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부동산정책, 그 다음이 더 두렵다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정치적 공방과 세제정책 혼란 불가피

등록 2006.11.15 09:42수정 2006.11.1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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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아파트 값 거품빼기 국민행동'을 진행하는 경실련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시청역 부근에서 국민행동에 동참하는 '10만 서포터즈' 모집 캠페인을 벌였다.

'아파트 값 거품빼기 국민행동'을 진행하는 경실련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시청역 부근에서 국민행동에 동참하는 '10만 서포터즈' 모집 캠페인을 벌였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세 명이 사의를 표명했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과 청와대의 이백만 홍보수석, 정문수 경제보좌관이다. 형식은 사의 표명이지만 내용은 문책이란 게 대체적 분석이다.

이 분석을 전제해놓으면 체크 포인트가 나온다. 정문수 경제보좌관이다.

이백만 홍보수석은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입방정을 떨었다. 추병직 장관은 신도시 건설계획을 어설프게 발설해 시장을 교란했다. 이 두 사람만을 놓고 보면 문책에 필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 개인 처신이 문제였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문책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정문수 보좌관은 다르다. 그는 개인 처신이 문제된 적이 없다. 그런데도 문책 대상에 올랐다.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정문수 보좌관은 8·31대책과 3·30대책을 주도한 인물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리기까지 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물러나기로 했다.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과의 상관성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는 물론 부인한다. 청와대 내부에서 정문수 보좌관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된 적이 없는데도 본인이 총체적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기로 했다는 것이다.

물러난 '경제 가정교사'... 노 대통령의 선택은?


노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 자체를 문책하고 재검토에 들어갔다고 볼 수는 없다.

사례 하나가 더 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가 부동산 정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는 일부 보도(<조선일보>)에 대해 노 대통령이 부동산 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마당에 무슨 얘기냐고 부인했다.


이 주장도 비슷한 맥락 위에 놓여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을 포기하는 일도, 정책 기조를 바꾸는 일도 없다는 얘기다.

정말 그럴까? 두 가지 점을 되새겨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독특하다. 여론이 어떻게 움직이든 당사자의 귀책사유가 없는 한 경질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이 스타일에 비춰보면 정문수 보좌관의 사례는 '돌연변이'에 가깝다. 정문수 보좌관의 '도의적 책임'에 고개 끄덕일 노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하나. 노무현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을 직접 관장하고 안 하고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어떻게 관장하느냐가 중요하다. '참모 김병준'은 헌법만큼 뜯어고치기 힘든 부동산 정책을 운위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이 국민에게 약속했던 분양원가 공개 방안을 놓고도 널을 뛰었다. 공개→공개 반대→공개 검토로 오락가락했다.

이는 뭘 뜻하는가? 축이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오해의 소지가 있다. 부동산 정책의 축이 흔들린다고 해서 그것이 곧 우려 대상이 되는 건 아니다.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이 숱한 문제를 양산했다는 건 공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정책 축이 흔들린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그 흔들림이 어떤 정향성을 띠느냐 하는 점이다. 손대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이 거꾸로 설 가능성이 문제다.

a 지난해 8월 31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한덕수 경제부총리와 추병직 건교부 장관, 문경원 행자부 제2차관, 이주성 국세청장, 양천식 금감위 부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부동산투기 억제를 위한 부동산제도 개혁방안'을 최종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8월 31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한덕수 경제부총리와 추병직 건교부 장관, 문경원 행자부 제2차관, 이주성 국세청장, 양천식 금감위 부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부동산투기 억제를 위한 부동산제도 개혁방안'을 최종 발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부동산대책, 그 다음이 더 어렵다

우려스럽다. 축에 힘을 가하는 물리력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기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어제(14일) 3인의 사퇴를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세금폭탄'이라는 규제로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는 반시장적 정책이었다."

그러니까 이제 시장으로 돌아오라는 주장이다. 경로도 이미 제시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 완화다. 지난 10일 한나라당 조세개혁특위가 펼친 길이다.

이 길만을 제시한 게 아니다.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수요가 있는 곳에 집을 짓는 게 시장원리"라고 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용적률 상향 조정으로 주택 공급물량 확대를 언급한 적이 있다. 다 알다시피 수요가 몰려있는 곳은 신도시가 아니라 서울이고, 서울 중에서도 강남지역이다.

한나라당이 방향을 이렇게 잡은 이상 국회에서 공방을 피해갈 길이 없다. 관건은 열린우리당의 대응력인데 별로 셀 것 같지 않다. 열린우리당이라고 해서 부동산 대란의 충격파와 책임론에서 비껴날 수 없다. 이런 사정이 당내 의견 분화를 촉진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설령 당이 통일된 입장을 유지하고, 그것을 법률안으로 구체화한다 해도 무난하게 처리할 힘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열린우리당은 이미 상투를 잡혀버렸다.

축이 흔들리고 지렛대마저 힘이 빠져버리면 어떤 현상이 초래될까? 세제정책이 흔들린다. 부자·투기꾼들에 대한 중과세 정책이 무력화될 수 있다. 그 뿐이 아니다. '근원 처방'이란 명분 아래 기존 교육 틀을 뒤틀려는 힘이 작동할 수도 있다.

오늘 발표되는 부동산 대책이 문제가 아니다. 그 다음이 더 문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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