자리를 놓고 파업참가를 결단해야 하고 노동자 사이의 분열과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공세를 펼쳤다.

이어 이 실장은 "보건의료노조는 그동안 파업에 들어가더라도 응급실 등 주요 부서에 필수인력을 스스로 배치해 왔다"며 "따라서 사측의 악용 소지가 많은 필수업무유지제도를 새로 도입할 것이 아니라 노조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국(민변 노동위원회 부위원장) 변호사는 "왜 우리나라에서는 노동권이 공익에 포함되지 않는지 의문"이라며 "필수유지업무 도입과 대체근로 전면 허용으로 필수공익사업장 노동자의 파업권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정부의 입법안은 국제적 노동기준과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다.

권 변호사는 이어 "최소(필수)유지업무의 범위와 인원수는 노사간의 자율적 협정에 따르도록 하고 합의가 없을 경우 법제화가 필요하다"면서 "최소유지업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 최소유지업무를 유지하기 위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a 민주노동당 최순영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400명이 넘는 보건의료노조 노동자들이 참석하여 강당 통로와 복도까지 가득 메웠다.

민주노동당 최순영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400명이 넘는 보건의료노조 노동자들이 참석하여 강당 통로와 복도까지 가득 메웠다. ⓒ 보건의료노조

정부 "대체근로 제한... 파업권 무력화 최소화"

그러자 송봉근 노동부 노사정책국장이 적극 해명에 나섰다. 송 국장은 "필수유지업무 규정은 별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위헌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직권중재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파업 시 공익보호를 위해 국제기준에 따라 도입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최소서비스 기준을 따랐다는 설명.

이어 송 국장은 "외국의 경우 영업의 자유, 노사 대등성 확보 차원에서 쟁의행위 기간에 대체근로를 일반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나 개정안은 필수공익사업에 한정하여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며 "현행법상 파업참가를 이유로 해고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대체근로 남용, 파업권 무력화 부작용은 최소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송 국장은 "필수유지업무가 유지·운영되더라도 파업의 장기화 등으로 심각한 공익침해가 발생하면 이는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을 것"이라며 "이 경우 공익보호를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서 긴급조정을 통한 쟁의권 제한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정책이사는 "병원사용자 내부에서는 정부의 입법안에 대해 노조와 정반대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전문성이 높은 병원업무의 특성상 대체근로를 허용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대체근로는 어려울 것"이라고 노조의 송출회사 통한 대체근로 주장을 반박했다.

이 정책이사는 파업 시 필수업무 유지와 관련 "입원환자 및 응급환자를 위해 연중무휴로 운영되고 있는 병원사업의 특성을 반영하여 교대 근무의 경우 해당 부서 인력의 60%, 통상근무의 경우 50% 수준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9·11합의 참고하겠다" VS "전면 수정 또는 폐기해야"

각 당 대표로 나온 국회의원들도 의견이 제각각이었다. 이 토론회에 참석한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과 배일도 한나라당 의원은 다양한 의견을 들어 입법에 참고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폐기를 주장했다.

우원식 의원은 "노사관계 선진화방안의 핵심은 조직된 노동자뿐만 아니라 조직되지 않은 대다수 노동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9·11 합의를 논의의 한 틀로 삼되 그것만으로 하지 않고 법안 처리에 앞서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얘기를 모두 듣겠다"고 말했다.

배일도 의원은 "민주노총이 빠진 9·11 합의에 대해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달라"면서 "바람직한 노사관계는 노동자의 권리와 국민의 생존권, 사용자의 경영권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 의원은 노사문제 해결 위해 노동위원회를 보강할 것을 제안했다.

단병호 의원은 "이중 삼중으로 노동기본권을 제약하고 있는 정부 입법안은 후진화 법안"이라며 "이 법안이 통과되면 공공연맹 대다수 사업장과 보건의료노조는 절대 파업 못한다"고 단언했다.

단 의원은 "비이성적인 국회를 믿어서는 안 되며 투쟁만이 입법을 저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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